신개념 가족 활성화… 공생과 상생의 LH [이지민기자의 하우징]

이지민 기자 2024. 5. 2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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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에게는 어릴 적 사회에서 만난 가족 ‘옆집 이모’가 있었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날이면 자연스레 옆집에 가 밥도 먹고, 잠도 자며 부모님의 공백을 메워주는 존재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알 수도 알아서도 안 되는 삭막한 사회에 살고 있다.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이웃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삶이 익숙해진 가운데, 여전히 가족 역할을 하는 주거행복지원센터 직원들과 이들이 입주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다양한 사회 계층이 같은 영역에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있다. LH 경기북부지역에서 입주민과 꾸준한 소통으로 사회화를 도모하고 있는 입주민의 ‘사회 가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 사랑으로 나아가는 ‘스마트 교육’

24일 오전 의정부 정음마을 고산2단지 아파트에서 고령 입주민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지민기자

24일 오전, 초여름 날씨에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에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던 의정부 LH 정음마을 고산2단지 아파트. 이곳에서는 다른 단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었다.

고산2단지 주거행복지원센터 직원들은 스마트폰 보급이 흔해진 요즘 고령 입주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스마트폰 활용법을 설명하고 스마트폰을 이용, 키오스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키오스크 주문 방법을 설명했다.

능숙하진 않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천천히 배워가며 키오스크 애플리케이션을 완벽히 습득한 고령 수강생들은 단지 인근에 있는 무인점포로 이동, 직접 키오스크를 조작하며 물건을 구매했다. 원하는 과자를 한 아름 안아 들고 키오스크 순서를 기다리는 어르신들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가득했다. 키오스크를 직접 다뤄본 70대 김씨 할머니는 “자식들이 있을 때는 어떻게 다루는지 크게 관심 두지 않았는데, 혼자서도 나와서 물건을 사야 할 일이 있을 수 있을 거 같아 열심히 배웠다”면서도 “막상 밖에 나와서 직접 해보니 긴장도 되고 머리가 아찔해졌는데, 차근차근 해봤더니 성공했다”고 말했다.

24일 오전 의정부 정음마을 고산2단지 고령 입주민이 상가 점포의 키오스크 사용법을 익히고 있다. 이지민기자

■ 관심으로 만든 ‘훈민정음 배움터’

이 단지에는 특별한 ‘교실’도 있다. 배움이 길지 못해 한글을 어려워하는 고령 입주민을 위한 훈민정음 배움터는 매 회차 수강 열기로 가득하다. 80대 수강생 한씨는 “손주들이 쓰는 말을 알지 못해 속상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로 한글 교육을 받게 됐다”며 “손주들이랑도 편하게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고, 특히나 좋아하는 이찬원 가수의 노랫말도 쓰고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이뤄진 고산2단지 ‘훈민정음 배움터’는 주거행복지원센터 직원의 관심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초 고산2단지에 입주해 입주 관련 서류를 작성하기 위한 A씨. 입주자 카드를 작성해달라는 직원의 말에도 A씨는 손을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한글을 쓸 줄 모르는 A씨는 이내 얼굴이 상기됐고, 센터에 있던 직원들의 도움으로 입주를 완료하고 센터를 떠난 A씨는 센터 직원에게 기억됐다.

한글을 알지 못하는 입주민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센터 직원들은 LH에서 지원하는 공동체 활동비를 통해 ‘훈민정음 배움터’를 마련하게 됐다. 늦깎이 한글 공부에 나선 고령 입주민의 한글 교육을 위해 임차인 대표회와 경로당, 작은 도서관 운영회 등과 합심해 꾸린 훈민정음 배움터는 학구열이 오른 고령의 입주민으로 만석이었다. 이와 함께 의정부시 보건소와 함께 치매예방과 정서 도움을 위해 만든 미술창작용 동아리 ‘색연필’에도 입주민의 참여가 이어졌다.

수강생이 만든 게시물과 작품들은 작은 도서관에 액자로 전시된다. 수준 높은 실력을 자랑하는 수강생에게는 상장도 수여하는 등 많은 동기부여를 통해 고령의 수강생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꾸준히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조미후 고산2단지 주거행복지원센터장은 “다른 임대아파트와 달리 우리 아파트는 국민과 영구 혼합임대라는 특성에 현재 실시하고 있는 커뮤니티 활동에 더 큰 효과와 만족을 느끼는 고령 주민이 많은 것 같다”며 “많은 회원분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이런 활동을 통해 아파트의 자긍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음마을 고산2단지 아파트 입주민들이 정서 안정 프로그램 일환인 그림그리기 교육을 받고 있다. 이지민기자

■ 공생과 상생의 LH 공동체 활성화 지원

LH는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살기 좋고 사람 냄새나는 임대단지 조성을 목표로 단지별 맞춤형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단지별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계획을 공모, 심사를 통해 ▲커뮤니티 활동비 ▲입주민 자기 계발 활동비 ▲거버넌스 회의비 등을 지원한다.

입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커뮤니티 활동 단지 수는 지난 2020년 873개 단지에서 2023년 1천106개 단지로 증가했으며, 활동 프로그램도 단순 물품구매 등 일회성 활동보다는 많은 주민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교육․문화 행사 등이 증가했다. 또 커뮤니티 활동 지원 프로그램 도입 후 매년 단지별 커뮤니티 활동 우수 사례 공모전을 개최, 지역 및 단지 특성에 맞는 커뮤니티 활동 우수사례를 발굴, 전파하고 있다.

모혜경 LH경기북부지역본부 주택관리팀장은 “이번 연도에도 관내 163개 단지에서 커뮤니티 활동계획서를 제출했고, 본사 심사 결과에 따라 단지별 최대 32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해 공동주택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입주민이 필요한 서비스 발굴에 주거행복지원센터뿐만 아니라 지자체, 사회복지관, 소방서 등 다양한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민 기자 eas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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