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냄새 풀풀 나도 음주운전 무혐의?···김호중이 쏘아올린 '위드마크'란[폴리스라인]

장형임 기자 2024. 5. 2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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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위드마크' 연내 나온다
운전자 체중·음주량 등으로 유추해
시간 지나도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可
음주 측정 회피 운전자 처벌 가능성 ↑
[서울경제]

음주뺑소니 혐의를 받는 트로트가수 김호중씨가 결국 24일 구속됐다. 사건 발생 보름만이자 직접 운전을 시인한 지 닷새만이다. 이달 9일 오후 11시 40분쯤 김씨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술을 마신 뒤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그가 술을 마신 사실은 명백하다. 이미 경찰에 직접 자백을 했고 그가 술을 마시는 것을 목격한 유흥주점 직원들도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정밀 분석을 한 결과 음주 대사체(신체가 알코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도 검출됐다.

하지만 발부된 구속영장에 ‘음주 운전’ 혐의는 빠져있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만 음주운전 혐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결정적 증거인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사고 17시간 이후에 이뤄졌기에 이를 입증할 수 없었다.

SBS 방송화면 캡처

결국 “제가 술을 마셨다”고 말했음에도 “제가 사고 당시에 혈중알코올농도가 0.03%가 넘도록 취한 상태였습니다”가 아닌 이상 교통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곤란한 것이다. 이처럼 음주운전 혐의가 직접적인 증거에 기반하기 때문에 운전자들 사이에서 음주 후 사고를 낼 경우 일단 도망치고 보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음주운전 사고 후 시간 지나도···혈중알코올농도 역추적 가능할까

이에 재조명받고 있는 것이 ‘위드마크(Widmark) 공식’이다. 위드마크 공식이란 오랜 시간이 흘러 음주운전 여부를 알 수 없을 때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수사 기법이다. 1931년 스웨덴의 생리학자가 개발한 이 공식은 음주 이후 혈중알코올농도가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한다고 가정한다.

경찰은 이 공식을 활용해 구체적인 음주량을 알아낸 뒤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해내고자 한다. 김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소주 10잔만 마셨다’고 주장하는 것도 혹여 위드마크 공식에서 높은 혈중알코올농도가 도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수 김호중이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마치고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호송되고 있다. 김규빈 기자

“엄격한 증명 필요”···한국 사법부에서 인정될까

하지만 지금까지 위드마크공식에 따라 유추한 혈중알코올농도가 법원에서 직접적인 증거로 인정된 사례는 드물다.

개발된 지 오래된 데다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에 현대 한국인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참고자료’로만 활용되는 데 그쳤다.

2015년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 당시 범인은 뒤늦게 “사고 당시 소주를 4병 이상 마셨다”고 자백했으며 2016년 방송인 이창명 씨 음주운전 사건 때도 이씨는 사고 현장을 떠났다가 9시간 만에 나타나 직전에 술자리를 가졌음을 인정했다.

두 사건 모두 당시 수사기관이 위드마크로 구한 혈중알코올농도를 공소장에 넣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음주운전 입건 기준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죄가 나온 이유였다.

한국형 ‘위드마크’ 나온다···단속 도주 풍조 사라지나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위드마크 공식을 한국인 특성에 맞게 재조정한 '한국형 위드마크(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지침서)'가 연내 나올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정식 도입 시 음주 측정을 회피하는 ‘꼼수’를 막을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는 현재 한국형 위드마크 개발 후반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는 새 위드마크 계산식에 개인별 나이·체중·키 등의 상수를 추가로 반영할 예정이다. 현행 위드마크 계산식에는 남·여 성별 상수만 적용 중이다. 또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평균 0.015%)에 대해서도 수정된 범위를 제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위드마크가 도입되면 법정에서 증거 능력 시비가 줄어들고 음주 운전 후 사고 현장을 떠나고 보는 ‘악습’역시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국인에 특화된 산식이 나오면 위드마크 추정치의 적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음주 후 운전자의 걸음걸이 등 여러 정황까지 합치면 위드마크 공식이 법정에서 힘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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