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인도 문제 놓고 몬테네그로 대법원-항소법원 충돌

항소법원, 대법원 법리해석 뒤집고 “인도국 결정은 법원 권한”
검거 1년 경과 불구 최종 결정 시기 불투명

▲ 지난 3월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는 권도형. [연합뉴스 자료 사진]

‘테라·루나’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의 범죄인 인도 문제를 놓고 그가 구금돼 있는 몬테네그로 사법부의 엇갈린 판결이 또 한번 되풀이됐다.

항소법원은 24일(현지시간)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범죄인 인도 승인 결정을 무효로 하고 사건을 다시 원심으로 돌려보냈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은 재심과 결정을 위해 원심(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단을 항소법원이 뒤집으면서 최상급 법원과 하급 법원 간 정면 충돌 양상 발생했다.

앞서 고등법원은 지난달 8일 권씨에 대해 한국과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됐다며 범죄인 인도를 승인,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을 법무부 장관에게 넘겼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법원이 권씨의 범죄인 인도국을 직접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왜 관할권이 없다고 보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고등법원이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범죄인 인도가 청구된 사람이 범죄인 인도에 동의하는 경우 약식 절차를 적용해야 하고, 이 경우 법원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한다”고 했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항소법원이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보낼지 직접 결정하라고 다시 한번 명령했다.

이는 대법원의 결정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터라 고등법원이 재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대법원은 지난달 5일 범죄인 인도국 결정 권한이 법원이 아닌 법무부 장관에게 있다는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을 받아들여 고등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을 무효화하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범죄인 인도를 놓고 두 국가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법원의 의무는 피고인에 대한 인도 요건이 충족되는지 판단하는 것”이라며 “범죄인 인도 허가나 우선순위 결정은 법원이 아닌, 관할 장관이 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국을 결정한 것은 법원의 권한을 넘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규정한 법률을 근거로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몬테네그로 법무부는 권씨를 미국으로 인도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양측은 법적 공방을 벌여왔다.

미국 법무부는 권씨를 미국으로 송환하기 위해 물밑에서 몬테네그로 정부를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가상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들의 피해액은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는 폭락 사태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가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에 입국한 후 지난해 3월 23일 현지 공항에서 한씨와 함께 UAE 두바이행 전세기에 탑승하려다 위조 여권이 발각돼 붙잡혔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은 권씨는 지난 3월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뒤 외국인수용소로 이송됐다.

그동안 권씨 측은 한국으로 보내달라고 법원에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반해 몬테네그로 정부는 권씨의 미국행을 희망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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