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오름 트레킹·맹그로브 카야킹…리조트의 변신은 '무죄'

성연재 2024. 5. 2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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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등 활용 한·일 리조트의 자연 친화적 프로그램 다양화

(제주=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저기 사슴이 달려오네요. 그 앞에 꿩 한 마리가 앉아 있어요"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물영아리 오름을 오르던 일행 중 한 사람이 흥분하며 소리친 말에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물영아리 오름 입구의 드넓은 초지에 자리 잡고 풀을 뜯고 있던 소 떼를 보는 것은 신선하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야생 사슴 떼와 꿩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최근 문을 연 제주 해비치 리조트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물영아리 오름 트레킹 길에서였다.

물영아리 오름 입구에는 드넓은 초지가 펼쳐져 있다.

특이한 것은 물영아리 오름 정상을 향하려면, 운동장처럼 둥근 모양을 한 이 초지를 한 바퀴 돌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 멀리 삼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떼들을 입체적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물영아리의 '소렝게티' [사진/성연재 기자]

소 떼들의 '소렝게티' 트레킹…제주 리조트의 체험 프로그램

이곳에서 사슴이 달려오는 모습은 마치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의 사파리 같다고 느끼게 했다.

함께 한 여행전문가들도 세렝게티 같은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면 세렝게티처럼 약육강식의 모습이 없는 무한히 평화로운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육식동물이 없으니 사슴이나 소가 마음껏 뛰어놀고 꿩을 비롯한 새들도 자유롭게 앉았다 날아올랐다.

이곳은 소가 대부분이었기에 '소렝게티'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라산과 오름들은 제주도 생물권보전지역에 속해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초지 옆의 삼나무길에서는 트레킹에 나선 사람들과 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특히 짙푸른 삼나무 숲을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물영아리 트레킹 [사진/성연재 기자]

해비치 리조트의 직원 이현수씨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은 곳"이라며 "한국에서는 잘 접할 수 없는 풍광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해비치가 운영하는 웰니스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포레스트 트레킹'이다.

해비치는 표선 해안가를 달리는 '선라이즈 런', 자전거를 타는 '바이크 라이딩'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자전거를 빌려 타고 바이크 주행에 나섰다.

짙푸른 동쪽 해안을 따라 난 표선면 올레길 4코스에는 자전거길도 잘 나 있다.

풍광에 매료돼 달리다 강아지와 함께 걷는 사람들을 만났다.

까만색 보더콜리를 앞세우고 걷는 젊은 커플들은 알고 보니 버려지는 반려견 등을 구조하는 유기 동물 구조 운동가 김삼촌 씨 커플이었다.

바이크 주행을 하면서도 올레길을 지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올레길 4코스를 걷는 사람들 [사진/성연재 기자]

세계문화유산 안은 일본 리조트의 체험 프로그램

몇 달 전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된 일본 가고시마 섬 남단의 아마미 (奄美)군도를 갔었다.

아마미 군도는 일본 규슈 가고시마현 아래쪽에서 오키나와 가까이 이어져 있다.

최남단 요론섬, 오키노에라부시마, 도쿠노시마 등 모두 8개의 유인도와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아마미의 리조트들은 해비치의 프로그램과 무척이나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아마미에서는 역시 세계문화유산인 맹그로브 숲 카야킹과 트레킹 등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경험했다.

맹그로브 숲을 카약으로 탐험한 것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섬 남동쪽 스미요 마을에는 0.7㎢에 달하는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맹그로브 숲이 있다.

맹그로브는 염분이 있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수목종을 가리키는 속명이다.

아마미군도의 한 리조트 [사진/성연재 기자]

이곳은 태평양의 소금물이 스미요강과 야쿠가치강 상류를 지나며 만조 때면 주변의 평야까지 올라온다.

일본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스미요 맹그로브숲은 이 두 개의 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맹그로브 숲에는 다양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생태관광지로서도 가치가 높았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운이 좋으면 다양한 해양 생물도 관찰이 가능하다.

초보자도 안전요원의 안내를 받아 비교적 쉽게 체험할 수 있다.

초록색 나무 사이로 노를 젓다 보니 마치 숲속 터널을 지나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받았다.

한국과 일본의 세계자연유산을 껴안은 리조트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인구 구성과 라이프 스타일, 여행 패턴 등이 변화하면서 리조트나 숙소 자체에 대한 기대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해비치 리조트 제주 관계자는 "20년 전에는 3대 가족이나 친인척들과 함께 와서 객실에서 '숙식'하는 것이 리조트 이용 방식이었다"면서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설과 서비스 전반을 새롭게 재단장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단순 숙박 개념의 리조트에서 탈피해 여러 가지 경험을 위해 찾아오는 목적지가 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맹그로브 카야킹 [사진/성연재 기자]

김민수 해비치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놀이 활동을 발굴하기 위해 고객경험 팀을 리조트 조직 안에 신설했다"면서 "리조트 자체가 하나의 목적지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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