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민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미래팀 2024. 5. 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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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F 다이어리 EP.199

인구변화를 분석한 최근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한국 총인구는 약 5,129만 명인데 합계출산율(0.6명대로 추정)이 바뀌지 않으면 50년 후에는 2,364만 명, 100년 후에는 514만 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1]. 인구 감소는 지방소멸, 노동력 부족, 사회보장제도 유지를 위한 부담 증가 등 또 다른 사회문제를 유발합니다. 줄어드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우리나라도 20년 전부터 법적 근거도 마련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출범시켰지만 인구 감소 추세를 완화하는 데에는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의 해법 중 하나로 최근 이민을 확대하자는 주장과 함께 정부의 이민 관련 정책 발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지금은 경제적 목적의 이민자만 선별적으로 받아 활용하면 되는 정도로 쉽게 생각하지만 경제적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어떤 원칙으로 이민을 허용하고, 이민자에게 각종 사회적 책임(군복무, 납세)과 권한(의무교육, 사회 보장 혜택 등)을 어떻게 부여할지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효과적인 이민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시민의 정책에 대한 동의와 공감도 필요합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이민을 우리보다 먼저 경험한 국가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민에 대한 태도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미국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에서 미국과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이민'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살펴 보겠습니다.

다소 시간이 경과된 자료(2018년 조사 자료)이긴 하지만 이민자가 많은 18개 국가를 대상으로 이민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부담이 되는지를 살펴본 결과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18개 국가 중 10개 국가 국민은 이민이 여러 면에서 국가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그중에는 캐나다, 호주,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국가가 해당하는데, 이들 국가는 700만 명 이상의 이민자를 받은 나라들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헝가리, 그리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이스라엘은 자국에 부담으로 여깁니다. 이민자 숫자도 500만 명 이하인 국가들입니다. 부담이 된다'와 '도움이 된다'에 대한 입장이 비슷한 국가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50%는 '도움이 된다', 42%는 '부담이 된다'고 대답했습니다[2].
<출처: Pew Research Center(2019) Around the World, More Say Immigrants Are a Strength Than a Burden>

조사 대상 18개 국가 응답자의 특성별로 의견이 나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념적 성향으로 보면 진보적인 응답자가 보수적인 응답자보다 이민이 자국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인구통계학적 특성으로 볼 때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이민이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들은 이민자의 재능과 노동력 때문에 자국을 더 부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민자가 자국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수록 이민에 대해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민의 다양한 목적 중 난민, 가족의 재회, 동포의 귀환 등 비경제적 목적의 이민이 자국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반대 의견이 많을 수 있다는 예상이 가능합니다.

이민과 테러의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멕시코, 캐나다, 미국, 일본, 프랑스, 스페인 응답자들은 이민자들이 테러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헝가리, 그리스, 이탈리아, 스웨덴, 러시아, 독일,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서는 이민자들이 많을수록 테러 위험은 커진다고 보았습니다.


역시 퓨 리서치 센터에서 2018년 27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대체로 이민을 더 확대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응답자의 45%는 이민자가 더 적거나 더 이상 안 받아야 한다고 대답했으며, 36%는 현재와 유사한 숫자로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고 현재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14%에 불과했습니다[3].

이민 확대에 반감이 높은 국가를 살펴보면 그리스(82%), 헝가리(72%), 이탈리아(71%) 등인데 주로 유럽 국가들에서 반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국가는 유럽에서 망명 신청자가 급증하는 동안 가장 인기 있는 경유지 또는 목적지 국가들입니다. 이렇게 대답한 이유에 대해 퓨리서치센터에서는 EU의 난민 문제 처리 방식에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유럽 외에는 이스라엘(73%), 러시아(67%), 아르헨티나(61%), 남아프리카공화국(65%), 캐냐(60%) 등의 국가가 이민 확대에 대한 반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도 조사 대상국에 포함되었는데요. 우리나라는 이민자를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28%,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은 52%,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은 18%였습니다. 이민자 수용에 적극적인 캐나다와 유사한 응답 결과(줄여야 한다 27%, 비슷하게 유지 53%, 늘여야 한다 19%)가 나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출처: Pew Research Center(2018). Many worldwide oppose more migration? both into and out of their countries>


이민 정책은 올해 미국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4]. 정당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시민들은 미국-멕시코 국경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5]. 늘어나는 불법 체류자와 이를 통해 비롯된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망명처리 판사수를 늘리고(60%), 합법적으로 이민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56%), 불법 체류자는 과감하게 추방(52%)해야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47%는 망명 신청자들이 신청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합법적으로 일하기가 쉬워지면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했고, 불법 체류자를 고용하는 기업주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았습니다[6].



이민에 대한 시각을 조사한 결과들을 보면 몇 가지 재미있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첫째, 이민에 대한 국가별 차이는 국가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랐습니다. 캐나다나 호주 등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필요에 의해 이민을 장려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했던 나라 사람들은 이민에 대해 대체로 호의적입니다. 이민이 국가 발전에 도움도 안 되고 부담만 된다고 응답한 나라는 이민에 대한 수요가 없거나 이민족과의 융화가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른 이민에 대한 시각 차이 역시 다른 사회문제를 보는 시각처럼 예측 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학력, 젊은층, 고소득 층이 문화적 다양성에 대해 개방적인 것처럼 이민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민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앞서 살펴본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 이민 확대와 축소에 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도 있지만 아직은 명확한 통계자료가 부족합니다. 그러나 저출산과 인구감소가 가속화될수록, 정부가 이민 확대 정책을 발표하고 이민자의 유입이 많아질수록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민에 태도는 매우 중요한 질문거리가 될 것입니다.

우리와 달리 인접국과 육로를 통한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이동과 이주가 수월한 나라들, 그리고 신대륙에 국가의 토대를 만들고 이민자로 구성원(국민)을 채워야 했던 나라들은 이민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아마도 경제적 목적, 문화적 목적, 난민, 가족의 재회 등 다양한 유형의 이민을 경험했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을 것입니다. 이민의 방식에 따라 대책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민자의 입국 정책, 통제 정책, 영주 정책 등 분야별로 수많은 고려 사항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민 정책이 인구 소멸의 대안이 되려면 이민에 대해 먼저 고민한 국가들의 대응 과정을 살펴보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국민이 동의하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렵습니다. 그것이 합리성에 기반한 의견이든 정치적 성향에 따른 의견이든 우선은 국민의 동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국민적 반발을 최소화 하고 이주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정부가 최근에 발표하는 이민 정책은 산업 생산 활동에 필요한 노동력과 돌봄(노인, 아동, 환자) 인력 등 주로 노동이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재의 산업구조와 사회보장 제도 유지를 위해 부족한 일손을 채우자는 목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처방은 될지 모르지만 지속적인 인구 소멸의 대안은 아닙니다. 경제상황에 따라 이주민의 숫자가 달라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구소멸의 근본적인 대안은 아닌 것이지요. 또 우리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만 이민 정책을 만든다면 정작 다수의 외국인들이 한국을 이민을 선호하는 국가로 인식할지도 의문입니다. 이민 가고 싶은 나라는 결국 해당 국가의 국민들도 살고 싶고 후손에게도 물려주고 싶은 나라가 아닐까요?
글 : 박석철 전문위원 (sdf@sbs.co.kr)

<참고 문헌 >
[1] https://www.nars.go.kr/report/view.do?cmsCode=CM0190&brdSeq=44305
[2] https://www.pewresearch.org/global-migration-and-demography/2019/03/14/around-the-world-more-say-immigrants-are-a-strength-than-a-burden/
[3] https://www.pewresearch.org/short-reads/2018/12/10/many-worldwide-oppose-more-migration-both-into-and-out-of-their-countries/
[4] https://www.pewresearch.org/politics/2024/02/29/americans-top-policy-priority-for-2024-strengthening-the-economy/
[5] https://www.pewresearch.org/short-reads/2024/03/07/state-of-the-union-2024-where-americans-stand-on-the-economy-immigration-and-other-key-issues/
[6] https://www.pewresearch.org/politics/2024/02/15/what-would-improve-the-u-s-immigration-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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