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평원벼’ 모내기…통일 희망이 자란다

KBS 2024. 5. 2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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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내기 철에는 아궁 앞의 부지깽이도 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모내기 철에는 농촌의 모든 사람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입니다.

북한에서도 이 시기에는 '알곡'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전 주민 동원한 '모내기 전투'를 벌이곤 합니다.

분주하기는 민간인통제선 북쪽, 그러니까 군사분계선 인근 마을인 통일촌도 다를 바 없다고 하는데요.

탈북민들이 십시일반 일손을 모아 '평화를 기원하는 벼'를 심었다고 하네요.

현장의 모습을 김옥영 리포터가 지금 소개합니다.

[리포트]

남북통합문화센터가 봉사단원들로 북적입니다.

두 곳의 봉사단에서 나온 80여 명의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겁니다.

이 중 절반 정도는 탈북민입니다.

[문동욱/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팀장 :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과 서울시 동행나눔봉사단이 함께 민통선 통일촌으로 모내기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갑니다."]

조끼에 모자를 갖춰 쓴 예봄 씨는 이른바 '모내기 패션'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아이템을 선보입니다.

[주예봄/서울시 동행나눔봉사단 : "짜잔. (이게 뭐예요?) 꽃무늬 바지예요."]

[주예봄/서울시 동행나눔봉사단 : "이거 입으면 더 시원하니까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무더위가 예고됐지만, 일일 농부가 되겠다는 포부만큼은 다부진데요.

[박유경/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모내기를 위해 준비한 저의 건강한 신체, 마음가짐."]

["오늘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간다는데 준비됐나요?"]

["그럼요. 가능합니다."]

채비를 마친 단원들이 속속 봉사 현장으로 떠날 버스에 오릅니다.

이제 봉사단원들과 함께 봄철 모내기 현장으로 출발해 볼 텐데요.

봉사를 통해 훈훈한 정을 나누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버스에 몸을 싣고,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5km 떨어진 통일촌으로 향합니다.

탈북 후 10년 전 한국에 온 순남 씨는 생애 첫 모내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조순남/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북한에서는 전문(전업) 주부로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모내기나 농사 지어본 적은 있으세요?) 밭농사밖에 못 해봤어요. 대홍단 감자 들어 보셨죠. (그 지역이) 감자 농사를 전문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조순남/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오늘 벼 심어보는데 마음이 어떠세요?) 지금도 너무 가슴이 콩닥콩닥 너무 기대가 되고 지금 생각만 해도 벅차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어느덧 품앗이 장소가 가까워집니다.

통일촌은 1973년 정부가 대외선전용으로 조성한 전략촌인데, 쌀과 콩 농사를 주로 짓는 마을입니다.

철책선 옆 농지에 도착한 버스.

격전지를 개간한 곳이라 그런지, 주의사항도 엄중합니다.

[문동욱/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팀장 : "저쪽 나무 밑이나 저쪽은 사람 다니는 길이 아니잖아요. 저쪽은 아직도 지뢰가 있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가지 마시고..."]

약 5천 제곱미터 규모의 논.

이곳에 수백 장의 모판을 나르며 모내기 작업을 시작해 보는데요.

오늘 심을 이 파릇파릇한 모는 특별한 벼의 새싹이라고 합니다.

[박경호/통일촌커뮤니티센터장 : "삼지연4호라는 북한 종자하고 진부19호라는 남한 종자가 만나서 이 평원벼라는 종자가 탄생한 겁니다."]

평원벼는 통일을 대비해 2007년 육성한 품종인데, '평화를 원하는 벼'라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통일촌에선 지난해 처음으로 수확했습니다.

[황익수/파주시농협쌀조합 대표 : "작년에 재배한 평원쌀입니다. 추운 지방에서 잘 적응해서 수확량도 많고 미질도 좋은 그렇게 특화된 품종이라고 봅니다. 맑고 투명하고 깨끗하잖아요. 밥맛이 좋습니다."]

["진짜 확실히 투명하네요."]

평원벼를 심기 위해 남북 출신 봉사단원의 마음도 모였습니다.

["(모내기 처음인데 1등 할 자신 있다.) 당연하죠. (어떤 강점으로. 우리 팀은 이런 강점이 있다.)"]

[이가현 :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일단 젊다. 그리고 힘이 있기 때문에 끝까지 한다. 또 어디서 1등이라면 빠지지 말아야죠, 저희가."]

한마음으로 나서는 모내기.

탈북민 미영 씨는 맨발 투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모내기해 보셨나요?"]

[강미영/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저는 북한에서 살 때 모내기 전투를 해봤어요. (모내기 철에는) 직장인들, 학생들 다 시골에 가서 농촌에 가서 모내기를 같이 도와줘야 해요. 이 안에 들어가면 다리가 엄청 시려서 아이들이 파란 입술로 달달달 떨고 했던 기억이 나요."]

손을 맞잡고 들어선 논.

["발이 안 움직이는데요."]

미영 씨가 노련한 솜씨로 실력을 발휘하며, 모 심는 법을 전수해줍니다.

[강미영/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이 정도 (모를) 뜯으시고 모를 잡으시면 아까 말씀하신 게 6~7개 정도의 모가 대략 이 정도 되거든요. 이거를 이렇게 잡으시고 손으로 (논에) 이렇게 꾹 눌러주시는 거예요. 이 간격대로 이렇게 꼽아주시면 돼요."]

자세는 엉거주춤해도, 일손은 부지런히 움직여 보는데요.

[강미영/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시골 가서 농사지으셔도 되겠어요."]

["합격인가요?"]

["네, 합격."]

통일촌의 모내기 전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북한과 가까운 이곳 통일촌에서 모내기를 하는 봉사단원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농지를 채워가고 있을까요.

못줄에 맞춰 늘어선 봉사단원들.

늦봄 뙤약볕 아래 구슬땀을 흘리며, 한 포기씩 모를 심습니다.

작업 전 자신감을 보였던 가현 씨는 모내기 1등이란 목표를 달성했을까요.

[이가현/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힘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네요."]

["어떻게 심어야 해요? 요령이 있어요?"]

[이가현/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20cm씩 간격을 맞춰서 심는다는 게 가장 어렵고 애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발목까지 잠기는 논에 손과 발은 흙투성이가 되기 일쑤인데요.

[안경민/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지금 제 장화에 심으면 여기도 모가 자랄 겁니다. 물이 다 들어가 가지고. 장화만 보면 내가 제일 열심히 했어."]

조금씩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농지.

평원벼는 올해 추석 전인 9월 초에 수확을 예상하고 있는데요.

삐뚤빼뚤 어설픈 솜씨로 심었지만, 지켜보는 농민의 마음은 여느 때보다 풍요롭습니다.

[박경호/통일촌커뮤니티센터장 : "이게 모양이 일정치는 않죠. 그런데 다 다름이 있어도 이렇게 모아 놓으니 얼마나 예뻐요. 이게 또 가을이 되면 노릇노릇하게 (익어서) 추수가 될 거고.."]

북한에서는 '전투'였지만, 남한에선 봉사로 참여한 탈북민 단원들.

북녘 가까이에서 벼를 심으며, 다가오는 가을, 풍년의 바람을 전합니다.

[조순남/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북한이 가깝잖아요. 제가 지금 여기 돌아보면 북한인데 돌아보면 고향인데 북한에서도 이 모를 심어서 농사가 잘 돼서 누구나 눈물 흘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그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봉사를 통해 '통일'이란 희망을 키워가는 사람들.

[이건주/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 "비록 지금은 여기서 심지만 나중에 38선 너머 북한에서 평원벼를 심어서 함께 통일을 이룩했으면 좋겠습니다."]

평화를 원하는 벼, 평원벼가 남북을 고루 비추는 햇살 아래, 오늘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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