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둥이 엄마 트로트 가수 정미애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이유

서울문화사 2024. 5.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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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예능 <미스트롯> 에서 선을 차지한 가수 정미애는 3남 1녀의 엄마다. 그녀는 자녀들이 있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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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둥이 엄마’ 트로트 가수 정미애

“함께라서 행복해요”

Q 3남 1녀의 엄마라니, 애국자입니다.

첫째를 낳고 8년 만에 둘째를 낳았는데, 어느새 넷이 됐어요.(웃음) 사실 둘째를 낳을 계획이 없었어요. 연습생 때 아이가 생겼는데 가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더 이상 낳지 않으려고 했었거든요.

Q 그러다 결심이 바뀐 계기가 있나요?

30살이 넘으면서 ‘나이를 먹었는데 아이를 낳지 않을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유부녀고 엄마였으니까요. 첫째가 동생을 원해서 둘째를 낳으려고 했는데 안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8년 만에 둘째를 품에 안았죠.

Q 오랜 노력 끝에 얻은 둘째를 보니 어땠나요?

첫째는 뭘 모르는 상태에서 낳아 아기가 예쁘다는 생각을 할 틈이 없었어요. 내 인생이 끝난 것 같아서 무서웠고요. 그런데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아이를 보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뻤죠. 그래서 주변에 둘째를 낳지 말라고 해요.

Q 왜요?

둘째를 낳으면 넷이 된다고요.(웃음) 첫째와 둘째가 나이 차가 많다 보니 둘째를 키울 때 힘든 줄 몰랐어요. 그 이후 각각 2살 터울로 셋째와 넷째를 낳았는데, 힘이 들더라고요. 당시 무명 가수로 활동할 때라 아이들을 직접 케어했는데 식구가 늘어나니 할 일이 몇 배로 많아져 집안일과 육아로 정신없이 살았죠.

Q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어요?

그럼요. 그래도 엄마가 해야 할 게 많아요. 엄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이건 엄마가 돼봐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에요. 아이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죠. 활발하게 활동하는 요즘엔 시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제가 쉬는 날엔 바로 육아 모드에 돌입하죠.

Q 일도 하고, 육아도 하는 게 쉽지 않죠. 무엇보다 엄마의 체력이 중요합니다.

체력이 되는 안에서 육아를 하려고 해요. 가수라는 직업이 있고, 제가 할 역할이 있는데 제가 지치면 모든 게 다 꼬이니까요.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무조건 희생을 한다고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나를 챙기면서 육아를 해야 해요.

Q 그래야 행복하게 육아를 할 수 있잖아요.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들도 행복하고요.

얼마 전 한 선배님이 제게 “네가 있어야 아이들도 있다. 너무 희생하려 하지 말고 자신을 먼저 챙겨라”라는 조언을 해주셨어요. 무리해 희생하다가 제가 무너지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저는 이 진리를 아프고 나서 깨달았어요. 그전까진 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어요. ‘어차피 나는 아줌마니까 애들만 잘 크면 되지’라고 생각했어요. 제게 투자하지 않고 오롯이 아이들 케어에만 열을 올리고, 힘들어 지친 모습으로 애들한테 자주 짜증을 냈죠.

Q 이제 어떻게 바뀌었나요?

나 자신을 아끼며 돌보고, 육아도 기분 좋게 해요. 나의 행복감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요. 지나고 보니 내가 싱글 때처럼 나 자신을 돌보며 살았으면 덜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마들, 현명하게 육아해야 해요. 무조건 희생하는 게 정답이 아니에요. 저는 이걸 건강을 잃고 깨달았어요(정미애는 2021년 설암 3기 진단을 받고 혀의 3분의 1을 절제했다).

Q 육아와 일을 하다 보면 건강이 뒷전이 되기 일쑤죠.

저는 불행 중 다행으로 원발암 부위가 작았는데 만약을 대비해 큰 부위를 절제했어요. 운이 좋게도 항암이나 방사선치료는 하지 않아도 됐고, 그 덕분에 다시 노래를 할 수 있게 됐죠. 제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수술한 거 맞아?”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오랫동안 재활 치료를 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고요. 컨디션이 나쁘면 발음이 꼬이고, 완치 판정을 받은 게 아니라 여전히 두려워요. ‘내가 일을 하고, 아이들과 지내다가 또 아프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있죠.

Q 그럴 땐 어떻게 극복해요?

괜찮아 보이려고 노력해요. 제가 처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 정도면 천만다행이다’라고 되뇌고요. 스스로 다독이지 않으면 안 돼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있으니까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만약 저 혼자였다면 부담 없이 살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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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녀가 내 삶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되곤 하죠.

강아지 같고, 병아리 같은 밝은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엄청난 에피소드나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에요. 그냥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껴요. 오늘 하루가 고되고 힘들다가도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을 보고 피식 웃죠.

Q 내가 자녀에게 주는 사랑보다 자녀들이 엄마에게 주는 사랑이 더 크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엄마다 보니 아이들을 혼낼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엄마가 좋대요. 제가 화를 내고 나서 바로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누가 가장 좋아?”라고 물으면 “엄마”라고 해요. 어른인 저는 이해할 수 없죠.(웃음)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다둥맘의 삶, 어떤가요?

힘들죠. 첫째 아이가 중학생일 땐 많이 도와줬는데 이제 고등학생이 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9살, 7살, 5살 세 아이의 육아를 저 혼자 해야 해요. 원래 운전을 못 했는데 셋을 데리고 어디라도 가려면 운전이 필수라서 운전을 하기 시작했어요. 복작복작한 삶이 마냥 행복하다고 말할 순 없어요. 그렇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 있어요. 전쟁 같은 삶이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느껴지는 행복이 있죠. 가끔씩 오는 행복의 크기가 어마어마해요.

Q 주변에 다둥이 가족을 추천하나요?

쉽게 추천할 순 없죠. 사람마다 힘듦의 척도가 다르니까 아이가 한 명이라도 힘든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아이는 하나든 둘이든 케어하기 힘들어요. 아이가 셋이라서, 넷이라서 힘들다고 말할 순 없어요. 하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웃음) 저도 너무 힘들지만 다둥이 가족이 된 걸 후회하지 않거든요. 첫째가 둘째를 챙기는 모습, 셋째와 넷째가 꽁냥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기쁨이 있어요. 또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도 끊어질 수 없는 가족을 만들어줬다는 뿌듯함이 있죠. 아이들끼리 교감하는 모습을 보면 넷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Q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풍기는 에너지가 바뀌었어요. 더 파워풀한 느낌이랄까요.

삶이 정말 달라졌어요. 저도 젊을 땐 엄마의 삶을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삶에 맞게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느끼는 행복이 점점 더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이 행복을 몰랐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 같아요.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유재이(프리랜서) | 사진 : 이대원, 정미애 제공 | 헤어 : 준희, 해인(쌤시크블랙) | 메이크업 : 태인, 가은(쌤시크 블랙) | 스타일링 : 신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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