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은의 이슈뒤에는] 축제 예산 ‘절반’은 가수 공연?… 섭외비에 한숨 쉬는 대학

신정은 2024. 5. 2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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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예산 중 ‘연예인 섭외비용’ 상당 부분 차지
섭외 명단이 총학생회 평가로 직결되기도
“공연보다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절실”
“기획사 측에서 비용 절감 나서야”

시간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이슈’를 겪으며, 혹은 견뎌내며 살아간다. 감동하고 환호하거나 때론 분노하는 다양한 이슈거리가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을까. 곳곳 발생하는 이슈들의 속 사정을 들어보고, 단편적으로 바라봤을 땐 보이지 않던 측면의 시각으로 다시금 조명하고자 한다.
 

5. 축제 예산 ‘절반’은 가수 공연?…섭외비에 한숨 쉬는 대학

5월 대학가의 본격적인 축제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대학들의 유명 연예인 공연 라인업은 재학생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까지 관심을 갖게 한다.

학생들의 축제 참여 여부가 ‘어떤 연예인이 오는지’에 쏠리는 탓에 총학생회 측의 섭외 관련 고민과 시름은 해마다 깊어지고 있다.

대학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여겨지는 유명 가수들의 공연이 활기를 넣어준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인기 연예인을 축제에 섭외하려면 수천만 원의 예산 확보가 필요한데, 이같은 부담에도 가수 섭외에 경쟁 전을 펼치는 것이 적절한지에 관한 지적이다.
 

▲ 지난 2022년 5월 26일 고려대학교 축제에 참여한 학생과 관람객들이 걸그룹 ‘에스파’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예인 섭외 비용 상당 부분 차지…축제 취소한 사례도 발생

서울 시내 대학교의 경우 축제 비용으로 총 1억 5000만∼3억 원가량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연예인 섭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양대 총학생회가 지난해 상반기 발표한 자금 운용 현황을 보면, 지난해 축제 전체 지출 중 ‘아티스트 섭외비용’이 49.75%로 절반 수준이다.

축제 비용은 통상 교비, 학생회비, 동문이나 주변 상인 등의 외부 후원금으로 마련된다. 하지만 최근 학생 자치 기구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적어져 학생회비 납부가 감소하는 등 재원 확보가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이렇다 보니 해가 지날수록 몸값이 치솟고 있는 연예인 섭외 비용을 충당하기에 버거울 때도 많다.

학교 자체 역량만으로 인기 가수를 섭외하기 만만치 않기에 축제를 공연 전문 외부 업체에 용역을 주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지난 4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공고에 따르면, 경희대는 봄 축제 행사 대행업체 입찰 조건에 ‘최정상급 가수 1팀’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2월 게재된 서울대 행사 용역 공고문에도 요청 사항에 ‘최정상급 가수 1팀 이상 섭외 필수’가 내걸렸다.

재원 확보에 실패하자 축제를 취소한 대학의 사례도 있다. 국민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 “봄축제를 추진하기 위해 지속해 논의했으나 비대위 체제로 인한 예산 감소 및 인력 부족 등의 사유로 진행이 무산됐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 지난 4월 강원대학교 백령 봄꽃축제에서 전통주 시음 행사를 즐기고 있는 학생의 모습. [강원대학교 총학생회 제공]

■지방 대학 연예인 섭외 난항…지역사회 타깃 프로그램으로 돌파

지방의 한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는 “가수 라인업이 공개되면 기사가 뜨고, SNS에 거론되는 만큼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가수 라인업이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차지하는 부분이고, 총학생회 전체의 평가로까지 직결되다 보니 아무래도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축제 전체 예산 중 가수 섭외가 상당한 비용을 차지한다”며 “한 인기 아이돌 그룹은 지방으로 축제를 다니지 않는다고 들었다. 비수도권 대학들은 수도권 대학들의 출연료에서 플러스알파가 되는 등 가수 섭외에 더딘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기 연예인 섭외가 쉽지만은 않은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지역사회를 타깃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한다.

지난 4월 2일부터 사흘간 상반기 축제를 열었던 강원대학교 총학생회는 팝업스토어나 기업들의 협찬을 받기에 어려움이 있어 춘천 양조장 협회에 직접 제안서를 보내 전통주 시음 행사를 열었다. 연예인 공연이 포함된 대동제는 오는 9월에 예정되어 있다 보니, 공연 외에도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신윤희 강원대 총학생회 기획국장은 “춘천에서 술 페스타(춘천 지역의 다양한 전통주 전시 및 시음·판매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되고, 전통주가 유명한 만큼 시음 기회를 학우들에게 제공하면서 업체 홍보까지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이틀 동안 전통주 1000컵 배부를 예상했는데, 수량이 부족할 만큼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전했다.

▲ 강원대학교 가을 축제인 백령 대동제가 춘천캠퍼스에서 시작된 지난해 9월 19일 학생들이 축제장으로 향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자료사진]

■과도한 연예인 섭외 비용 지출에 “학생들 복지 우선 도움이 됐으면”

연예인들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대학 축제의 상황을 두고, 과도한 연예인 섭외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마련되길 바란다는 의견이 나온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3)는 “다른 학교와 축제 라인업 경쟁을 하는 것은 다소 소모적”이라며 “학교의 예산을 화려한 연예인 섭외에 과도히게 사용하는 것보다 학생들을 위해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장학금이나 취업 지원 등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방향으로 학생들의 복지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예인 섭외와 관련해 기획사 측에서 비용 절감에 나서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케이팝은 워낙 글로벌한 인기스타들과 자신를 동일시하고 팬덤에 깊게 참여하는 젊은 층들이 많기 때문에 인기 아이돌 초청공연 자체는 장점이 많다고 본다”며 “학생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대체제를 당장 마련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비용 문제에서는 “기획사 측에서 대학의 처지를 공감하고 학생들과 접촉 기회를 넓힌다는 차원에서 섭외 비용을 절감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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