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건희 “‘선업튀’ 덕에 힘들었던 번아웃 회복…골든벨 시절 부끄러워요”[EN:인터뷰③]

황혜진 2024. 5.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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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1TV ‘도전 골든벨’ 방송 캡처

[뉴스엔 글 황혜진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

배우 송건희가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극본 이시은/연출 윤종호, 김태엽) 덕분에 번아웃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5월 28일 종영하는 '선재 업고 튀어'는 자신의 최애 류선재(변우석 분)을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으로 돌아가는 임솔(김혜윤 분)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다룬 작품. 송건희는 극 중 밴드부 베이시스트이자 인터넷 얼짱 캐릭터 김태성 역으로 열연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송건희는 23일 뉴스엔과의 인터뷰에서 "드라마 촬영이 끝난 지 한 달 정도 지났다. 모두가 분위기 메이커였던 현장이었다. 촬영장에 있는 모두가 밝게 임했다"고 말문을 열였다.

'선재 업고 튀어'는 MZ 세대 시청자들의 열띤 관심과 사랑 속 시청률과 화제성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3.1%(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출발한 '선업튀'는 5월 21일 방송된 14회로 4.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화제성은 신드롬 수준이다.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발표한 TV-OTT 종합 화제성, TV-OTT 드라마 화제성 부문에서도 모두 압도적인 수치로 1위를 달성했다.

이 같은 인기에 대해 송건희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이번 작품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었다. 2008년을 배경을 한 드라마이다 보니까 출연하는 배우로서 잘 표현해 보여드려야겠다는 나름의 책임감도 있었다.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이 정말 애정하는 작품이었다. 그 바람대로 잘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잘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너무 기분이 좋다. 믿기지 않고,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작품뿐 아니라 배우로서도 인기를 조금씩 실감하고 있다. 송건희는 "오프라인상으로는 아직까지 드라마 팬 분들이나 제 팬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보니까 그렇게까지 체감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 행사를 갔을 때 많이 느꼈다. 온라인에서는 많이 응원해 주시고 계시다는 걸 느끼고 있다. 수치적으로도 체감하고 있다. 우선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이 늘었다. 드라마 시작할 때 아마 27~28만 정도였던 것 같은데 어제 100만을 넘겼다. 어제 기분이 너무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송건희의 과거도 화제가 됐다. 송건희는 경기 군포고등학교 재학 중이었던 2013년 KBS 1TV 교양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에 친구들과 함께 출연했다. 송건희는 39번째 문제까지 맞히며 TOP 3에 등극했다. 당시 방송에서 영화배우가 장래희망이라고 밝힌 송건희는 "미래의 영화배우 골든벨을 울린다.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자 KBS 측은 5월 21일 KBS StarTV 인물사전 공식 채널을 통해 ''선업튀' 송건희 '골든벨' 출연분 입수했습니다. 편집자가 나노 단위로 모은 송건희 '골든벨' 컷"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알고리즘 타면 어떡해"라는 송건희의 우려는 종국에 현실이 됐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송건희는 "KBS 영상이 올라왔다는 이야기를 어제 들었다. 사실 그때 모습 자체가 싫었다기보다 어렸을 때 제 모습을 본다는 게 뭔가 부끄럽다. 제 기억에 그때가 변성기 중간이라 뭔가 제 목소리도 듣기 싫고 부끄럽더라. 촬영 당일 턱에 뾰루지가 난 상태여서 방송에 걸리고 싶지 않아 계속 고개를 숙였던 기억도 있다. 사실 3등을 한 것도 그렇게 높은 순위를 생각하고 나간 게 아니었다. 당시에는 방송에 출연해 (배우 데뷔라는) 좋은 기회로 이어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정확하게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한 후 나간 방송이었어요. 주목받는 걸 어려워했던 성격이었지만 방송에 나갈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 뭐라도 보여드리면 혹시나 연락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며 개인기를 준비했죠.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조정석 선배님이 보여주신 납득이 개인기를 준비하며 한 가지 희망을 걸어 보자고 생각했는데 개인기는 못 했고 계속 문제만 맞히다 보니 어느 순간 3등이 돼 있더라고요. 공부를 잘했다기보다 궁금증이 많은 편이었어요. 예를 들어 커피를 마시더라도 커피에 대해 깊게 공부하는 스타일이에요. 기억 저반에 얕은 지식들이 많이 깔려 있어 3등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당시 송건희는 들고 있던 '도전 골든벨' 참가자용 칠판에 '이중인생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이중인생은 그가 군포고 재학 당시 가입한 연극 동아리 이름이다. 송건희는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배우의 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연극부에 들어가서 연기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연극부 이름이 이중인생이었어요. 귀여운 이름이라고 생각했죠. '도전 골든벨' 방송 이후 연락을 준 회사가 몇 곳 있었어요. 오디션을 보러 갔던 회사도 있었고, 안 됐던 회사도 있었어요. 이후 배우 준비생 개념으로 연습생을 하게 됐어요. 배우 연습생으로 들어간 건데 회사가 가수 회사다 보니까 노래와 춤 등 여러 가지 커리큘럼을 따라 배우게 됐죠."

2018년 JTBC 드라마 'SKY 캐슬' 박영주 역으로 데뷔한 송건희는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 KBS 2TV '생일편지', KBS 2TV '조선로코-녹두전', OCN '미씽: 그들이 있었다', 왓챠 '최종병기 앨리스', MBC '조선변호사', 영화 '크리스마스 캐럴' 등에 출연했다. 작품마다 차별화된 캐릭터를 십분 소화하며 차근차근 연기 내공을 쌓았지만 녹록지만은 않았다. 세종대(영화예술학 전공) 진학 후 학업과 연기,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부득이하게 번아웃이라 칭할 만한 상태에 빠진 것.

송건희는 "큰 어려움이나 힘듦은 아니었다. 4~5년 정도 쉬지 않고 일을 하다 보니까 어딜 가지를 못했다. 일을 하며 학업도 병행했고, 신인이었다 보니까 아르바이트도 병행했다. 이것저것 하면서 4~5년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했더니 어느 순간 제가 안에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썼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걸 번아웃처럼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쉬어 가야 할 때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때 당시 나이가 어느 정도 찼다 보니까 좀 조급해진 것도 있었다. 그래서 천천히 쉬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송건희가 찾은 해답은 현실과 잠시 거리를 두고 이방인이 되어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순례길을 떠나야겠다고 결심한 찰나 '선재 업고 튀어'가 운명처럼 찾아왔다. 송건희는 "순례길을 준비하던 중 오디션을 보게 됐다. 그다음에 합격 연락을 받았다. 기회라는 게 쉽게 오지 않는 것인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역할이라면 진짜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짜내 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태성이로서 시작할 때 어려웠던 것 같다 좀 더. 아직 회복하지 못했던 시기에서 시작했다 보니까"라고 말했다.

고민은 단 하루면 충분했다. 송건희는 "합격 연락을 받은 그날 하루 잠깐 고민했다. 순례길을 다녀온 이후와 '선재 업고 튀어' 첫 촬영 사이에 시간이 좀 있어 갔다 오고 나서 촬영에 들어가도 괜찮겠다 생각했다. 어쨌든 마음을 빨리 회복해야 작품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작품을 준비하다 보니까 '일주일만 미루자', 또 '일주일만 미루자' 하게 됐다. 결국 순례길은 시기가 안 맞아 못 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언제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장비(침낭, 가방, 의류, 양말 등)를 다 사놓았기에 나중에 다녀올 생각이다. 아마 더 여유로워지는 시기에 가지 않을까 싶다. 사실 제 블로그를 통해 건희사항(송건희 공식 팬클럽명) 팬 분들께도 다녀오겠다고 글을 썼었는데 어쩌다 보니까 그 약속(순례길)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그래도 대신 태성이가 나왔으니까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선재 업고 튀어'에서 호연을 보여준 만큼 배우 송건희의 차기작과 행보를 애정 있게 바라보는 드라마 애호가들과 팬들도 한층 늘어났다. 송건희는 "제가 생각하는 신념에 있어서는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 힘들었던 시기에 마음이 좀 조급했다면 지금은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걸어가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 데 태성이 역할이 컸어요. 태성이가 여유롭고 굉장히 자유로운 캐릭터다 보니까 그 친구를 연기하면서 제 일상에 있어서도 꽤 많은 영향을 받게 됐죠. 전 J(MBTI 중 계획형을 의미)이지만 게으른 J고, 잘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일을 몰아서 할 때도 많았어요. 근데 태성이 덕분에 변화하고 해방된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촬영 중반쯤 지났을 때부터는 심적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 덕분에 나름의 회복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직도 계속 회복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선재 업고 튀어' 촬영을 마친 후 영화와 뮤지컬도 보러 다니고 있어요. 얼마 전 여행도 다녀왔어요. 제 일상을 다시 찾아가다 보니까 많이 회복됐다고 느껴요. 차근차근 회복해 나가려고 합니다."

배우 송건희의 필모그래피에 '선재 업고 튀어'는 어떤 의미의 작품으로 기록될까. 송건희는 "저한테는 또 다른 출발 선상에 설 수 있게 한 작품 같다. '선재 업고 튀어'라는 작품 속 태성이는 제가 그동안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덕분에 제 스펙트럼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 전 제가 꽤 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보니까 저한테는 새로운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차기작 관련 질문에는 "아직 결정된 건 없다. 그래도 또 도전을 해 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20대는 도전, 경험의 연속으로 채워 보고 싶다. 지금까지도 계속 매번 다른 캐릭터를 해왔기에 마지막까지 다른 캐릭터들에 도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도전을 꿈꾸는 만큼 욕심나는 장르와 캐릭터도 적지 않다. 송건희는 "장르물 같은 것도 너무 좋아한다. 제가 디스토피아 장르를 아직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얼마 전 넷플릭스 'The 8 Show'(더 에이트 쇼)'를 다 봤다. 그런 작품처럼 어떤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물론 코미디나 멜로도 정말 해 보고 싶다. 아직 안 해 본 것들이 많다. 그래서 제겐 뭘 해도 도전일 것"이라며 웃었다.

배우 송건희이자 사람 송건희의 목표는 무엇일까. 송건희는 "인스타그램에 '좋은 배우가 되기 이전에, 먼저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는 소개글을 써 놓았다. 꽤 오래전에 적어 둔 말인데 지금도 그 마음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친근하고 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즘 현장에서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다. 현장 분위기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항상 유쾌하고 재밌게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감독님과 작가님, 여러 배우 분들, 촬영 스태프 분들과 함께 차근차근 쌓아가는 좋은 배우가 되는 게 제 바람"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송건희는 '선재 업고 튀어' 시청자들에게 "무슨 말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너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이렇게 뜨거운 드라마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보니까 더 갑작스럽기도 하고 더 놀랍고, 행복도 배가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이 사랑해 주신 만큼 저도 빠르게 좋은 작품, 좋은 역할로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찾아뵙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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