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수 노래는 원천 차단” 北, 유행 막으려 ‘콕’ 집어 언급

이가영 기자 2024. 5. 2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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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북한 초청으로 평양 공연을 간 김연자가 김정일 당시 북한 국방위원장과 찍은 사진. /상연기획

북한이 최근 한국 가수 김연자의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노래의 유행을 금지하려고 가수의 이름을 찍어서 단속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일반적인 법적 통제로는 근절할 수 없다는 판단에 취해진 강력한 압박 조치로 풀이된다.

2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함경북도의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김연자의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못하게 하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사법기관에 하달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노래의 유행을 금지하려고 가수의 이름까지 지적하기는 처음”이라며 “이는 대부분의 주민이 김연자의 노래를 특별히 좋아하기 때문에 취해진 조치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연자는 2001~2002년 평양에서 열린 ‘제19·20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해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단독 공연을 연 가수다. 김연자의 팬이었던 김정은의 부친 김정일이 김연자를 별장에 초대하기 위해 특급 열차를 보냈다는 사연도 유명하다. 이후 김연자의 노래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18번’으로 꼽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수 김연자. /조선DB

이 소식통은 “특히 김연자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앞에서 ‘반갑습니다’ 등의 노래를 부른 가수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김정일이 좋아했던 노래까지 모두 없애라며 사법당국을 내세운 당국의 행태에 할 말을 잃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당에서 금지하라는 김연자 노래는 주민들이 즐겨 부르게 되면서 이미 USB로 전국에 퍼져있는 실정”이라며 “높은 인기를 얻는 김연자의 노래를 원천적으로 없애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평안북도의 주민 소식통 역시 “요즘 당국이 남한 노래를 부르지 말라며 김연자의 이름을 지정했다”며 “노래 단속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 노래를 듣고 부르는 행동을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해도 김연자의 노래만큼은 계속 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조치로 김연자 노래 외에도 ‘아침이슬’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금지곡으로 지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 명소와 관련된 ‘울산 타령’ ‘경복궁 타령’ ‘북악산의 노래’ 역시 듣기만 해도 죄가 된다고 한다.

북한은 2020년 12월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해 한국 사회로부터 유입되는 모든 것을 원천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당 법안의 ‘괴뢰사상문화 전파죄’는 “괴뢰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등을 봤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괴뢰 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유입, 유포하는 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등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괴뢰 영화,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했거나 유포한 경우 무기노동교화형(종신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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