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위에서 62위로, 한국 언론 자유 이만큼 추락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최지향 2024. 5. 2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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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민이 갖출 덕목은 많지만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자신과 다른 의견, 특히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정치적 의견을 들을 자세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은 "언론은 정부의 비밀을 드러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된다. 오직 자유롭고, 속박받지 않는 언론만이 정부 안에 있는 속임수를 폭로할 수 있다"라며 언론 자유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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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대한 반감이 어느 때보다 높습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좋은 언론'을 향한 갈구는 더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매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 곧 '미디어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는 시대, 우리 언론의 방향을 모색합니다.
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지난해 47위였던 한국은 62위로 순위가 떨어졌고, 언론 자유에 문제 있는(주황색) 국가 집단에 포함됐다. ⓒRSF 갈무리

좋은 시민이 갖출 덕목은 많지만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자신과 다른 의견, 특히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정치적 의견을 들을 자세다. 물론 나와 다른 정치적 주장을 온화한 표정을 유지한 채 듣고 있기란 어렵다. 몇 시간 전에도 나는 택시 기사님이 내가 수긍하기 어려운 정치적 발언을 이어가는 바람에 “당장 내려달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정치적 이견(異見)에 일상적으로 노출될 때 우리는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의 근거를 점차 이해하게 된다. 서로를 동료 시민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그 결과 정치적 관용이 높아진다.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도 이견에 열린 자세를 지닌 시민이 늘어날 때 공론장이 건강해지고 사회통합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대화에서 정치적 견해 충돌을 경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 일상적으로 우리가 정치적 이견을 접하도록 기능하는 주체가 언론이다.

하물며 일반 시민에게도 강조되는 시민성 덕목인 ‘정치적 이견에 대해 열린 자세’를, 유독 현 정부는 갖추지 못했다. 특히 언론이 이견을 제기할 때 극도의 반감을 보인다. 대통령 혹은 여당의 입장과 다르거나,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거나, 비판하는 언론 및 언론인에 대한 제재가 반복되고 있다. MBC의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보도 이후 여당은 MBC 사장 등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했고, 검찰은 〈뉴스타파〉 〈뉴스버스〉 〈경향신문〉 등의 전현직 기자를 압수수색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상대로 법정 제재를 내려 소위 ‘입틀막 심의’라는 오명을 얻었으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도 대통령 관련 비판 보도에 중징계를 내렸다.

5월3일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지난해 47위였던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는 62위로 내려앉았다. 자유도 정도에 따른 국가 분류에서도 우리나라는 지난해까지 ‘만족할 만한(Satisfactory)’ 언론 자유 국가로 분류되었으나 올해는 ‘문제 있는(Problematic)’ 국가 집단에 포함됐다.

“자유로운 언론만이 정부의 속임수 폭로할 수 있다”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이유는 권력이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목소리, 특히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고 감시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권력이 이견을 접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언론 자유 제약을 고려할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해당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얻을 공익보다 국익의 손실이 훨씬 더 심대하다고 판단할 경우다.

미국 정부는 베트남전쟁 발발 배경을 담은 국가 기밀문서인 펜타곤 페이퍼의 보도가 국익을 침해한다며 1971년 〈뉴욕타임스〉에 대해 보도 금지 소송을 냈다. 그러나 당시 대법원은 “언론은 정부의 비밀을 드러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된다. 오직 자유롭고, 속박받지 않는 언론만이 정부 안에 있는 속임수를 폭로할 수 있다”라며 언론 자유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간 살인사건 의혹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건 관련 판결에서도 한국 재판부는 “선거 국면에서 국민이 정치적 의사를 갖는 데 제공되는 정보는 다른 중대한 헌법적 국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고 했다. 전 세계가 한국의 언론 자유가 떨어졌음을 명확한 수치로 알게 된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언론 자유를 제한할 만큼 중요한 어떤 ‘헌법적 국익’을 언론 보도가 침해하고 있는지 설명해줘야 한다.

최지향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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