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심판’ ABS도 오류 가능성 있다 [경기장의 안과 밖]

최민규 2024. 5. 25.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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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위칫값이 잘못 입력될 수 있고 변환 작업에서 계산오차가 특정한 조건에서 증폭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그라운드 조건이 규정과 다르다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센서가 수집한 정보가 정확해도 센서가 위치한 정보에 오차가 있으면 좌표변환 결과에도 오차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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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어떤 시스템이든 도입 첫해부터 완벽할 순 없다. 이론적으로 ‘기계 심판’의 오류 가능성도 실재한다. 사람의 실수, 그라운드 조건과 센서 위치 등이 변수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은 4월24일 수원 KT전 등판 이후 ABS 판정 정확도에 문제를 제기했다.ⓒ연합뉴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ed Ball-strike System), 약칭 ABS는 2024년 프로야구 KBO리그의 최대 화제작이다. 오랫동안 사람 심판의 전유물이던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올해부터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많은 야구팬은 “판정이 공정해졌다”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향신문〉 5월2일 칼럼은 ABS에 대해 “모든 전통적 시스템은 기득권에 유리하게 작동하기 마련이다. (볼 판정에서 심판의 심리적) 편향이 제거되니 젊은 선수들이 활약한다”라고 썼다. 정치권에서도 말을 보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소셜미디어에서 이 칼럼을 소개하며 “객관성과 합리성이 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ABS에는 ‘기계적 계측’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실제 야구장에서 적용됐던 존은 야구 규칙에 정의된 존과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시사IN〉 제863호 ‘로봇 심판이 온다, 투·타 누구에게 유리?’ 기사 참조). ABS도 야구 규칙 정의와는 다른 존을 채택하고 있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새로운 존에 적응해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받은 셈이다.

그런데 ABS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장마다 존이 달라진다”라는 주장이다. 복수의 구단과 선수가 이런 말을 한다. 물론 사람의 감각이 착오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KBO리그보다 먼저 ABS를 채택한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도 똑같이 제기됐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해 8월 보도에서 “구장마다 존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라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소속 유망주 카일 만사르도의 말을 소개했다. 기사는 “만사르도만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비슷한 시스템에 관해 여러 사람이 다른 시간대와 장소에서 같은 말을 한다면 경청할 가치가 있다.

‘기계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은 구장마다 달라질 수 있을까. 신동윤 한국야구학회 이사에게 물어봤다. 신 이사는 투구와 타구를 쫓는 트래킹시스템 전문가로 현재 KBO리그 구단에서 사용 중인 시스템 구축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ABS는 PTS라는 트래킹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트래킹시스템이 구장마다 쏠림현상을 보이는 것은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PTS는 미국 스포츠비전사에서 제작한 시스템으로, 카메라 3대를 이용해 투구를 추적한다. 한국에서는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가 운영하고 있다. ABS 이전에는 심판들의 존 판정 평가를 위해 사용됐다. PTS는 2006년부터 ‘피치f/x’라는 이름으로 메이저리그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레이더 기반 시스템인 ‘트랙맨’, 카메라 15대를 사용하는 ‘호크아이’가 등장했다.

PTS는 카메라 화면 안에서 공이 어디에 있는지 인식하고 추적한다. 영상 좌푯값은 2차원(2D)이지만, 실제 야구공 좌표는 3차원(3D)이다. 그래서 서로 다른 시점 카메라 영상으로 3D 좌표를 얻고, 이를 다시 실제 야구장 내 좌표와 일치시키는 변환 작업(World Coordinate Conversion)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카메라가 인식한 영상 좌푯값과 야구장 내 특정 지점 사이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트래킹시스템에서는 홈플레이트 꼭짓점, 마운드의 중앙, 그리고 이 둘을 잇는 직선상의 임의 좌표가 영상 좌표계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입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류현진이 ABS에 불만을 드러낸 이유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위칫값이 잘못 입력될 수 있고 변환 작업에서 계산오차가 특정한 조건에서 증폭될 수 있다. 오류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해 10월24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허구연 KBO 총재가 ABS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첫째, 사람의 실수. 시스템 운영자는 통상 경기 전 야구장 내 특정 지점을 카메라로 찍어 ‘영점’을 맞춘다. 영점을 잘못 맞추면 ‘쏠림’이 생긴다. 영점을 자동 조정하는 시스템의 경우 특정 위치인식에 오류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둘째, 그라운드 변수. 좌표 변환은 그라운드가 완전히 평평하고 그라운드 내 모든 위치가 홈플레이트 꼭짓점과 정확히 같은 높이에 있다고 가정한다. 마운드도 야구 규칙·규정과 일치한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실제 그라운드 조건이 규정과 다르다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트래킹시스템에는 마운드 높이를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하지만 입력값과 실젯값이 다를 수도 있다.

셋째, 센서 위치 정보. 센서가 수집한 정보가 정확해도 센서가 위치한 정보에 오차가 있으면 좌표변환 결과에도 오차가 생긴다. 야구장은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온도나 습도에 따라 센서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수축하거나 팽창한다. 처음에 설치했을 때 정확했던 위치 정보가 운영 기간 중에 달라질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진동 때문에 위치가 틀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매 경기 전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특정 경기장의 센서 위치가 나머지 경기장과 다르고 경기장 사정으로 최적 위치를 벗어나 있다면 ‘쏠림’이 나타난다.

이런 이유로 메이저리그에서 운영한 여러 트래킹시스템은 도입 초기에 오류가 빈번하게 나타났다. 가장 최근에 도입한 호크아이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는 정식 도입 1년 전 모든 구장에 이 시스템을 설치하고 오류를 조정한 뒤 정식 서비스를 했다.

ABS를 운영하는 스포츠투아이는 “홈플레이트를 기준으로 좌표 측정을 설정하기 때문에 구장마다 다를 수 없다”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스포츠투아이의 설명이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이론적’으로 살펴본 것처럼 운영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어떤 시스템이든 도입 첫해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야구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스트라이크존 문제인 만큼 철저하고 일상적인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위의 문제는 시스템 자체의 정확도나 정밀도가 아닌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시스템에 요구되는 정확도 문제도 있다. 카메라 화면은 픽셀(화소)이 최소 단위다. 그런데 야구공 하나가 차지하는 픽셀 수는 많지 않다. 찰영된 공에 잔상이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픽셀 몇 개 단위 오차는 생길 수 있다. 피치f/x 시대 메이저리그에서 관습적인 허용오차는 1인치(2.5㎝) 정도였다. 야구공 지름의 35%가량이다. 투구를 추적하고 분석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완벽하지 않지만 사람 눈보다는 휠씬 정확한 수준이다. 그런데 예민한 존 판정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한화 이글스 투수 류현진은 4월24일 수원 KT전 등판 이후 ABS 판정 정확도에 대해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KBO는 다음 날 보도자료를 내고 “류현진이 등판한 해당 경기 3회 말 KT 조용호의 타석 3구째는 ABS 중간 존 하단을 0.15㎝로 통과했지만, ABS 존 하단을 0.78㎝ 차이로 통과하지 못해 볼 판정을 받았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과거 메이저리그가 같은 시스템을 사용할 때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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