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경고등] 폐원 위기서 다시 문 연 남한산성 유치원…불안감은 여전

최종호 2024. 5. 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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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주 남한산초교 병설 유치원, '36년만에 휴원' 후 다양한 자연 활동으로 재개원
남한산초교도 '혁신 교육'으로 폐교 모면…"학교 노력만으로는 한계, 결국 출산율 올라야 해결"

(경기광주=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남한산 능선 따라 이어진 남한산성의 안쪽 분지에 들어선 작은 산성마을의 유치원이 원생 부족으로 휴원했다가 반년 만에 다시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남한산초교(왼쪽 건물)와 병설 유치원(오른쪽 건물) [촬영 최종호]

많은 유치원이 휴원에서 폐원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밟는 가운데 이 유치원은 교직원과 학부모가 머리를 맞대 지역 특색을 살린 자연 친화적인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이를 널리 알려 재개원을 이뤄냈다.

앞서 이 유치원과 함께 있는 초등학교도 폐교 직전에서 되살아난 전례가 있어서 지방소멸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시기에 눈길을 끈다.

개원 36년 만에 첫 휴원…반년 만에 원생 2→6명 '재개원'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면 산성리에 자리 잡고 있는 남한산초등학교와 병설 유치원.

많은 차량이 오가는 대로가 없고, 주변이 온통 초록이어서 아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부족으로 유치원은 2022년 9월 1일 휴원했다.

1986년 문을 연 이후 처음 휴원한 것으로, 당시 원생은 2명이 전부였다.

폐원 위기에서 교직원들은 병설 유치원이라는 특성과 남한산에 둘러싸인 지역 특색을 접목한 교육과정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생태 소양을 형성하는 숲속학교와 산성 순례, 숲 산책, 텃밭 가꾸기, 단오놀이, 목공·도예를 비롯한 체험활동을 하는 계절학교 등 도심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은 남한산초교에서 진행하던 것으로 병설 유치원의 특성을 살려 초등학교·유치원 연계 활동으로 꾸몄다.

유치원 임소진 교사는 "일반적인 병설 유치원에서는 입학식이나 졸업식 정도만 초등학교와 연계해서 하는데 남한산초교와 유치원은 매달 연계 활동이 있다"며 "초등학생들과 원생들이 서로 어울리며 함께 자라난다"고 말했다.

병설 유치원의 단점으로 꼽히는 긴 방학 기간과 이 기간 부족한 활동 개선에도 나서 유치원에 등원하지 않는 기간은 여름에 1주, 겨울에 2주로 최소화하고 물놀이와 생태 숲 놀이 등 방학 기간 활동을 내실화했다.

남한산초교 학부모회도 힘을 보탰다.

학부모회는 "유치원 동생들이 운동장을 뛰놀고 숲 산책을 하는 모습이 초등학생들에게 행복을 주고 동생들을 보살피는 나눔의 마음을 갖게 한다"며 재개원을 위해 유치원을 알리는 입학 안내물을 제작, 배포했다.

그 결과 원생 수가 6명으로 늘어 휴원 반년만인 지난해 3월 재개원했다.

남한산초교 병설 유치원의 '방과 후 음악 활동' [촬영 최종호]

'경기 1호 혁신학교' 남한산초교도 폐교 위기 극복

유치원에 앞서 남한산초교도 폐교 위기를 극복해냈다.

1912년 개교한 남한산초교는 2000년에 전교생이 3학급, 26명으로 감소하면서 폐교가 거론됐다.

이에 교직원들은 학교를 살리고자 교육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하기로 하고 대안학교 형태로 학교 개혁을 시작했다. 경기도 1호 혁신학교인 셈이다.

먼저 40분 수업 후 10분 휴식이라는 기존 수업 방식으로는 학생들의 심화수업이 어렵다고 보고 80분 수업을 한 뒤 30분을 쉬는 '블록제 수업'을 도입했다.

수업은 학생들이 지겹다고 느끼지 않도록 하고자 토론과 놀이, 활동 중심으로 꾸몄다.

특별활동 시간에는 외부 강사와 학부모들을 초빙해 목공, 도자기, 염색, 연극 등 여러 문화 체험기회를 제공했고, 대금과 가야금 등 국악기를 한 가지씩 다룰 수 있도록 가르쳤다.

남한산초교만의 교육과정이 알려지자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타지에서 이 학교 부근으로 집을 옮기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학생이 늘어 한때 전교생이 200명 가까이 되기도 했다.

남한산초교 강은경 교장은 "지금도 우리 학교의 중심은 어린이들로, 이들의 학습 리듬을 고려해 학습 일정을 짠다"며 "산속에서 매일 숲을 보면서 배움과 나눔으로 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산초교의 또 다른 특징은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남한산한마당, 산성 순례, 단오놀이, 계절학교 등 교육 과정에 강사를 비롯한 다양한 역할로 함께 한다.

강 교장은 "삶의 공간으로서 학교라는 커다란 교육적 지향을 담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단순히 학교를 돕는다는 소극적 관점이 아닌 학교 운영의 주체로서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쉽지 않은 미래…"지역 특성 살려 교육여건 개선해야"

지난 14일 오후 병설 유치원 어린이 5명은 교사 2명과 함께 방과 후 활동으로 유치원 인근에서 텃밭 가꾸기를 했다.

남한산초교 병설 유치원의 '방과 후 텃밭 가꾸기' [촬영 최종호]

물조리개 3개에 물을 채운 뒤 돌아가면서 지난달에 심은 감자와 토마토에 물을 주고선 수령이 210년인 텃밭 옆 느티나무 앞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수박을 간식으로 먹었다.

임소진 교사는 "7살 3명, 6살 1명, 5살이 2명인데 오늘은 1명이 집안 사정으로 일찍 귀가했다"며 "텃밭 가꾸기와 산책, 책 읽기, 음악·체육 프로그램 등의 방과 후 활동을 하는 데 학부모, 주민들이 강사나 인솔자로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7살 3명이 졸업 예정인 내년이 걱정이다.

내년에 1명이 입학 예정이고 입학 상담도 간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남한산초교 역시 학생 수가 많이 줄었다.

2020년 118명이던 학생 수는 이듬해 106명으로 줄더니 2022년 99명, 2023년 92명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2명이 늘어 94명이다.

강 교장은 "학생 수 감소를 막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소통, 협력이 필요하다"며 "작은 학교의 지속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통합적 지원 전략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그는 "다만, 학생 수 감소 추세를 보면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에 부딪힐 것 같다"며 "결국 출산율이 올라야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 교사는 "교육 당국이 교육여건 개선 사업을 펴고 있는데 사업 대상을 정할 때 자연환경이나 문화재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지역적 특성의 비중을 늘린다면 우리 유치원과 같은 소규모 유치원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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