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도 시큰둥… 새 먹거리 찾는 건설업계

김창성 기자 2024. 5. 25. 05: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택 착공 실종… '금리·자재·규제' 3중고에 시장 찬바람
주택사업 의존도 낮춰 친환경 미래 사업 등 발굴 주력
주택 경기 불황에 건설업체의 착공 실적이 크게 줄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최근 대형 건설업체의 사업 전략이 바뀌었다. 각종 소송도 불사하며 서울 강남에서 벌이던 치열한 재건축 수주 경쟁도 옛말이 됐다. 건설경기 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고 이른바 '돈 되는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주 먹거리였던 주택 사업의 경우도 사업성이 보장된 선별 수주에 공을 들이면서 최근 주택 공급 인허가·착공 실적 등도 줄었다. 주택 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미래 신 먹거리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불황 장기화에 사업성 우려… 주택 착공 감소


국토교통부의 '주택건설실적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주택 공급 인허가 실적은 42만8744가구, 착공 24만2188가구, 준공 43만6055가구다.

주택 착공의 경우 2005~2022년 연평균 실적 대비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 연평균 주택 공급 실적은 2005~2022년 기준 인허가 52만4000가구다. 착공은 44만2000가구, 준공 42만8000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평균 대비 착공 실적은 54.8%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 46.4%(20만5000가구)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세부적으로 지난해 기준 연평균 대비 수도권 주택 공급 실적은 인허가 77.9%, 착공 54.3%다. 비수도권은 인허가 85.9%, 착공 51.6%로 조사됐다. 비수도권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인허가 대비 저조한 착공 실적을 기록했다.

주택 공급 감소의 주요인은 금리 인상과 공사비 증가,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사업성 악화가 꼽힌다. 2022년 주요 원자재인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이 각 20%를 상회하는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 정비사업 조합과의 갈등도 불거졌다. 각 건설업체에서는 주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라 공사비 인상 요인이 발생한 만큼 충분한 공사비 확보를 원하지만 조합은 추가 분담금을 우려해 거부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주택사업 의존도를 줄이며 미래 새 먹거리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구미시 광역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최근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건설업체와 조합의 공사비 갈등이 불거지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조차 수주에 나서지 않는 것 역시 이 같은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계속해서 공사 수익이 줄고 대형 사업이라도 선뜻 수주에 나서기 쉽지 않아 강남이라고 해도 선별 수주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먹거리 구축한 건설업계


주택산업이 위축돼 수익성이 떨어지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다양한 고민에 빠졌던 건설업계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주택사업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유기성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사업에 속도를 내며 매출처 다변화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올 초 구미시 광역 통합 바이오가스화 시설 민간투자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 절차에 돌입했다.

해당 사업은 경북 칠곡군 소재 구미하수처리장 내 음식물류 폐기물, 하수찌꺼기, 분뇨 처리시설을 재건설하고 하루 475톤의 유기성 폐기물에서 생산한 바이오가스를 고질화해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폐기물을 자원화하기 위한 연구개발과 투자에도 매진해왔다.
건설업계가 미래 도약을 위한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은 SK에코플랜트의 CSRO 하수처리장 파일럿테스트 내부 공정. /사진=SK에코플랜트
환경부 주관 국책연구사업의 일환으로 현대건설이 건설하고 2016년부터 운영 중인 충주 음식물바이오에너지센터는 국내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 특성에 최적화된 순수 독자 기술이며 하루 80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원료로 순도 99.99% 이상의 수소를 생산해 인근 수소융복합충전소에서 수소차의 연료로 공급한다.

국내 최초로 추진한 민간투자형 통합 바이오가스화 사업인 시흥시 클린에너지센터의 경우 오는 6월 완공한 뒤 20년 동안 운영하게 된다.

SK에코플랜트는 올 초 순차적순환공정역삼투막(CSRO) 관련 특허와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 CSRO는 역삼투막에 공급되는 하·폐수를 정방향·역방향으로 순차 전환해 농축수를 공정 내에서 재순환 시키는 기술이다. 역삼투막은 방류수의 화학물질이나 이물질 등을 걸러내는 필터 역할을 한다.

SK에코플랜트는 운영 중인 하수처리장에 CSRO를 적용, 파일럿 실증을 진행한 결과 최대 회수율 97%를 달성했다. 기존 기술 대비 10% 이상의 전력 사용량 절감 효과도 거뒀다. 올해부터 CSRO 기술의 사업화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주요 고객사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폐수 공정 회수율 증대, 전력·세정 약품 사용량 절감 등 CSRO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로도 확산시킬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는 중국 건설업체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 이집트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프로젝트 공동개발에도 착수했다.
건설업계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며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운영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시설.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해당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두 회사는 태양광 500MW, 육상풍력 278MW 등 총 778MW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구축한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력은 블룸에너지 고체산화물 수전해기(SOEC)를 비롯한 250MW 규모의 수전해기를 통해 물에서 그린수소를 뽑아낸다. 그린수소는 저장과 운송이 용이한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해 수출을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전기차 충전사업을 정조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환경부에서 주관한 '2024년 전기자동차 충전 보조금 지원 사업자'로 선정돼 미래 친환경 새 먹거리 사업을 본궤도에 올렸다. 2020년 9월 전기차 충전 사업 등록을 완료한 이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정부 전기차 보조금 지원 사업자로 선정돼 관련 신사업이 안정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전기차 충전소 약 4500여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는 누적 운영 7000여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