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이근 대위가 말하는 우크라이나…F-16, 전황 바꿀까?

이승윤 2024. 5. 25.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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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드론"
"F-16 참전으로 이제 전쟁에 새로운 국면 열릴 것"
2022년 말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이근 대위에 훈장 수여

이근 예비역 대위는 여러 가지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지만, 군사 분야 전문가란 점에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종군 기자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이후 현지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재미한인 자원봉사자를 통해 국제 의용군으로 자원 입대한 이근 대위가 큰 부상을 입고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시까지 행적이 묘연했던 이근 대위와 2022년 5월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며 우크라이나 전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래서 의용군으로 지원하면 안 된다는 점을 집중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2/0001744088?sid=104

최근 이근 대위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지금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동료들과 연락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쟁에 실제 참여했던 군사 전문가로서 그의 견해를 물어봤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드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만난 러시아 군 드론은 정찰용, 자살용 크게 두 가지였다고 합니다. 드론 전력으로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러시아가 워낙 우세하다 보니 하늘에 드론이 떠 있으면 적이려니 생각하고 조심해야 했다고 합니다.

자살용은 바로 하늘에서 땅으로 돌격하니까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찰용 드론이 안 무서웠느냐?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정찰용 드론이 왔다 가면 좀 있다 정확히 자신이 서 있던 곳으로 포격이 쏟아져서 아주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고 합니다. 이근 대위는 전쟁 중 여러 차례 죽을 위기를 넘겼는데, 한번은 전날 정찰했던 곳을 또 정찰하고 있는데 그 곳으로 포탄이 떨어져 정말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진흙 속에 포탄이 묻혀 폭발하지 않는 바람에 운 좋게 살아남은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비행거리가 긴 드론은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전쟁 전에 우크라이나에 가 있었다가 재미한인 자원봉사자를 통해 폴란드로 탈출한 '모지리'라는 채널 이름을 가진 유튜버는 우크라이나 아파트에서 밤에 창문을 열어놓고 흡연을 하면서 '등화관제'를 어겼더니 귀신같이 러시아 드론이 와서 자신을 살펴보더라는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모지리'가 들려줬던 이야기도 자세히 보도해 드린 바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2/0001743387?sid=104

러시아에 제공권을 장악당해 고전했던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이근 대위는 기본적으로 우리 국군과 미군에서는 적의 화력을 무력화시킬 때 공중에서 화력을 쏟아부어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 지상군이 남은 적의 전력을 확인하고 공습 지점을 알려주는 작전이 익숙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은 러시아 공군이 제공권을 장악하고 있어서 비행기가 지나가면 러시아 군이려니 했답니다. 그래서 탱크는 원래 비행기가 잡아줘야 하는데 이근 대위 팀에서 재블린 등 공격 무기를 가져가서 '직접 타격' 임무를 수행했다고 합니다.
재블린 등 화기가 상당히 무거워서 스태프들이 고생했다고 하는데 이근 대위는 팀장이라 재블린을 직접 나르진 않았지만, 스태프들과 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느린 속도를 보며 상당히 무기가 무겁다는 걸 실감했다고 합니다.

F-16 참전으로 이제 전쟁에 새로운 국면 열릴 것

이근 대위는 F-16의 가세로 제공권을 장악당했던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소식통에 따르면, F-16 파일럿들은 사실 지난해 말에 우크라이나에 들어갔는데,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에서 제공해주는 F-16 기체가 공급돼 파일럿들과 만나 본격적인 공격에 나서게 된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 제공 의사를 밝힌 나라는 19대를 보내기로 한 덴마크와 24대를 보내는 네덜란드, 22대를 보내는 노르웨이, 벨기에이며, 모두 60대 이상의 규모가 될 전망인데, 폴란드는 F-16 전투기에 대한 유지 보수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입니다.

주로 각자 운용한 지 오래된 F-16을 퇴역시키고 F-35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나라들입니다.

중·단거리 미사일과 폭탄을 장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F-16 전투기가 전장에 투입되면 탄약 등 군수품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 군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물론 우크라이나가 제공권 균형을 위해 요구하는 F-16 규모 대수는 120~130대 정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예정인 만큼, 여름까지는 러시아 군의 공세에 우크라이나 군이 어렵게 버티다가 가을, 겨울부터는 본격적인 반격을 이뤄낼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F-16 전투기를 핵무기 운반 장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전술핵무기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입니다.

2022년 말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이근 대위에 훈장 수여

이근 대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활약한 것 자체는 팩트입니다.

우크라이나 현지에 있었던 분들을 통해 제가 여러 경로로 확인했던 사안입니다.

2022년 말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이 방한했는데 이근 대위와 배우자를 초청해서 훈장을 수여한 것은 이근 대위가 제공한 사진을 통해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나갈 때 이근 대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우리 정부에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었습니다.

2022년 3월 이근 대위를 따라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에 불법 입국해 14일간 체류했던 39살 A 씨가 최근 광주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도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던 것도 이근 대위가 전쟁에 참전한 증거이기도 합니다.

해군특수전전단(UDT) 등에서 이근 대위와 함께 군 생활을 한 A 씨는 우크라이나 의용군에 참여하기 위해, 외교부가 치안 상황 불안을 이유로 우크라이나를 여권 사용 제한 대상 국가로 지정했음에도 불법 입국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게 됐습니다.
이근 대위는 이후 카타르에서 군사 컨설팅 요청을 받았는데 우크라이나 참전 관련해 여권법 위반으로 인해 여권이 없어서 출국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미국, 독일 최신 전차도 고전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포클로나야 언덕에 있는 전쟁박물관 광장에서 '러시아군 전리품'이라는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M1A1 에이브럼스 전차'를 비롯해 호주, 영국, 독일 등의 레오파르트 전차와 장갑차 등 총 34점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큰 마음 먹고 지원해준 에이브럼스 전차가 러시아 군에 노획돼 모스크바 광장에 전시돼 있을 정도로 이번 전쟁에서는 전차가 그다지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라스푸티챠'라 부르는 뻘밭에서 맥을 못 추기는 러시아 전차도, 독일이 자랑하는 레오파르트 전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레오파르트 전차는 진흙탕 언덕도 미끄러지는 등 생각보다 맥을 못추고 있는 모습이라 우크라이나 군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숙련된 전투 인력인데 그게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 군은 완전히 지쳤는데…

우크라이나 현지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눈이 풀린 게 보인다고 합니다. 러시아 병력은 지치면 로테이션으로 후방으로 배치되고, 재충전을 마친 새 병력이 전선에 투입되는데 우크라이나 군은 이제 인력이 바닥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구호 물자를 전달하는 역할만 맡아도 우크라이나 남성은 징집을 면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들마저도 징집해서 데려갈 정도로 우크라이나 군 자원이 모자라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국력의 차이에서 오는 '체급 차' 부담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키이우는 아직 안전하지만 이지움은 위태롭다

우크라이나 이지움
러시아 군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여러 도시가 위태로워졌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군이 어렵게 탈환한 이지움에는 폭격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뤄지면서 정말 위험해졌다고 합니다.
수도인 키이우는 아직 안전하다고 하는데, 원거리에서 툭하면 날아와 인명피해를 가져오는 드론 공격 때문에 그 누구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북한 근로자 11만 명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파견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북한제 단거리 미사일인 KN-23 60기 등 북한 무기가 러시아로 수출돼 우크라이나 군을 때리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근로자들까지 하루하루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전장에 투입되는 비극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YTN 이승윤 (risungyoon@ytn.co.kr)

이슈기획팀장

전 우크라이나 전쟁 종군 기자

미국 시라큐스대학 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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