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 전세’를 아십니까? 모르고 거래하면 당신도 ‘먹잇감’

김경민 서울대 교수·도시계획전공 2024. 5. 2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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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경민의 부트캠프]
대규모 전세 사기 후폭풍 부동산 시장에 영향은? <下>
서울 광진구 일대 빌라촌 모습. 다가구와 다세대의 차이, 그리고 전입 신고 관련 이슈가 전세 사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야 전세 사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뉴스1

지난 회에 이어 전세 사기 이슈를 짚어보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다가구와 다세대의 차이를 알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전입 신고 관련 이슈가 전세 사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른다면 독자도 전세 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가구와 다세대는 대표적인 빌라 유형이다. 건물 외관만 보면 다가구인지 다세대인지를 구별하기 힘들다. 다세대는 각 호가 개별 등기 된다. 즉, 101호와 202호 등이 전혀 다른 물건으로 등록된다. 따라서 3층 빌라에 한 층마다 두 호씩 존재한다면, 다세대 건물의 경우, 주택이 총 6개 존재한다.

그런데 3층 빌라에 1층마다 2개호씩 존재하더라도, 건물 자체가 다가구로 등록되어 있다면 주택 수는 6채가 아니라 1채에 불과하다. 따라서 다가구 건물은 건물 내부에 여러 호가 존재하더라도 단 하나의 주택으로 등록될 뿐이다.

다가구가 전세 사기의 집중 표적이 된 까닭은 법적·행정적 맹점 때문이다. 21세기 IT 강국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존재한다는 것이 창피할 정도로 이 맹점은 심각하다.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가 다세대 주택의 101호 전세를 구한다고 치자. 인터넷에서 등기부 등본부터 떼어 봐야 한다. 선순위 대출이 있는지, 다른 전세 계약이 존재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세입자가 다가구 주택 101호의 등기부 등본을 인터넷에서 발급받는 경우, “절대 절대” 인터넷 등기부 등본을 믿어서는 안 된다. 어처구니없게도 다가구는 한 건물이기에, 해당 등기부 등본에 다른 호수가 전세권 설정을 하지 않는 한, 102호 전세 계약, 201호 전세 계약 여부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집주인은 세입자의 전세권을 허락하지 않는다.

다가구 전세 사기의 경우, 건축주와 중개인이 공모하여 사기를 치는데, 다가구 102호, 201호 등에 엄청난 전세를 들여놓고, 101호 세입자에게는 “다른 호에는 전세금이 설정된 게 없다. 당신에게만 전세를 주는 것이니 안심하라”고 속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리고 세입자는 인터넷상에서의 등본에는 다른 호수의 전세 계약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믿고 계약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다른 호수에 건물 가치 이상의 전세금이 설정되어 있다면, 경매에 들어가는 순간 후순위인 101호 세입자는 전세금을 날리게 된다.

해당 세입자가 다가구의 다른 세입자 계약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전세 계약 전, 집주인의 동의를 얻어서 주민센터에서 확인을 하거나, 아니면 계약 후, 주민센터에서 ‘임대차 정보 제공 요청서’를 출력하는 것이다. 집주인이 전세 사기를 칠 요량이면, 전세 계약 전 동의를 할 리 만무하다. IT 강국에서 다가구 주택의 다른 호수 임대차 계약 여부를 주민센터에 방문해야 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이고, 빌라에서 터지는 전세 사기의 많은 부분이 다가구인 이유다.

다가구 빌라 주택은 전세 세입자 입장에서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 등기부등본에는 전세 계약 현황이 나타나지 않는다. 전세 계약 전 집주인 동의를 얻어 주민센터에서 확인을 하거나, 계약 후 주민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빌라 밀집 지역. /이태경 기자

즉, 다가구와 다세대의 차이를 모르는 독자 그리고 다가구의 인터넷 등기를 믿는 독자는 전세 사기의 먹잇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전세 사기에 당하느냐?’라는 질문을 해서도 안 된다. 100년 전부터 전세 사기가 존재한 국가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를 수수방관했기 때문이다.

전입신고는 더 심각한 문제다. 빌라뿐 아니라 타워팰리스를 포함한 모든 주택이 전세 사기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만약 전세 계약을 오전에 하고 오후에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전입신고를 한다고 치자. 그럼 효력은 당일이 아니라 익일 발생한다. 전세 사기꾼들은 이 시차를 악용한다.

즉, 오전에 전세 계약을 한 후, 모든 서류를 갖춰서 당일 오후 은행을 방문하여 대출을 일으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전세 계약을 오전에 하고 전입신고(+확정일자)도 당일 했더라도 세입자의 권리는 다음 날부터 발생하게 되기에, 당일 오후 대출을 해준 은행이 선순위가 된다. 세입자는 본인이 선순위, 은행이 후순위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현실은 정반대다. 전입신고 효력 발생일이 계약일 다음이 되는 문제 역시 충분히 고칠 수 있음에도 방치되고 있다.

따라서 다가구의 인터넷 등기 문제와 모든 주택의 전입신고 효력 발생 시점을 몰랐다면, 본인도 전세 사기에서 절대 안전하지 않다. 전세 사기 피해자의 70% 이상인 젊은 세대가 계약 관계를 찬찬히 살피지 못했다고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법적 맹점을 열어놓은 상황, 즉 정부 잘못이 존재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들을 바라봐야 한다. 전세 사기로 이혼하고 가정이 깨진 사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전세 사기의 80% 이상이 빌라와 오피스텔에서 터지는 상황은 주택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은 아파트가 절반, 빌라가 전체 주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빌라포비아’가 생겨날 정도로, 임차인들은 빌라를 외면하고 있다. 이들의 선택은 월세를 살든지 좀 더 안전한 아파트 임차 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파트 전세 가격은 인플레이션의 고착화, 현격하게 줄어든 입주 물량 그리고 빌라포비아, 3종 세트에 의해서 2023년 1월부터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토지 가격은 여전히 높으며 시공비와 개발 금융비는 어마어마하게 상승했다. 이 상황에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 역시 인허가와 입주 물량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빌라포비아가 잠잠해지면 서민들은 다시 빌라 임차를 구하려 할 수 있고, 이 경우 신축 빌라 부족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빌라 임차 가격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으며, 수요자는 ‘이 가격에 빌라에 사느니, 아파트에 살지’라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전세 사기라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꼬리가 시장 전체를 흔드는 현상)’는 빌라뿐 아니라 아파트 시장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폭풍으로 몸집을 키우는 중이다.

※부동산 트렌드에 대해 궁금한 점을 jumal@chosun.com으로 보내주시면 김경민 서울대 교수가 골라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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