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이슬람 신정체제…절대권력 최고지도자 세습되나
이란 대통령 사망, 향후 정국
이란 헌법 131조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 시에 부통령이 권한 대행을 하게 되고 50일 이내에 보궐대선을 치르게 된다. 이에 따라 모함마드 모크베르 부통령이 즉각 대통령 대행으로 취임했고, 6월 28일 대선투표가 치러진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누가 이란의 새 대통령이 될 것인가, 실권을 가진 최고지도자의 후계구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란 내부의 여론 향방과 개혁과 민주화를 바라는 젊은 세대들의 요구가 어떤 형태로 표출될 것인가 등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번에도 차기 대통령은 보수파가 집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로써는 대통령 대행을 맡고 있는 모함마드 모크베르와 국회의장인 모함마드 바게르 칼리바프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모크베르는 금융 대기업 경영자 출신의 경제통 부통령으로 젊은 층의 뉴리더십 욕구에 적합한 측면이 있고, 테헤란 시장 출신의 칼리바프는 행정 경험과 함께 경찰청장과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을 맡아 주류 보수층의 단단한 지지기반을 갖고 있다. 전직 개혁 대통령 로하니 정부 당시 제1 부통령을 지낸 에스하그 자항기리의 출마설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도 개혁적 인사의 출마는 여러 가지 제약을 받게 될 것이다. 최고지도자 산하의 후보검증위원회에서 이슬람 성향이나 도덕성, 혁명정부와의 관계 등을 정밀 심사하여 개혁파는 대거 탈락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헌법 111조에 따라 최고지도자 선출의 명실상부한 기구는 ‘전문가위원회’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성직 계통의 가장 명망 있는 88명의 위원들이 국민들에 의해 직접 선출된다.
급작스러운 변고에도 이란의 이슬람 신정체제의 붕괴를 예상하는 전문가는 아직 극소수다. 아이러니하게도 강경 보수세력들의 권력 붕괴를 가장 바라지 않는 나라가 미국일지도 모른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온건 아랍 산유국들과 이스라엘 사이에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상호 전략적 경제·군사 협력체를 만들어 놓고 중동에서의 국익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 미국 외교의 기본이라고 한다면, 이란이라는 강력한 적대세력이 당분간 건재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란 내부에서는 45년 이슬람 신정 체제에 대한 실망과 염증, 가혹한 경제제재로 인한 극심한 민생파탄 문제로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적 상황의 호전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이 절대적이다. 당분간 신정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정부만은 개혁적 정권이 등장해 미국과의 화해와 핵 협상을 통한 경제 제재의 완화를 시작으로 점진적인 개혁, 개방을 이루어가는 것이 지금 이란에 꼭 필요한 과제이고 희망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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