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빈티지는 35억… 맥캘란 팔아서 집을 샀다고?

김지호 기자 2024. 5. 25.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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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김지호 기자의 위스키디아]
스코틀랜드 맥캘란 증류소 아카이브 공간에 전시된 '맥캘란 1926년' 발레리오 아다미 에디션. /김지호 기자

해마다 맥캘란 18년을 선물 받은 남성이 위스키를 팔아 집을 샀다. 그가 판매한 맥캘란 28병 세트가 주택 마련 종잣돈이 된 것이다. 1992년 영국 톤턴에서 태어난 매슈 롭슨의 이야기다.

매슈 롭슨은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아버지 피트 롭슨에게 위스키를 선물로 받았다. 피트는 “위스키를 절대 따서 마시면 안 된다”는 지침과 함께 아들에게 술을 선물했다. 처음에는 투자보다 단순 재미의 목적이 더 컸다. 피트는 아들이 18세 생일을 맞는 날, 18병의 18년 숙성 스카치를 갖게 되면 재밌을 것이라는 생각에 위스키를 사기 시작했다. 그가 아들의 18세 생일 이후로도 계속 위스키를 선물한 것은 행운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맥캘란 18년은 그 가치가 점점 올라갔다.

근 10년 동안 셰리 위스키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중 맥캘란은 셰리 위스키의 보증수표와 같은 역할을 했다. 누구나 맥캘란을 찾기 시작했고, 수요 대비 공급량은 턱없이 모자랐다. 그렇게 2020년, 매슈가 선물 받은 위스키 28병은 약 4만파운드에 거래됐다. 맥캘란 18년의 국내 출시가는 몇 년 사이 26만원에서 60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당시 28년간의 수집 범위도 매력이 컸지만, 맥캘란이 가진 브랜드의 힘과 희소성, 싱글몰트의 인기까지 더해 비싸게 매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맥캘란 구매에 쓴 총비용은 5000파운드. 아들이 위스키를 팔아 벌어들인 수입은 약 4만 파운드로 당시 환율로 약 6300만원에 해당한다. 매슈는 아버지의 ‘독특한’ 취향 덕분에 낙수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작년 11월 런던 경매회사 소더비에서는 ‘맥캘란 1926년’이 약 35억원에 거래되면서 세계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빈티지는 1926년에 증류된 뒤, 셰리 오크통에서 60년 동안 숙성된 제품이다. 심지어 1986년엔 단 40병만 출시돼 그 희소성을 더했다. 맥캘란 1926년 빈티지 중 24병의 라벨에는 비틀스의 앨범 표지 기획으로 유명한 ‘피터 블레이크’와 이탈리아 팝 아티스트 ‘발레리오 아다미’의 그림이 담겨 있다. 위스키 애호가뿐만 아니라 예술품 수집가의 감수성까지 건드린 셈이다.

특히 이번에 낙찰된 제품은 발레리오 아다미의 라벨이 붙은 제품이라 그 의미가 더 컸다. 아다미 라벨은 전 세계에 총 12병밖에 없다. 그중 하나는 2011년 동일본 지진 때 파손됐고, 또 한 병은 일본 도쿄에 있는 ‘네모’ 바에서 잔술로 약 3000만원에 판매 중이다. 나머지 10병의 행방은 확인하기 어렵다.

맥캘란 1926년 빈티지의 첫 거래는 1987년 뉴욕 경매장에서 이뤄졌다. 당시 5000파운드에 거래된 맥캘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위스키’라는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이제는 800만원대 위스키가 “억!” 소리 나게 변했다.

위스키계의 롤스로이스로 평가받는 맥캘란은 올해로 200주년을 맞았다. 맥캘란이라는 브랜드는 더 이상 마케팅도 필요 없어 보인다. 이제 위스키 스스로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저기서 돈다발 들고 “나한테 팔아달라”고 줄 서는 게 새롭지도 않다. 매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맥캘란의 병목을 비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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