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의 갈증, 김민종이 한판승으로 끝냈다
유도 최중량급 국가대표 김민종(23·양평군청)이 일을 냈다. 39년 만에 이 체급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경기장을 나오면서 기쁜 감정은 다 지웠다.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올여름 파리 올림픽에서 더 높은 고지를 넘본다.
김민종은 24일(한국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구람 투시슈빌리(29·조지아)를 한판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정상에 오른 건 2018년 73㎏급 안창림과 100㎏급 조구함(이상 은퇴) 이후 6년만. 남자 최중량급 금메달은 1985년 조용철(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다.
김민종이 이번에 우승하리라 예상한 전문가는 드물었다. 가능성은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8강에서 피젤 마리우스(25·슬로바키아)를 발뒤축 후리기 한판, 4강에서 루카스 크르팔렉(34·체코)을 모로걸기 절반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하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결승에서 만난 투시슈빌리는 2018년 세계선수권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강자. 그럼에도 김민종은 올림픽 금메달 2개(리우 100kg급·도쿄 100kg 이상급)를 보유한 크르팔렉을 꺾은 뒤라 자신감이 넘쳤다.
결승에서도 투시슈빌리를 밀어붙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투시슈빌리가 위장 공격 반칙으로 수세에 몰린 점을 역이용, 종료 20여 초 전 승부를 갈랐다. 조급한 투시슈빌리가 어깨로메치기를 시도하자 이를 막아낸 뒤 몸을 짓누르며 가로누르기 기술을 걸어 그대로 한판승을 완성했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그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감격스러운 함성을 내질렀다.
유도 최중량급은 상대적으로 서구 선수들에게 유리한 편이다. 이 체급에서 올림픽 2회 우승과 세계선수권 11회 우승으로 최강자로 군림했던 테디 리네르(35·프랑스)는 키 204㎝에 체중은 140㎏. 김민종은 키(184㎝)가 다소 작은 대신 체중(130㎏)은 밀리지 않는다. 그는 이런 신체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최중량급 선수로는 드물게 업어치기를 연마했다. 무게 중심이 낮아 기술이 걸려도 잘 넘어가지 않으면서 스피드와 순발력이 좋아 상대 힘을 역이용해 메치는 데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김민종은 축산 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부모 밑에서 3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유도계에선 ‘마장동 둘째 아들’로 통한다.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체격과 혈기가 넘쳐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 손에 이끌려 동네 유도장을 찾았고, 초교 6학년 때부터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이름을 날렸다. 아버지 김병준(54)씨는 “살 떨리는 경기를 보며 손에 땀을 쥐고 숨도 안 쉬어졌다”면서 “민종이가 우승하는 순간 펑펑 울었다”고 했다. 김민종은 경기 후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통해 “꼭 파리에서도 노란 것(금메달)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김민종은 보성고 3학년이던 2018년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그해 첫 출전한 세계선수권 100㎏ 이상급 3회전에서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하라사와 히사요시에게 졌지만, 혼성 단체전에선 남북 단일팀으로 동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서는 동메달을 따며 한국 유도 기대주로 떠올랐다. 도쿄 올림픽에선 16강에서 고배를 마셨고,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는 테무르 하리모프(타지키스탄)를 상대로 거친 공격을 하다 되치기당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뒤 눈물을 쏟았던 그는 이제 파리에서 한국 유도 자존심을 되살리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한국 유도는 올림픽에서 2016년 이후 금메달이 없다.
여자 78㎏ 이상급 경기에선 김하윤(안산시청·세계 랭킹 7위)이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김민종과 함께 여자 유도 허미미(22)가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선전을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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