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이 사은품… 이번엔 진짜 가는 거죠?

정상혁 기자 2024. 5. 2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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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눈길 끌고 발목 잡힌
우주행 경품 잔혹史

“‘우주여행 패키지’ 경품 받아가세요.”

국내 안마 의자 브랜드 바디프랜드가 이달 초 희한한 판촉 행사를 시작했다. 자사 제품을 구매·렌털하는 고객 중 추첨해 1등에게 미국 우주 전문 여행사에서 내년 발사 예정인 ‘성층권 여행’ 상품권을 증정하는 것이다. 까마득한 상공에서 2시간 동안 지구를 내려다볼 수 있다. 추첨은 12월. 해당 상품가는 2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미국 항공편과 호텔 숙박권도 포함된다”며 “우주여행에 필요한 등록 대행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 우주선 승객이 창밖으로 개기일식을 바라보는 상상도.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지구인들에게 ‘우주’는 항시 흥분을 촉발하는 키워드. 아무나 못 가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목을 끌어야 한다면 이만한 경품이 없는 셈. 기업마다 ‘우주여행’을 내거는 이유다. 정확히 20년 전, 온라인 쇼핑 업체 KT몰이 포문을 열었다. 개점 행사로 신규 가입자에게 우주여행 경품(미국 스페이스 어드벤처) 응모 기회를 줬다. 9만5000여 명이 몰렸고, 주부 김모(29)씨와 전도사 신모(35)씨가 당첨됐다. 그러나 우주 발사체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여행이 성사되지는 못했고, 대신 경비 1억원에 해당하는 상품을 지급했다고 한다.

2005년에는 IT 회사 오러클이 1등에게 우주여행 기회를 주는 고난도 퀴즈 대회를 열었다. 한국·인도·호주 등에서 2만명이 참가해 만점자만 8000여 명이 나왔다. 행운의 주인공은 당시 울산대 재학생 허재민(23)씨. 이듬해 1월 기자회견장에 우주복까지 갖춰입고 나온 허씨는 “당첨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땐 통신판매 권유인 줄 알았다”면서 “외국에도 한번 못 가봤는데 첫 해외여행이 우주라니”라며 감격에 젖었다. 출발 일정은 2007년, 이대로라면 한국인 최초 우주인 타이틀까지 얻는 상황. 그러나 기술 발전이 지체되며 지구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제 우주는 여느 때보다 가까워졌다. 일론 머스크가 세운 스페이스X는 달나라 여행 ‘디어 문(Dear Moon)’ 프로젝트를 조만간 가동한다. 아이돌 가수 겸 배우 최승현(37)씨가 탑승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 지난 19일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미국 우주 탐사 기업 블루오리진 비행선에 탄 승객 6명이 약 10분간의 우주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착륙했다. 탑승객 중에는 90세 남성도 있었다. 한국 스타트업 우나스텔라 역시 고도 100㎞까지 비행하는 ‘준궤도 우주 여행 서비스’를 목표로 올해 하반기 전남 고흥에서 시험 발사체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될 뻔 했던 허재민씨. /연합뉴스

여행이냐 돈이냐, 다만 현실적 갈등이 우주행(行)을 주저하게 한다. 2009년 롯데백화점이 창립 30주년 고객 사은 행사를 열었다. 1등 경품은 112㎞ 상공에서 3시간을 보내는 무중력 우주 체험. 경쟁률이 100만 대 1이었다. 당첨자는 대구에 사는 30대 여성. 그러나 이 여성이 원한 건 우주여행이 아닌 2억원 상당 백화점 상품권이었다. 백화점 측은 “당첨자가 한 달 정도의 우주 적응 훈련 등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2022년에는 국내 게임회사 엔젤게임즈가 신작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며 우주여행권 추첨 행사를 열었지만 3개월 만에 무산됐다. 엔젤게임즈는 공식 카페를 통해 “당첨자에게 경품 지급을 위한 정보를 요청했으나 마감일까지 회신이 없었다”며 “양도가 불가한 이벤트지만 20만명이 참여한 점을 고려해 더 많은 인원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변경을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바뀐 경품이 ‘아트북’(500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빗발쳤다.

이번에는 다를까? 바디프랜드 측은 “당첨자가 개인 사정 등으로 못 가게 될 경우 재추첨하는 방식으로 꼭 1등을 뽑아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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