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한 땀 한 땀…에르메스 제품은 만드는 과정도 비싸죠
에르메스 기욤 드 센느 부회장 단독 인터뷰
켈리 백 등 제작 공방으로 전시공간 꾸며
디트로이트-싱가포르-교토-멕시코 시티 등 전 세계를 거쳐 10번째 도시인 서울에 도착한 주요 행사인 만큼, 생산·투자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기욤 드 센느 에르메스그룹 부회장이 직접 방한했다. 전시가 시작된 18일 중앙SUNDAY가 단독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전시의 목적은.
A : “에르메스는 매해 테마를 정한다. 2011년 테마가 ‘현대의 장인’이었는데, 대중이 장인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자는 콘셉트로 전시를 진행했다. 당시 관객 반응이 너무 좋아서 이후 전 세계 순환 팝업 전시로 발전시켰다.”
A : “가죽 장인을 예로 들면, 에르메스가 직접 운영하는 학교가 있는데 지원 자격은 따로 없다. 나이나 성별도 전혀 관계 없다. 수작업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체 테스트를 통해 손재주를 보거나 오랜 시간 집중할 수 있는지 등을 우선 살핀다.”
Q : 프랑스 젊은이들이 많이 지원하나.
A : “젊은 친구들도 많지만 30~40대도 많다. 프랑스도 20~30년 전에는 수공예 장인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본인은 원했지만 부모나 교수의 반대로 다른 직업을 택한 사람들이 많다. 금융·영업 등 다른 분야에서 오래 종사했던 그들이 커리어 전환을 위해 많이 지원한다.”
Q : 30~40대에 수공예 장인에 새롭게 도전한다니 놀랍다.
A : “다른 직종에서의 경험이 많은 중년 세대가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면 오히려 공방 분위기는 좋아진다. 그들은 여러 모로 좋은 선배 역할을 한다.”
Q : ‘켈리’ ‘버킨’ 등 브랜드 대표 가방을 장인 한 사람이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A : “가방 구조를 나눠서 분업하면 더 효율적이고 빠를 순 있지만, 우리에겐 수공예품 제작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 증조할아버지인 에밀 에르메스가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군대를 위한 장비를 찾아 미국 포드 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는데, 그는 포드의 작업 시스템을 보고 ‘우리는 절대로 이렇게 하지 않겠다’ 결심했다.(웃음) 이후 품질과 에르메스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한 사람이 하나의 제품을 온전히 다 만드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가방을 완성하면 안감에 자신의 인장을 찍는다. 교육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각자의 인장을 받는 순간이다. 공식 ‘에르메스 장인’이 되었음을 의미하니까.”
Q :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수공예 제품의 가치란.
A : “시계를 예로 들면 요즘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체크한다. 굉장히 정확한 방법이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시계 장인이 만든 복잡한 구성의 아름답고 정교한 무브먼트를 장착한 시계를 구매하고 동경한다. 제품 뒤에 사람이 있고, 그의 재능과 헌신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장인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제품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서 온 장인 11명이 작업 과정 실연
Q : 가죽 스티칭을 체험하던 한 관객이 “바느질이 너무 힘들어 에르메스 백이 비싼 이유를 알겠다”고 하더라.
A : “체험은 방문객에게 흥미를 제공할 뿐 아니라 장인들의 노력과 어려움을 이해할 좋은 기회다. 에르메스 최고 경영자이자 조부인 로베르 뒤마는 ‘에르메스 제품은 비싼 게 아니라 돈이 많이 드는 제품’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것을 부인할 순 없지만, 최상의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실제로 꽤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Q : ‘지구환경 위기’가 심각하다.
A : “브라질에서 많은 물량의 실크를 공급받는데 2년 전 가뭄으로 뽕나무 작황이 좋지 않아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에르메스는 자체 생산 측면에선 탄소 배출이 낮은 기업이지만, 이런 여러 이유로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건물 자체 설계에서 또는 난방용 석유 사용 중단 등 탄소 배출을 줄이는 투자를 꾸준히 하고 있다. 신소재 연구 팀에선 대안 소재를 열심히 찾고 있다. 몇 년 전 버섯을 이용한 신소재 개발을 시도했지만 원하는 품질을 충족시키지 못해 중단했다. 신소재 개발은 우리에게 진정한 도전이다. 품질에 있어 절대 타협하지 않기 때문이다.”
Q : 에르메스의 미래 과제는.
A : “다음 세대에 장인들의 노하우를 물려주고,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 궁궐은 장인정신 집약체…에르메스, 9년째 아름지기 ‘궁궐 복원’ 후원
궁궐은 당대의 규범과 격식을 최대로 갖춘 공간으로 그 안에서 쓰던 모든 물품은 그 시대 최고의 장인정신과 기술력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우리 궁궐은 실내 집기들이 소실되고 낡은 채로 비어 있었다.
2014년 아름지기와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덕수궁 관리소·문화유산국민신탁은 궁궐 전각 내부를 정비하고 과거 궁궐에서 사용했던 기물들을 재현하는 사업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 ‘살아 숨 쉬는 궁궐’을 만들자는 목표였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덕수궁에서 시작됐다. 2015년에는 함녕전의 찬 기운을 누그러뜨려줄 커튼의 일종인 무렴자를 드리우고, 2016년에는 땡볕과 비바람을 막아줄 외주렴을 달고, 2017년에는 왕의 위엄을 상징하는 용교의·오봉병·용문석을 재현했고, 2018년에는 즉조당을 복원하고 가구를 재현했다. 2021년부터는 경복궁 사정전 내부(사진) 집기 재현 사업을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궁궐 전각 내 장인정신이 깃든 기물을 재현 제작해 배치함으로써 배첩장·누비장·매듭장·소목장·입사장 등 장인의 전통기술이 현대로 계승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일반 대중에게는 우리 전통공예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격조 높은 궁중 생활상을 생동감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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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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