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리그 말고 ‘K리그 영상’ 챙겨보는 황기욱 “MF일 땐 기성용 선배, DF인 지금은 창용이 형 영상 보며 공부한다” [이근승의 믹스트존]

이근승 MK스포츠 기자(specialone2387@maekyung.com) 2024. 5. 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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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욱(27·충남아산프로축구단)은 연령별 대표(U-17~23)를 두루 거친 재능이다. 키 185cm, 77kg으로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맡았다. 황기욱은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중앙 수비수, 풀백 등 팀이 필요로 하는 역할이면 무엇이든 해낸다.

황기욱은 FC 서울, AFC 튀비즈(벨기에), 전남 드래곤즈, FC 안양을 거쳤다. 2023시즌을 마치고선 충남아산 스리백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황기욱은 수비 안정만 꾀하지 않는다. 공을 소유했을 땐 미드필더로 변신해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도맡는다. 5월 21일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선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황기욱은 “하루하루 축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황기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 황기욱. 사진=이근승 기자
황기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황기욱. 사진=충남아산프로축구단 제공
Q. 2024시즌 충남아산에서 새 출발을 알렸습니다. 1라운드 로빈 지났잖아요. 충남아산 생활은 어떻습니까.

충남아산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매일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아주 행복해요. 2023시즌 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힘들었어요. 그때 충남아산이 손을 내밀었습니다. 팀이 나를 얼마만큼 신경 써주는지 느끼고 있어요. 정말 감사한 구단입니다.

Q.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어려움, 충남아산에 대한 고마움 등을 언급했는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까.

2023시즌을 마치고 군 복무를 해결하려고 했어요. 뜻대로 안 됐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죠. 충남아산이 그런 제게 손을 내밀어 준 거예요. 훈련장에서나 실전에서나 저를 많이 신뢰해 준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구단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사한 마음입니다.

Q. 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계획입니까.

김천상무에 지원할 수 있는 나이는 지났어요.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면서 몸 관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Q. 입대일은 나왔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 훈련소에 입소해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시작할지 모르는 상태에요. 아마 올 시즌을 마치고 가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러다 보니 잔디 위에서 땀 흘릴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소중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살고 있어요. 훈련장에서나 실전에서나 모든 걸 쏟아내고 있습니다.

U-23 대표팀 시절 황기욱. 사진=대한축구협회
황기욱. 사진=대한축구협회
황기욱(사진 맨 오른쪽). 사진=대한축구협회
Q. 인터뷰 도중에도 고충이 많다는 게 느껴지네요. 화제를 바꿔서 축구 얘기를 좀 해볼게요. 학창 시절부터 중앙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습니다. 충남아산에선 스리백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면 될까요.

저는 축구를 최대한 디테일하게 보려고 해요.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보면 포지션의 개념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포어 리베로’라고 하죠. 경기 중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넘나드는 선수요. 충남아산에선 포어 리베로 역할을 맡는다고 보면 될 듯합니다. 수비 시엔 최대한 수비 안정에 힘을 더하려고 해요.

우리가 공을 소유했을 땐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도맡고자 합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제 몫을 해내는 게 중요해요. 경기 중 전술 변화가 있을 땐 빠르게 이해하고 팀이 새로운 전술에 녹아들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하고요. 감독님이 주문하시는 걸 완벽히 소화할 수 있도록 더 땀 흘려야 합니다.

Q. ‘포어 리베로’란 게 수비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공격력까지 갖춰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 아닙니까. 어릴 적부터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한 게 이와 같은 역할을 맡는 데 도움이 될 듯한데요. 어떻습니까.

어렵게 생각하진 않아요. 어디에서 뛰든 축구는 축구거든요. 말씀 주신 대로 어릴 적부터 한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전남에선 사이드 백, 중앙 수비수,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안양에선 박스 투 박스형 미드필더로 공·수를 쉴 새 없이 넘나들었죠.

어떤 팀에서든 저만의 역할을 주잖아요. 저만의 큰 자산이자 강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떤 역할을 주든 100%를 해낼 수 있도록 계속 땀 흘리겠습니다.

Q. 김현석 감독이 신뢰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는 듯합니다.

정말 많이요. 감독님이 가장 강조하는 게 ‘자신감’입니다.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세요. 선수들을 100% 믿어주십니다. 감독님은 “실수해도 괜찮다. 자신 있게 하라”는 말을 자주 하세요. 그라운드 위에서 100%를 발휘할 수 있도록 조언도 아끼지 않으시고요. 충남아산은 자신감, 믿음, 신뢰가 있는 팀입니다. 지금보다 더 성장할 거예요.

Q. 프로에서 중앙 수비수,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을 오가잖아요. 유럽에서 뛰는 선수 중 롤모델로 삼는 이가 있습니까.

유럽 축구는 잘 안 봐요. K리그 영상을 찾아봅니다. 제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야 할 땐 대선배님이신 기성용 선배 경기 영상을 꼼꼼히 봤어요. 기성용 선배가 수비 시엔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볼 처리를 하는지 유심히 봤죠. 공격 시엔 어떤 식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가는지 챙겨봤고요.

스리백의 한 축을 맡은 뒤론 지난 시즌 안양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창용이 형 영상을 찾아봅니다. 중앙 수비수는 어떻게 움직이고, 상대 공격 시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지 보면서 익히는 거죠.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을 땐 직접 물어보기도 해요. 저는 막연하게 해외 축구를 보면서 동경하는 것보단 당장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는 선배들의 장점을 흡수하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전남 시절 황기욱(사진 왼쪽).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황기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Q. 쉴 땐 주로 K리그를 보는 거군요.

정말 많이 봐요. K리그1, K리그2 가리지 않습니다. K리그1 3연패에 도전 중인 울산 HD FC 경기도 자주 보는데요. 한국 최고 선수들이 모인 팀이잖아요. 울산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 제가 배울 수 있는 게 정말 많습니다. 내가 만약 저 상황이었다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하는 등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면서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하는 듯합니다.

Q. “하루하루 축구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잖아요. 2024년 개인적인 바람은 무엇입니까.

제가 운동장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어요. 계속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더 소중해졌어요. 당장 눈앞의 훈련, 경기에서 내 모든 걸 쏟아내려고 합니다. 당장 내일 훈련소에 입소하더라도 ‘그때 좀 더 열심히 할 걸’이란 후회는 남기지 않을 거예요.

Q.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이 되고 싶으세요.

팬들이 황기욱 하면 ‘팀에서 가장 믿을만한 선수’라고 떠올리셨으면 합니다. 팀에서 가장 듬직한 선수로 헌신적이며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 팬들이 그렇게 기억해 주신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산=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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