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법사처럼, 새로운 길을 향해

나원정 2024. 5. 2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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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밍량 행자 연작
차이밍량 행자 연작
문성경 외 지음
전주국제영화제

“삶과 죽음을 따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차이밍량) 1400년 전 당나라 승려 삼장법사의 정신이다. 그는 불경 경문을 직접 보기 위해 여행금지령을 뚫고 인도까지 먼 길을 떠났다. 이는 정형화된 상업영화 시스템에 고통스러워하던 대만의 거장 감독 차이밍량에게 귀감이 된다. 그가 상업영화 은퇴를 고하고 페르소나 배우 이강생과 세계 각지를 맨발로 걸은 ‘행자’ 10부작(2012~2024) 탄생 배경이다. 티베트 라마승에서 따온 붉은 승복의 행자(이강생)가 극도로 느리게 걷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담아, 틀에 갇히지 않는 예술 정신을 표현했다.

이 책은 차이밍량이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아 ‘행자’ 전편을 특별전에 상영하고 마스터클래스를 가진 걸 기념해 출간됐다. 차이밍량의 고향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대만, 홍콩, 프랑스, 일본, 미국 등 행자의 지난 여정이 영화 스틸, 감독 인터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연서와 함께 담겼다. 태국 거장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은 “머리로 상상하고 마음으로 원하지만, 결코 현실로 실현할 수 없는 것들을 언제나 끝까지 밀어붙이는 차이밍량의 용기”에 존경을 표했다. 책 전체가 차이밍량 영화세계로의 초대장. 이강생이 쓴 ‘행자’ 전편의 제목 붓글씨도 수록됐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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