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장원재]경제기획원처럼 하면 저출생부는 망한다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2024. 5. 24. 23:1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기존 부처로는 곤란하다고 해 경제기획원을 만들고 고도성장을 이끌었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설치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임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예산권을 휘두르며 각 부처를 압박했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여당 의원이 국회에서 "농림수산부와 보건사회부, 재무부, 상공부, 동력자원부 등이 경제기획원의 일개 국 역할밖에 못 한다"며 탄식할 정도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기존 부처로는 곤란하다고 해 경제기획원을 만들고 고도성장을 이끌었다”며 “저출생대응기획부(저출생부)를 설치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고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임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야당도 긍정적이어서 22대 국회에서 저출생부 설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경제기획원을 벤치마킹한 저출생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대통령 신임’과 ‘예산권’에서 나오는 힘


경제기획원은 1961년 5·16군사정변 두 달 후 설치됐다. 원장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며 고도성장기 경제개발 계획을 주도했다. 그런데 경제기획원의 힘은 원장이 부총리여서 나오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의 신임’과 ‘예산권’에서 나왔다.

경제기획원장은 매달 각 부처 장관들이 배석한 가운데 대통령에게 월간 경제동향 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서 다른 부처에 지시를 내리거나 “재무부가 말을 잘 안 듣는다”며 고자질도 했다. 또 예산권을 휘두르며 각 부처를 압박했는데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여당 의원이 국회에서 “농림수산부와 보건사회부, 재무부, 상공부, 동력자원부 등이 경제기획원의 일개 국 역할밖에 못 한다”며 탄식할 정도였다.

그에 비해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해 윤 대통령 주재 회의를 딱 1번 했다. 예산권도 없다. 전직 저고위 고위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나 국토교통부에 저출산 정책을 권고해도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을 안 줘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저고위의 구조적 문제를 감안하면 저출생부 신설이 검토할 만한 대안인 건 맞다. 하지만 저출생부 설치가 저출산 문제 해결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먼저 장관에게 사회부총리를 맡기겠다고 했지만 “예산권을 쥔 경제부총리와 사회부총리는 위상이 전혀 다르다”는 게 둘 다 해 본 김진표 국회의장의 말이다. 또 저고위가 대통령 직속기구인 걸 감안하면 사회부총리가 된다고 대통령과 거리가 가까워진다고 볼 수도 없다. 일본에서 지난해 4월 출범한 어린이가정청도 총리 직속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 사이에선 저출산 특별회계를 만들어 저출생부가 예산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또 한덕수 총리가 주례회동을 하는 것처럼 저출생부 장관이 윤 대통령과 정기적으로 만나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과거처럼 대통령의 신임과 예산만으로 저출산이 해결될까. 더 중요한 건 과거 경제기획원처럼 밀어붙이는 방식으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인식하고 다른 접근을 하는 것이다. 경제기획원이 사라진 것도 행정이 경제를 주도하는 시대가 지났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젊은 여성 상당수는 국가가 개인의 임신과 출산에 개입해 등을 떠미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또 저출산은 주택 고용 교육 성평등 복지 등 이슈가 총망라된 문제인 만큼 정부가 미칠 수 있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경제기획원 방식, 지금은 반면교사 대상


그런데도 경제기획원이 그랬던 것처럼 5개년 계획을 세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거나, ‘수출 100억 달러 달성’처럼 출산율 목표에 깃발을 꽂고 총력전을 독려할 경우 돌아오는 건 냉소와 빈축밖에 없을 것이다. 대신 문화 정책처럼 ‘지원하되 (개인의 선택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태도로 정책을 추진해야 그나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저출생은 국가 비상사태”라고 한 걸 떠올리니 아무래도 전자의 방식을 취할 것 같아 벌써 걱정이 앞선다.

장원재 정책사회부장 peacechao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