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미 라파 대규모 작전"…바이든 '고무줄' 레드라인

김연숙 2024. 5. 24.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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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단체 "전면전 시작"…미국 정부 "제한적" 평가 고수
민주당 일각에서도 "레드라인 불분명" 비판
민간인 대책 두고 "이미 95만명 대피…바이든이 틀렸다" 평가도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단 미공개 위치에서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사진찍는 군인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확대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원과 관련해 언급한 이른바 '레드라인'(금지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이미 대규모 작전 중이라는 구호단체의 전언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고수하고 있다.

구호단체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는 2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스라엘군이 동쪽에서 라파에 진입해 점점 중심을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동쪽은 전형적인 전쟁 지역, 중앙은 유령도시, 서쪽은 비참한 환경에 살고 있는 혼잡한 무리 등 도시가 3개의 전혀 다른 세계가 되고 있다"며 "공황과 두려움이 도처에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구호단체 관계자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라파에서 이미 중대한 군사 작전이 진행 중이라면서 민간인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라파에선 전면적 작전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으며 여전히 정밀 공격으로 민간인들이 살해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달 6일 아침 라파에서 주민 대피령을 내린 데 이어 같은 날 밤 라파 동부 외곽에 탱크와 지상군을 전격 투입했다.

이후 점차 작전 지역을 확대, 23일 기준 라파 중심부 근처에서 하마스와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그러나 미국 정부는 라파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기자들에게 "지금까지 우리가 본 그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작전은 더 표적화되고 제한적이었다"며 "밀집된 도시 지역 중심부에 대한 대규모 군사 작전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스라엘군 공격 평가를 위한 "수학적 공식"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이번 작전으로 많은 죽음과 파괴가 일어나는지, (작전이) 더 정확하고 비례적인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8일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경우 공격 무기와 포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직접 경고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이 라파 군사작전에서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경고한 이스라엘 무기 지원 '레드라인'을 둘러싸고 미국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맞서 싸우는 이스라엘의 노력을 깎아내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의 대량 학살을 묵인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미 전역에서 시위가 벌어졌고, 민주당 의원 중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세라 제이컵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22일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대중들에겐 "우리가 지금 (라파에서) 보고 있는 것"과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레드라인 사이의 차이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제이컵스 의원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그 차이점을 우리에게 좀 설명해주겠냐"고 물었다.

WP는 바이든 정부가 상충하는 요구사항을 맞추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단 라파의 한 아파트.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규모와 함께 '레드라인'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민간인 대책과 관련해선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 국가안보 보좌관들은 그동안 라파에서 피란민 보호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신뢰할 수 있으며 실행가능한' 계획이 선행되지 않는 '대규모 군사 작전'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20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설리번 보좌관은 라파 작전과 관련, "이스라엘이 어떻게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가자 전역에서 하마스를 물리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의가 몇 주간 이어져 왔다"고 말했다.

같은 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뭔가가 많이 다르게 이뤄지는 것을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스틴 장관은 "그리고 만약 동적인 활동(군사행동)이 있다고 해도, 더 큰 규모의 작전이 수행된다면 우리는 확실히 일이 다르게 이뤄지고, 더 정확하고, 민간 구조물이 덜 파괴되고 민간인 보호가 강화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고 주문했다.

WP는 이스라엘군의 라파 진격이 대규모 군사 작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서는 견해차가 있지만, 이스라엘군이 민간인을 위한 신뢰할 수 있으며 실행가능한 계획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데에는 견해차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반면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군이 라파에서 95만명을 대피시켰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WSJ은 사설에서 미 정부가 제시했던 신뢰할 수 있는 대피 계획의 이행이 불가능한 듯 보였지만, 이스라엘은 어쨌든 95만명을 대피시켰다며 이후 백악관이 태도를 바꿨다고 진단했다.

WSJ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이 그들의 계획을 업데이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그들은 우리가 표현한 우려의 많은 부분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라파 작전이 "인질 협상을 정상 궤도로 되돌릴 기회"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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