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없는 근로자 두고…"정부가 챙겨야" vs "노조 할 권리부터"

고홍주 기자 2024. 5. 24.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용부 증원 입법예고… 내달 출범' 미조직근로자지원과 5명↑
정부, 올해 노조 보조금 편성 안 해…근로자 이음센터 직접 운영
민주노총 "노조가 이미 하던 사업들…노조할 권리부터 보장해야"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 현장'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5.16.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배달라이더와 같은 플랫폼근로자 등 제도권 밖에 있는 근로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고용노동부 산하에 전담 과가 신설되는 등 후속 조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양대노총이 배제되는 모양새가 되면서 정부의 노동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노동계는 이번에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내달 미조직근로자지원과 출범…고용부 증원 입법예고

24일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 22일 고용부 노동정책실 산하에 미조직근로자지원과를 신설하면서 5명을 증원하는 내용의 개정령안 입법예고를 관보에 게재했다.

'미조직근로자'는 말 그대로 조직화되지 않은 근로자, 즉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에 가입되지 않은 근로자들을 뜻한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16일 민생토론회 사후 브리핑에서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분들, 법과 노동조합 또는 어떤 조직을 통해 이해를 대변하기 어려운 분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플랫폼 종사자, 특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등 다양한 분들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미조직근로자에 대한 논의는 윤 대통령이 촉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미조직근로자들의 권익 증진은 정부가 직접 챙겨야 한다"며 고용부에 이들을 지원하는 '미조직근로자지원과' 신설을 지시했다.

또 49일 만에 재개된 민생토론회에서는 노동약자 지원 보호법 제정과 노동법원 설치를 지시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과 신설은 직제 개편으로, 행안부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자율기구로서 존속기간이 만료된 이중구조개선과를 미조직근로자TF로 개편해 우선 운영했다. 내달 공식적으로 법령 개정을 마치고 미조직근로자지원과가 신설되면 노동약자 공제회 설치지원 등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양경수(앞줄 왼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민주노총 기자회견'에서 기조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2024.05.09. myjs@newsis.com

"각종 지원사업, 우리가 먼저 했는데"…불편한 노동계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와 계속해서 대립각을 세워온 노동계는 이번 정책에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법 테두리 바깥에 있던 사각지대 근로자를 정부가 직접 보호한다고 나서지만, 노조를 일종의 특권처럼 보이도록 '편 가르기' 하고 있다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또 양대노총은 이번 정책이 정부의 '노조 죽이기' 정책의 연장선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고용부는 관행적으로 양대노총과 노동자 지원 사업을 함께 하면서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노조회계를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 상황에서 사업방향이 전면 개편됐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가 회계장부를 비치하도록 하고,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는 지난해 4월 양대노총의 회계장부 비치와 보존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현장조사에 나섰으나 양대노총이 크게 반발하면서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노동단체 지원사업 보조금 신청에서 양대노총 사업이 줄줄이 탈락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당시 26억원의 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심사 탈락 결과를 받았다. 이에 노동연구를 담당해오던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사실상 새 연구 진행을 멈췄다. 국고지원금 대부분을 노동상담과 노동연구 등에 써왔기 때문에 이 같은 사업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한국노총의 설명이다.

고용부는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노조 보조금 대신 34억원 상당을 '취약 근로자 커뮤니티 지원 사업'으로 편성했다. 산하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을 통해 '근로자 이음센터'를 직접 운영하기로 하는 내용이다.

근로자 이음센터는 올해 4월 말부터 서울, 대구, 부산, 평택, 청주, 광주 등 전국 6개 지역에서 문을 열었다. 주로 미조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동법률 상담과 노동법 교육을 진행하고, 상담 결과에 따라 정부가 시행 중인 고용노동 서비스에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담당한다.

하지만 양대노총은 과거부터 노조에서 진행해왔던 노동법률상담사업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다윗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22일 '미조직노동자 권리보장 캠페인' 기자회견에서 "근로자 이음센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봤더니 민주노총과 산별노조, 각종 노동단체 등이 이미 하고 있는 노동상담을 해주겠다는 것"이라며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허풍선이 공언, 공약이나 떠드는 것이 미조직 노동자 지원 정책의 전부"라고 비판했다.

이어 "화물연대, 건설노조를 폭력집단으로 내몰고 파괴하는 데 앞장서 왔는데 이들 조합원들이야 말로 사회적 보호로부터 배제돼 있는 노동자들임에도 노조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됐다"며 "정부가 나서서 노조할 권리를 부정하면서 개별 노동자들에게 '노조원에 버금가는 권익과 처우보장'을 해준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같은 날 '미조직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 출범을 공식화하면서 "정부의 주장대로 미조직노동자들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가 노조에 가입하지 못해서라면 일하는 사람 누구나 좀 더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문턱을 낮추는 것이 상식"이라며, "올해도 변함없이 16개 시도에서 미조직노동자 권리 찾기 사업에 나서겠다. 노동약자 지원의 답은 정부의 시혜적인 정책이 아니라 바로 노조"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