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진 1호 태풍 ‘에위니아’, 이번 주말 발생해 일본 열도 향할 듯
위성영상을 보면 필리핀 동남쪽 해상에 소용돌이치는 구름 덩어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태풍으로 발달하기 전 단계인 열대저압부(TD)입니다. 열대저압부는 25일쯤 올해 첫 태풍으로 발달해 1호 태풍 '에위니아'라는 이름을 갖게 될 전망인데요.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상보다 더 서쪽으로 확장하면서 태풍을 필리핀 쪽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만약 육지와 마찰력 때문에 태풍 발달이 늦어지면 26일에 태풍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기상청은 분석했습니다.
이와 같은 열대저기압의 중심부 최대풍속이 17m/s 미만일 경우 열대저압부라 하며, 이보다 커지면 태풍으로 분류합니다.
이번 주말 태풍으로 커지면, 태풍 '에위니아'는 필리핀 쪽으로 북서진하다가 다음 주에 방향을 북동쪽으로 꺾겠습니다. 이후에는 일본 남쪽으로 향하겠는데요. 태풍으로 발생한 지 이틀 정도 만에 중심부 풍속이 초속 30m에 달하는 '중간' 강도의 태풍으로 발달할 전망입니다.
■ 5월 말 들려온 '1호 태풍' 소식
1년 중 태풍의 발생이 가장 많은 시기는 7월에서 10월 사이입니다. 지난 30년간 평년값을 보면 한 해 발생하는 태풍(25.1개)의 71%인 17.9개가 7~10월에 집중됐는데요. 태풍은 바다 위를 지나면서 해양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바다가 대기보다 천천히 데워지고 천천히 식기 때문에 해양이 품을 수 있는 열기가 여름 후반기나 가을 초입에 절정에 달하게 됩니다.
첫 태풍이 발생하는 시기는 한겨울이라도 가능합니다. 열대 서태평양 지역은 겨울에도 해수면 온도가 26~27℃ 정도로 따뜻하거든요. 첫 태풍 소식이 한겨울인 1월에 들려오기도 하는데, 지난 30년간 1월에 발생한 태풍은 평균 0.3개였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첫 태풍이 다소 늦어졌습니다. 예년 이맘때였으면 2.5개 정도 발생했어야 하는데 올해는 지금까지 '0'이었습니다.
역대 가장 늦게 발생한 1호 태풍은 1998년 '니콜'로 7월 9일에 발생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1998년 7월 3일 9시 뉴스에서 '태풍의 실종'을 다룬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늦었던 태풍은 2016년 7월 3일 발생한 ‘네파탁’인데요. 올해는 그만큼 늦지는 않았지만, 태풍 발생이 늦어진 이유는 1998년, 2016년의 경우와 비슷합니다.
■ 첫 태풍 늦어진 이유? '엘니뇨'가 불러온 고기압성 순환
1998년과 2016년, 그리고 올해 모두 엘니뇨의 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엘니뇨 시기에는 열대 동·중태평양의 대류 활동이 활발해지고 반대로 서태평양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가 안정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고기압은 하강기류가 생기는 곳으로 열대저기압인 태풍의 발생을 억제합니다.
올봄 들어 엘니뇨가 약화되고 있지만, 열대 중태평양의 수온이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상태입니다. 중태평양에서 뜨거워진 공기는 활발한 대류 활동으로 상승하고 열대 서태평양 주변에서 하강하며 시계 방향으로 도는 고기압성 순환(그림의 1번 화살표)을 만들어냈습니다.
여기에 인도양도 거들었습니다. 수온이 높은 인도양에서 증발이 활발해지며 강한 상승기류가 형성됐고 상승한 공기가 역시 열대 서태평양에서 하강해 대류 활동을 억제했습니다(그림의 2번 화살표).
태풍은 뜨거워진 바다에서 많은 수증기가 증발해 만들어지는데, 중태평양과 인도양 양쪽에서 서태평양의 상승기류를 '봉쇄'해 왔기 때문에 지금껏 태풍이 잠잠했던 겁니다.
■ 올여름 태풍, '중국'이나 '일본'행 많다?
기상청은 이러한 흐름이 올여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태풍 전망에서 평년(2.5개)과 비슷하거나 적은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것(각각 40% 확률)으로 예측했습니다. 태풍 진로의 경우, 발생 위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북태평양 고기압이 서쪽으로 확장할 때는 중국으로, 반대의 경우 타이완을 지나 일본으로 북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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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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