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 방심위원장 '구글 책상 쾅' 성과 과시용 무리수?

박재령 기자 2024. 5. 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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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구글 임원과 면담 자리에서 책상을 쾅 내리쳐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미국 출장 논란의 본질은 주요 안건이 없었던 출장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29일 방심위 전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은 5월 미국 출장이 '외유성'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제가 만나려는 마컴 에릭슨 구글 부사장이 그날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그렇게 날을 잡은 것"이라며 "이분(부사장) 어머님이 한국분이다.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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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림 위원장 미국 출장 후 구글 항의성 방문에 커지는 논란
야권 추천 위원 "예고된 참사…애초에 주요 의제 없어 보였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마컴 에릭슨 구글 대외정책 부사장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6일 미국에서 실무협의를 개최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이 구글 임원과 면담 자리에서 책상을 쾅 내리쳐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미국 출장 논란의 본질은 주요 안건이 없었던 출장의 성과를 강조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29일 방심위 전체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류희림 위원장은 5월 미국 출장이 '외유성'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제가 만나려는 마컴 에릭슨 구글 부사장이 그날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그렇게 날을 잡은 것”이라며 “이분(부사장) 어머님이 한국분이다. 누구보다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위원장은 “제가 워싱턴 특파원을 3년 하면서 그쪽 사무실 근처에 살았기 때문에 지리는 잘 아니 꼭 가서 만나겠다고 지난해 9월 마컴 부사장 방한 때 약속했다”며 “지금 구글하고 협조가 얼마나 중요한 때인가. 특히 유튜브 관련해서. 연초부터 출장 계획이 잡혀 있었는데 '외유성' 그런 발언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당시 회의 현장에 있었던 야권 추천 김유진 위원은 통화에서 “한마디로 말해 분명한 의제 없이 무리하게 해외출장을 밀어붙인 결과로 예고된 참사”라며 “아무리 봐도 의제가 없는 것 같아 회의에서 물어도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미국 출장이 주목돼 뭐라도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그런 무리수가 나온 것 아닐까 의심이 된다”고 말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구글 사무실을 찾아 유튜브 살인 생중계 영상이 장시간 노출됐다며 구글 부사장 및 임직원들에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구글코리아 측이 지난 21일 방심위를 찾아 사전 협의되지 않은 발언에 대한 구글 본사의 불만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류 위원장이 구글 회의실 책상을 쾅 내리치며 호통을 쳤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했다.

류희림 위원장 '무리수' 논란은 출장 직후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방심위는 구글 부사장을 만난 후인 지난 16일 <구글 “유튜브 불법·유해 콘텐츠 최대한 신속 삭제·차단 협조”>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발생한 50대 유튜브 살인 생중계 콘텐츠를 계기로 한국 내 불법·유해 유튜브 콘텐츠에 구글 측이 향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삭제·차단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는데 이것부터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구글의 실무협의. ⓒ방심위

구글은 세계적으로 법원 판결이나 자체 규정 위반일 경우에만 조치를 취하는 자율규제 원칙을 갖고 있다. 그러한 구글이 한국 방심위에 '신속조치'를 약속하자 방심위 안팎에서 해당 보도자료가 진짜냐는 의문이 나왔다. 구글은 그간 사실상 강제성이 없는 방심위 의결을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차단하지 않았다.

김유진 위원은 “한국을 포함해 어떤 정부가 요구해도 100% 수용하지 않는 구글인데 상식과 배치되는 보도자료에 보자마자 의구심이 들었다”며 “그냥 다 떠나서 너무 부끄럽다. 이번 방심위 기수 임기가 7월 만료되는데 마지막까지 열심히 한다는 걸 과시하려고 했던 건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방심위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상호협의 내용과 결과는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 그대로”라며 “상호 존중과 신뢰 관계 속에서 도출된 것이다. 일방에서 근거도 불명확한 내용으로 사실을 오인케 하는 주장을 펼치고, 일부에서 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방심위는 미국 출장에서 만난 기관들과의 상호 존중, 신뢰 관계 때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있다며 “정론을 지향하는 언론은 이를 양지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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