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키운 놈, 실속차린 놈, 저평가된 놈 … AI株 투자 질주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4. 5. 24.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韓美 AI 수혜株 1분기 실적공개 완료 … 엔비디아 따라갈 종목은
매출 58% 뛴 마이크론
고대역폭메모리 성장 덕
영업이익 흑자전환 성공
올들어 주가 53% 오르며
엔비디아 주가상승률 추격
영업이익률 38% 메타
디지털광고 되살아난 영향
매출 27% 넘게 뛰며 순항
0.41% 배당률도 '짭짤'
AI 투자 계속 늘려나갈 듯
PER 최저 SK하이닉스
올 예상 PER 9.58배에 그쳐
마이너스 이익률 회복 성공
HBM 점유율 더 확대될 듯
TSMC와 공동개발도 주목

미국 주식에 주로 투자해온 '서학개미' 박 모씨(36)는 엔비디아 비중을 줄이고 삼성전자를 신규 매수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 달(4월 23일~5월 22일) 개인투자자는 삼성전자 주식을 1242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박씨도 이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그는 "엔비디아 주가가 올해에만 2배 가까이 오르면서 일부 물량을 차익 실현했다"며 "향후 성장성에서 인공지능(AI)이 유망하다고 보고, AI 수혜주에서 배당률이 높은 삼성전자를 담아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를 필두로 AI 시장의 '폭발 성장'이 현실화되자 자산 포트폴리오에 AI 수혜주만 넣어서 분산투자하는 경향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분산투자의 원칙은 서로 다른 업종의 주식을 섞는 것인데 올 들어 AI 외 종목 주가 수익률이 부진하자 이런 원칙이 깨지고 있다.

엔비디아를 끝으로 AI 관련주의 2024년 첫 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는데 미국 AI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1년 전보다 매출이 262% 성장했다. SK하이닉스도 1년 새 144% 성장하는 등 국내와 미국 AI 관련주 매출이 모두 10% 이상 증가하며 'AI가 대세'라는 말을 증명하고 있다.

최근에는 AI 수혜주 중 저평가된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기업들로 '머니무브'도 나타나고 있다. HBM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꼭 필요한 반도체로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을 삼등분하고 있다.

일각에선 AI의 '초고도 성장'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점점 주주환원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본다. 실제 올 들어 메타플랫폼스(메타)와 알파벳(구글)이 나란히 사상 첫 배당에 나서면서 배당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AI 내에서도 업종을 구분할 만큼 세분화된 데다 매출, 이익률, 배당률 등을 따져서 AI 주식만으로도 충분히 분산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블룸버그, 야후파이낸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미 AI 수혜주 톱10'에서 '성장왕'(매출 증가율), '마진왕'(영업이익률) 타이틀은 모두 엔비디아가 차지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미국은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 브로드컴, 마이크론 등이 포함됐다.

2024회계연도 1분기에 엔비디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0억달러, 169억달러를 기록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고 이익은 1년 새 무려 8배나 폭증했다. 영업이익률은 65%를 기록했는데 작년 1분기엔 29.8%였다. 실적이 워낙 잘 나오면서 엔비디아 주가가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97.1%나 올랐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향후 12개월 예상 순익을 감안한 주가수익비율(PER)은 38.76배다. 아마존(40.49배)이나 테슬라(74.63배)보다 저평가됐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분기 배당 정책 유지와 액면분할 등 주주환원책도 내놨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1000달러를 넘어선 '천비디아' 시대가 도래하면서 10대1로 액면분할도 하기로 했다. 분할 이후에는 100달러 전후 수준에서 주식을 살 수 있다. 다음달 6일까지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하루 뒤인 7일 장 마감 후 보통주 9주를 추가로 받는다.

다만 '괴물 같은 실적'이 당장 올 2분기부터 꺾이게 되면 주가 변동성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액면분할은 회사 실적과 무관해 투자자 '기분상의 호재'이고 엔비디아의 배당률은 0.1%도 안 돼 배당주라고 하기엔 무색하다"며 "엔비디아는 계속해서 투자자의 높은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배당도 적당히 받기 원하고 AI의 과도한 눈높이를 맞출 필요가 없어 최근 선호되는 주식은 메타다. 메타의 배당률은 0.41%다.

메타는 1분기 기준 최근 1년 새 매출 증가율이 27.3%로, AI 수혜주 톱10 중 중간 순위다. 그러나 매출 증가율은 '한때 잘나갔던' 과거 전통의 빅테크인 MS(17%), 구글(15.4%), 삼성전자(12.8%), 아마존(12.5%), 테슬라(10.1%)를 모두 제쳤다. 메타의 매출 증가율은 디지털 광고 시장이 완전히 살아났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2022년 크게 고전했던 메타는 이후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광고 시스템을 재구성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빠른 구조조정으로 방어하면서 영업이익률 역시 계속 오르고 있다. 작년 1분기 25.2%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37.9%까지 치솟았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 기준으로는 엔비디아(65%)와 MS(44.6%)에 이어 3위다.

메타는 향후 자본적 지출(CAPEX)을 최대 400억달러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초 370억달러 예상치보다 늘어났다. 이는 메타가 당분간 온라인 광고라는 본업 성장을 위해 AI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메타는 '라마3(Llama3)'로 구축한 신형 AI 비서 '메타 AI'를 발표했다. 메타 AI는 메타가 직접 제공하는 서비스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메신저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AI 서비스를 위해 메타는 엔비디아 등 관련 시장의 제품과 인프라스트럭처를 독점하는 회사들에 지속적으로 돈을 지급해야 한다.

특히 AI 시장에서 구글이나 MS와 경쟁이 심화되면서 비용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메타의 수익성은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승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타의 AI에 대한 지속 투자가 수익성으로 연결될 것인지를 두고 월가에서도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올해 예상 PER이 23.53배로 HBM 3인방(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을 제외하면 가장 저평가돼 있다.

엔비디아는 이번 실적 발표 때 AI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소비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의 GPU와 AI 인프라 '블랙웰'의 독점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이제 AI에 대한 의심을 거두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엔비디아의 호언장담에 필요한 것이 D램 반도체 중 HBM 칩이다. HBM이 GPU 효율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시장은 HBM 시장에서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정면충돌하면서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가 작년 1분기 대비 올 1분기 매출이 144.3% 폭증했고, 마이크론이 같은 기간 57.7% 급증한 것이 그 증거다. 두 상장사 모두 작년 1분기 적자에서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3.2%로 올라섰다.

전망도 좋다. 하이닉스는 대만 TSMC와 손잡고 6세대 'HBM4'를 공동 개발한다고 밝혔다. TSMC는 AI 등 고성능 반도체를 독점해 만들어주는 회사다.

결국 하이닉스는 엔비디아, TSMC와 'AI 독점 삼각편대'를 구축한 셈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HBM 시장점유율은 2023년 48%에서 올해 60%(BNK투자증권 추정)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닉스 주가가 올 들어 38.8% 올랐는데 마이크론은 같은 기간 53.4%나 상승했다.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로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와 HBM 시장을 양분할 것이란 시장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1분기 기준 매출 증가율은 57.7%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1978년 설립된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HBM 등 전체 D램 시장에서도 글로벌 시장점유율 3위 업체다. 월가에선 마이크론의 HBM 기술력을 과소평가했다며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연초 '매도'를 추천했던 증권사들이 최근에는 반성문을 쓰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지만 분산 차원에선 배당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올해 예상 연간 배당금은 1505원으로, 배당수익률이 1.9%까지 올라왔다. 작년보다 배당금은 늘고 주가는 하락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I 관련주 중에서 가장 다양한 사업군(반도체, 스마트폰, 생활가전, 전장사업 등)을 보유해 그 자체로 분산투자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글로벌솔루션 본부장은 "과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분산투자 효과가 약했지만 올 들어 주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다양한 사업군, 낮은 변동성,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로 포트폴리오에 모아갈 만한 주식"이라고 말했다.

[문일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