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소득대체율 '44 vs 45'…연금개혁 골든타임 뭉개는 '1%p 싸움'

한상희 기자 2024. 5. 2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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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돈 9%→13% 인상 합의…받는 돈 44% vs 45%
"野 정책정당 이미지 부각…이재명만 키워줄 수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닷새 앞두고 연금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 9%에서 13%로 올리는 방안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하지만 쟁점인 소득대체율(받는 돈)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현 42.5%에서 45%로 올리는 안을, 국민의힘은 43~44%를 고수하며 여야 간의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998년 1차 개혁, 2007년 2차 개혁 이후 17년 만에 어렵사리 입법 문턱까지 다다른 연금개혁 논의가 1~2%포인트 차이에 발목이 잡혀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당이 서로의 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기싸움에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의 목적인 안정된 재정에, 민주당은 연금의 목적인 적정한 노후소득 보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여야 간 근본적 입장차도 존재한다.

연금개혁이 막판 화두로 떠오른 것은 예상치 못한 시점이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차 봉하마을에 내려가는 차 안에서 진행된 유튜브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당신들(정부·여당)의 안을 받을 테니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처리하자는 입장을 내겠다. 여당이 협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득대체율을 1% 낮춰 여당안(44%)을 받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이후 페이스북에는 "민주당은 조속한 개혁안 처리를 위해 소득대체율을 당초 제시했던 50%에서 45%로 낮추는 결단을 내렸다"며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방안은 윤석열 정부가 제시했던 안이기도 하다"고 썼다. 이 대표는 또 연금개혁을 고리로 영수회담을 열자며 정부·여당을 몰아붙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요구를 "물타기용"이라고 일축, 거절했다. 채상병 특검법과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등 각종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본회의 개최 명분을 쌓고, 21대 국회 내 처리 무산에 대한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또 소득대체율 1%p 차로 2093년 기준 누적 적자가 1000조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기에 작은 차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당은 재정안정을 위한 연금개혁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것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를 향해 "여야 합의도 없는 본회의를 강행하고 일방적인 특검법 처리를 위해 연금개혁까지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참 나쁜정치, 꼼수정치"라며 "국민의힘은 지속가능한 연금개혁안을 22대 국회에서 국민 공감 속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해나갈 핵심과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1%포인트 차이에 온갖 트집을 잡고 정치적 공격을 해대고 있다"며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기존 50% 안에서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제시한 45% 절충안을 받아들인 만큼, 이미 5%p를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1% 차이를 두고 중대한 문제를 계속 방치하거나 또는 22대 국회로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실제 연금개혁을 할 의사가 있다면 1% 범위 내에서 대통령과 여야의 대표들이 다 만나든 아니면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나든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 타결지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국민들의 노후 대비를 위한 안전망이 정쟁의 볼모로 잡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정치권이 정치공학적 셈법에만 골몰하느라 미래세대를 위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장 28일 마지막 본회의에서 연금개혁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국민 부담이 하루 1100억~1400억원씩 쌓인다는 분석도 나왔다.

앞서 지난달 22일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는 시민대표단의 56.0%가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의 연금개혁안을 선택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을 현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 42.5%에서 50%로 올리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이다.

국민의힘은 공론화 결과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 재정안정론을 고수했다. 이에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50%로 하되 보험료율은 15%로 끌어올리자고 역제안했다.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보건복지부는 협상 과정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 절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린 반면, 국민의힘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을 고수했다. 또는 소득대체율을 44%로 하되 △구조개혁 관련 안건 △지급 보장 명문화 △재정 안정화 조항 △도입자동 안정화 장치 등 부대 조건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다시 제안했다.

2주 가까이 논의가 평행선을 달렸고 연금특위위원장, 공동 민간자문위원장, 여야 간사가 함께 스웨덴과 영국을 방문해 결론을 내리려했으나, 외유성 출장 논란이 불거지며 출국 전날 취소됐고 특위위원장이 합의가 무산된 사실을 전하며 지난 7일 21대 국회 임기 내 처리가 최종 불발됐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건 장기적으로 재정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지만, 다음 국회로 넘긴다고 해도 연금개혁이 이뤄질 보장이 없다. 민주당도 대선을 앞두고 하려고 하겠나"며 "게다가 22대 국회에선 의석 수 격차가 더 늘어나서 민주당 입김이 더 세질텐데 민주당 안대로 가버리면 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엄 소장은 "이 대표가 전격적으로 연금개혁을 꺼내들고 나온 것은 대안정당, 정책정당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금개혁안을 처리하려면 이 대표와 윤 대통령 간에 톱다운(상의하달) 형식으로 협상을 해야 하기에 국회 패싱 논란도 있을 수 있고, 자칫 이 대표만 키워주게 될 수 있다. 여당 입장에선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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