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마비 환자의 머리 '통째로' 이식…영화 같은 이 얘기, 곧 현실로?[영상]

홍효진 기자 2024. 5.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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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신경과학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는 8년 이내 세계 첫 머리 이식 로봇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상=하셈 알-가일리 페이스북


두 남자가 있다. 동화작가 탐과 갱단에 살해된 A. 폐암 말기 선고를 받은 탐은 자신의 머리를 A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을 결심한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탐은 A의 몸에 남은 새로운 신체 능력을 얻는 등 돌연변이를 겪는다. 영화 '더 히어로'의 줄거리다.

영화는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유사한 개념의 수술용 로봇이 실사용을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신경과학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는 8년 안에 세계 첫 머리 이식 로봇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말기 암·사지마비 등을 앓는 환자의 머리를 신체 공여자 몸에 그대로 이식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경다발 연결 자체가 어려울뿐더러 수술 이후 부작용 위험성이 높아 성공 가능성은 낮다고 입을 모은다.

브레인브릿지의 '머리이식 로봇'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분자생물학자 하셈 알-가일리는 22일(현지시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8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한 남성의 머리를 다른 남성의 몸으로 이식하는 가상 수술 장면이 담긴 영상이었다. 브레인브릿지는 신경·혈관 등을 새로운 몸에 재연결할 수 있는 분자영상의학·AI(인공지능) 기술 기반 로봇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치명률 높은 질환을 앓는 환자의 인지능력과 의식·기억을 보존하고 새롭고 건강한 신체에서 '완전히 기능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단 목표다.

사실 완전히 새로운 수술법은 아니다. 1908년 미국 생리학자 찰스 거스리는 작은 개의 머리를 다른 큰 개의 목 밑부분에 접합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1970년에는 미국 로케이스 웨스턴 리저브대 로버트 화이트 교수가 긴꼬리원숭이 두 마리의 머리를 서로 맞바꾸는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원숭이는 8일간 생존하며 감각 기능을 유지했지만 몸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13년 중국 하얼빈 의과대 렌 샤오핑 박사는 쥐 머리 이식술에 성공했지만 쥐의 생존시간은 하루 정도였다. 가장 최근인 2017년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는 시신 간 머리 이식술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신경과학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는 8년 이내 세계 첫 머리 이식 로봇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영상=하셈 알-가일리 페이스북


'사활을 건' 수명 연장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전문가의 시선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혈관을 연결하고 물리적으로 척추를 붙이는 수술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뇌의 명령에 따라 몸을 움직이고 감각을 느끼는 신체 내 상호 소통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수술에 성공한다 해도 저장된 기억이 보존될지도 확실치 않은데다 면역거부반응 가능성이 높다.

김치경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술 자체만 놓고 본다면 기술적으로 접합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연결해야 하는 신경 다발은 매우 많고 이를 접합한다 해도 완벽하게 연결되기는 어렵다"며 "일부 연결이 되더라도 어느 정도의 기능은 하겠지만 현재로선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뉴로티엑스 대표(고려대 뇌공학과 교수)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은 꽤 진행됐지만 수술 후 생존 기간은 몇시간, 며칠 정도로 이를 성공이라고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며 "신경다발 연결은 능숙한 외과의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접합이 된다 해도 면역거부반응 탓에 많은 양의 억압제(Immunosuppresives)를 사용해야 할 텐데 환자가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는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수술 로봇이 개발돼도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 대표는 "이식술을 받은 사람의 정체성 등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사업 아이템으로 가져간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로봇이 나와도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당국이 쉽게 허가를 내주진 못할 것이고 의료행위로 인정되지 않으면 비즈니스 영역에 진입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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