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캐피탈 사태에 메리츠 어부지리…핵심자산 잡고 3000억 대출

박종관 2024. 5. 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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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캐피탈 핵심 투자자산 100여개 양도 담보 설정
메리츠로 핵심 자산 소유권 조건부 이전
"채무 변제 어려운 M캐피탈 핵심 자산 몰취 의도"
대응책 마련하는 새마을금고는 사원총회 소집
이 기사는 05월 24일 11: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캐피탈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PE)가 M캐피탈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 메리츠증권은 M캐피탈의 핵심 투자 자산 100여개에 양도 담보를 설정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양도 담보 설정으로 해당 자산의 소유권은 조건부로 메리츠증권에 넘어간다. ST리더스가 운용사(GP) 자리를 지키기 위해 자금 조달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메리츠증권에 핵심 자산을 모두 내어주고, M캐피탈은 껍데기만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M캐피탈 핵심 자산 100여개 메리츠 품으로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M캐피탈의 투자 자산을 담보로 최대 3000억원을 M캐피탈에 대출해주기로 했다. ST리더스는 올초부터 M캐피탈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국내외 PEF 운용사와 증권사들을 접촉했다. M캐피탈은 이달 말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이 2191억원에 달해 추가 자금을 투입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잔여 현금이 바닥나는 상황이다. 메리츠증권은 오는 28일 대출금 중 일부인 1000억원을 우선 M캐피탈에 지급할 예정이다.

ST리더스와 메리츠증권은 당초 M캐피탈의 투자 자산에 질권 담보를 설정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메리츠증권 내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지 못했다. 메리츠증권은 ST리더스에 대출을 받기 위해선 질권 담보가 아닌 양도 담보를 설정해야 한다고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담보 자산도 메리츠증권이 M캐피탈이 보유한 자산 중 핵심 자산으로만 직접 100여개를 추려서 지정했다.

질권 담보의 경우 담보 자산의 소유권이 채무자에게 있지만 양도 담보의 경우 소유권이 채권자에게 조건부로 넘어간다. M캐피탈이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면 핵심 자산의 소유권이 그대로 메리츠증권에 귀속된다. 업계에선 메리츠증권이 M캐피탈의 채무 변제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 파악하고 핵심 자산을 몰취하기 위해 양도 담보 조건으로 이번 딜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불리한 조건이지만 ST리더스는 메리츠증권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 ST리더스가 M캐피탈을 인수할 때 자금을 댄 최대 출자자(LP)인 새마을금고가 자산 담보 대출 방식으로 추가 자금을 넣어주겠다는 의사를 전했으나 운용사(GP) 교체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ST리더스는 이 제안을 거절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법리스크가 있는 ST리더스가 GP로 있는 한 M캐피탈에 자금을 지원할 곳은 사실상 메리츠뿐"이라며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메리츠증권은 고자세로 나서며 양도 담보를 요구했고, GP 자리 보전이 급한 ST리더스이 협상에 끌려다닌 모양새"라고 말했다. 

불확실성 커진 M캐피탈 신용등급 하향

ST리더스가 새마을금고의 자금 지원 제안을 거절하고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사이 M캐피탈의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M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회사채 시장에서 차환이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지분 인수 펀드의 출자자와 운용사 간 이슈, 단기 차입 비중 확대 등으로 M캐피탈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건전성 위험이 내재해 있고, 전체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안정성도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향후 M캐피탈 신용 등급이 더 떨어지면 M캐피탈이 발행하는 여전전문금융회사채의 발행금리는 더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M캐피탈의 여전채 발행 금리는 이미 6%를 넘어섰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발행금리가 높아지면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된다. GP와 LP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는 등 M캐피탈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본시장에서 M캐피탈이 발행하는 채권 투자를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 조성되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새마을금고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우선 ST리더스의 GP 업무 정지를 위해 펀드 사원총회를 소집했다. ST리더스가 운용하는 펀드의 핵심 운용 인력 다섯 명 중 세 명이 교체된 상황이라 GP 업무 정지는 가능하다. 새마을금고는 GP 교체도 추진했으나 VIP자산운용, 농심캐피탈, 코리안리 등 일부 LP가 반대해 이는 무산됐다. 다만 이번에 ST리더스가 자금 조달을 위해 M캐피탈의 핵심 자산을 메리츠증권에 넘긴 탓에 향후 선순위 LP들도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LP들 사이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M캐피탈이 PEF에 출자한 출자금 등 투자 자산을 메리츠증권에 담보로 제공하려면 PEF 운용사의 동의가 필요한 데 아직 동의를 다 받아내지 못한 것도 향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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