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의 ‘편지 정치’…군공항 무안 이전 승부수 통할까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4. 5. 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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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공항 이전 설득 차원 ‘약속의 편지1’…4만2000가구에 발송
두 개의 시선 “주민과의 직접 소통” vs “군 공항 이전용 술수”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강기정 광주시장이 연이어 편지를 쓰고 있다. '불통 정치인'이라는 꼬리가 붙어있는 강 시장이 직접 소통에 나선 모습이다. 강 시장은 최근 연패에 빠졌던 이정효 광주FC 감독에게 격려의 손 편지를 보냈고, 여야 원내대표에게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요청하는 '오월 광주의 편지'를 전달했다. 특히 답보상태인 광주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문제를 풀기 위해 무안 군민 수만명에게 손편지를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는 광주 군 공항 이전 당위성에 대한 전남도와 무안군 등 행정조직을 통한 주민 설득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이른바 정과 이웃에 약한 한국인 특유의 감성을 건드리는 '서신 정치'를 통해 광주 군공항 이전문제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무안군 일부에서 군 공항 이전용 '술수'라고 평가 절하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어, 강 시장의 '편지 정치'가 무안 민심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1일 오전 시청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과 차담회를 갖고 무안군민에게 보내는 '약속의 편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姜이 보낸 '약속의 편지1' 뭘 담았나

광주시는 최근 무안군 4만2000여 가구에 광주민간·군공항 이전사업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알리는 '약속의 편지1'을 보냈다. 민간·군공항 통합 이전을 설득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제목에 '약속의 편지1'이라고 붙여 적어도 올 연말까지는 시리즈 형식으로 편지를 보낼 것으로 관측된다. 

편지에는 무안공항의 서남권 관문공항으로서 역할과 민간·군 공항 통합 이전의 불가피성, 소음대책 등이 담겼다. 강 시장은 편지에서 "무안 공항은 서남권 관문 공항이 될 좋은 재목"이라며 "항공과 이용객 수용 시설은 전국 5위 규모이고, KTX가 정차하는 유일한 국제공항이 될 예정인데 만년 적자 공항으로 묵혀 두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달빛철도가 개통하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부산 가덕도 공항,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이 개항하면 광주·전남의 항공 수요를 빼앗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무안 공항이 '서남권 관문 공항'으로 도약하려면 광주 민간·군 공항과의 통합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간공항만의 이전은 불가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강 시장은 "무안군민께서는 광주 민간공항만을 원하시겠지만, 광주는 군공항도 함께 보내야 한다. 광주의 민간·군공항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동시 이전만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광주의 이런 상황에 대해 군민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고 호소했다.

강 시장은 군민들이 우려하는 소음과 관련한 대책도 약속했다. 그는 "군민 여러분의 가장 큰 걱정은 소음일 것인데 소음 영향을 받는 지역은 무안군 전체의 4.2%로 이 지역의 소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로운 군공항 부지는 현 군공항보다 1.4배를 넓게 확보하고, 거기에 광주 군공항에는 없는 110만 평의 소음 완충 지역을 추가로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무안 군민들에게 보낸 '약속의 편지' ⓒ광주시

무안 반응은…범대위 "군민 놀리는 것…편지 찢겠다"

하지만 무안지역 반응은 냉랭하다. 내용적으로 약속의 편지 수신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무안군 일부에선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총무 광주전투비행장 무안이전반대범군민대책위(범대위) 사무국장은 "강 시장의 손편지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가 아닌 군공항을 이전하기 위한 목적 밖에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정 사무국장은 그러면서 "협상이라는 것은 상대와 생각이 맞아야 하는 것인데 우리는 처음부터 반대를 해왔는데 놀리는 것도 아니고 무안군민들이 배가 불렀다는 식으로 표현을 한다"며 "손편지와 무안군의 방문은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지, 상생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고광완 광주시 행정부시장을 비롯한 공직자들이 민·군 통합공항 이전 효과 등을 홍보하기 위해 오는 24일 오일장이 열리는 무안읍 장터를 방문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범대위 측은 광주시 관계자 등이 무안지역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범대위는 장터 행진에 이어 광주시가 무안지역민에게 발송한 편지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를 마친 직후 무안경찰서에 강 시장을 고발할 계획이다. 

무안군은 '무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무안군 관계자는 "무안은 군공항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고, 특별하게 대응하지 않고 무대응 원칙으로 갈 것이다"며 "대응을 한다면 범대위 차원에서 하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17일 오후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열린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시·도지사 회담'에서 상호 합의한 공동발표문에 서명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다목적용 카드…면피·플랜B 가동 명분쌓기용?

지역 관정가 주변에선 강 시장의 이번 서신정치가 '다목적용 카드'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무안의 이전반대 단체 차원에서는 군 공항 이전을 극렬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각종 지원책으로 혜택을 받는 군민들 사이에서는 여론이 그리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승부수'를 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답보 상태에 빠져 있는 '광주 민간·군 공항 무안이전 사업'의 활로를 뚫기 위해 직접 무안 주민에 호소하는 감성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군 공항의 무안이전이 무산됐을 때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명분 쌓기용이라는 결이 다른 해석도 있다. 강 시장이 광주 군공항 무안이전을 위해 가시적으로 노력한 것이 없다는 '꼬리표'가 붙으면 자신의 정치생명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설사 무안과의 마찰이 끝내 풀리지 않아 군공항 무안 이전이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책임을 다 뒤집어쓰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보험 가입이라고도 할수 있다. 더불어 '플랜 B' 가동을 검토할 수 있는 등 운신의 폭이 보다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했다는 것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간공항과 군 공항을 무안군으로 함께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무안군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군 공항을 동시에 무안으로 이전하려는 광주시와 달리 무안군은 민간 공항만 무안 공항으로 통합하되, 군 공항에는 결사반대하는 입장을 보인다.

실제 지난달 24일 무안 초당대에서 '광주 민간·군 공항 이전 시 소음 대책 토론회'를 개최한 이후 별다른 진척 없이 답보 상태다. 강 시장은 이날 토론회 축사에서 전남 무안에서 광주 민간·군 공항을 받지 않을 경우 '제 갈 길을 가겠다'고 언급하며 대안 추진을 암시했다. 강 시장은 무안군과의 대치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우려해 그동안 '플랜 B' 가동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다만 대안이 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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