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진 못해도 죽기전 얼굴이라도"…납북 고교생 모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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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한테 우리 아들 면회라도 시켜주라고 잘 좀 말해주시오. 내가 이제 나이 많고 아들이 북에 가족이 있을 테니 돌아오진 못하더라도 나 죽기 전에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주시오."
47년 전 북한 공작원에 납치된 고교생 이민교의 어머니 김태옥 씨는 24일 전북 군산의 선유도에서 열린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 제막식에서 줄리 터너 미 북한인권특사를 붙잡고 눈물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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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선유도=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김정은한테 우리 아들 면회라도 시켜주라고 잘 좀 말해주시오. 내가 이제 나이 많고 아들이 북에 가족이 있을 테니 돌아오진 못하더라도 나 죽기 전에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주시오."
47년 전 북한 공작원에 납치된 고교생 이민교의 어머니 김태옥 씨는 24일 전북 군산의 선유도에서 열린 고교생 납북자 송환기원비 제막식에서 줄리 터너 미 북한인권특사를 붙잡고 눈물로 호소했다.
92세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김 씨는 쌀쌀한 날씨에도 아들을 만나게 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고자 다른 고교생 납북자 가족들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선유도를 찾았다.
김 씨는 터너 대사를 향해 "당신도 자식 있소? 그러면 내 맘 아시지 않소?"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통역을 통해 김 씨의 호소를 들은 터너 특사는 "저도 아이가 있고, 그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며 위로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달된 고통과 공감에 주변이 숙연해졌다.
이날 제막한 송환기원비는 지난 1977∼1978년 선유도와 전남 홍도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된 고교생 김영남·이민교·최승민·이명우·홍건표의 귀환을 염원하고 대한민국이 결코 이들을 잊지 않았다는 의지를 담았다.
선유도는 이들 5명 중 김영남이 납치된 곳이다. 홍도에 설치하는 송환기원비 제막식은 27일 열린다.
김영남은 북한에서 일본인 납북자의 상징인 요코타 메구미를 만나 결혼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어머니와 상봉도 했지만, 나머지 4명은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최승민의 형 승도 씨는 취재진에 "아버지는 동생을 찾겠다며 전남 일대 섬을 뒤지셨고 몇 년 후 화병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 유언대로 동생을 꼭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달라"며 눈물을 훔쳤다.
선유도 송환기원비 제막식에는 이명우를 제외한 4명의 가족 12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생사 확인과 상봉만이라도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에 참석한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생사 확인이 안 된 피랍 고교생 4명 중 이민교·홍건표의 모친은 살아계신다"며 "북한 당국은 두 분 어머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비공개 상봉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최 이사장은 홍건표의 어머니 김순례(91) 씨가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내는 편지를 이날 공개했다.
김 씨는 "이 늙은이 소원 딴 거 없습니다. 그저 아들 얼굴만이라도 한 번 보고 죽었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라고 썼다.
이날 행사에는 납북자 가족 외에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신화 북한인권대사, 서거석 전북교육감, 강임준 군산시장 등도 참석했다.
김 장관은 기념사에서 "북한은 이제라도 우리 고교생 5명 전원을 가족의 품으로 송환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호응하기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취재진에 "고교생들이 납치되는 아픔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이 많다"며 이들의 아픔을 알리는 노력도 하겠다고 말했다.
터너 특사는 취재진에 "납북자 가족들이 점차 연로해져 우리가 더욱 시급하게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11월 예정된 북한에 대한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 등 국제사회 협력으로 문제 해결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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