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다가 유산한 임금노동자, 전체 유산·사산 60% 차지

전아름 기자 2024. 5. 2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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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유산·사산 경험 노동자의 유해 위험 노동환경에 대한 인식과 정책과제' 리포트 발간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 하다가 유·사산한 임금노동자의 비율이 전체 유산·사산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건수는 10건에 불과하다. ⓒ베이비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일 하다가 유·사산한 임금노동자의 비율이 전체 유산·사산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건수는 10건에 불과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최근 'KWDI 이슈페이퍼'에서 '유산·사산 경험 노동자의 유해 위험 노동환경에 대한 인식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리포트를 발간했다. 

연구원은 "유엔(UN)의 국제규약과 국제노동기구(ILO)의 산업안전보건협약 등에서는 일터 내 유해·위험 인자에 의해서 임신노동자의 임신이 소실되지 않고 재생산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강조하고 있다"라며 "일터에서 유·사산을 경험하는 여성노동자가 많지만, 산업재해가 인정된 사례는 매우 소수에 불과하고, 유·사산을 예방하고 보호·지원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노동현장에서 여전히 작동되지 않거나 노동자 특성에 따라 차별과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15년 이후 임금노동자로 일하던 중 유산이나 사산을 경험한 여성 859명을 대상으로 2023년 7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노동현장에서 유산과 사산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실태를 알아보고 개선과제를 도출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업무가 임신유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에 약 92%가 동의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건 8.3%에 불과했다. '유산 사산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90%였다. 

이들의 고용 형태는 정규직, 비정규직, 무기계약직 순이었고, 직종은 서비스, 기술직, 단순노무, 관리자 및 전문직 등 다양했다. 업종으로 따졌을 때 숙박 및 음식점업 종사가 65%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업무가 유사산과 연관성이 있다고 인지한 경우는 1000명 이상 규모 업장에서 일하는 종사자에게서 가장 낮았으나 규모에서의 응답 차이는 크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우선 '업무가 임신유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에 약 92%가 동의했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건 8.3%에 불과했다. '유산 사산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90%였다. ⓒ베이비뉴스​

다만 업무가 임신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강하게 동의한 경우와 업무가 유사산과 연관성이 있다고 강하게 동의한 경우의 노동시간은 가장 길었으며 특히 연장근무, 야간근무, 휴일근무, 교대근무를 '항상' 혹은 '자주'했다는 응답도 유의미하게 높았다. 아울러 노동시간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변경하거나 조정할 수 있었던 응답 비율도 낮았고, 휴게시간도 1시간 미만으로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60% 이상은 유·사산 당시 원할 때 휴식을 취할 수 없었고, 업무의 양도 조절할 수 없었으며 유·사산 당시에도 76.8%는 '감정을 숨기고 일해야 했다'고 응답했다. 

80.8%는 임신 중 아팠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참고 일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로 '내가 꼭 해야 하는 일이거나, 대체인력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64.4%로 가장 많았다. 24.8%는 '휴가 사용 시 눈치가 보이거나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 때문에'라고 밝혔다. 임신 중 참고 일한 경험자의 87.2%는 보건업, 사회복지서비스업이었다. 

한편 임신 11주 이내 유사산이 72.3%로 가장 많았고 12~15주가 18.6%, 16~21주가 6.9%, 22~27주 1.7%, 28주 이상은 0.5%로 나타났다. 

이들의 40.7%는 유사산 휴가제도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응답했으며, 비정규직이고, 재직기간이 짧을수록 제도에 대해 몰랐다.

유산과 사산을 겪은 이들 중 28.1%만이 유사산 휴가를 신청했고 21.5%는 자신의 연월차를 사용해 쉬었다. 4.5%는 병가와 휴직을 신청했으며 나머지 33.8%는 그 어떤 휴가도 신청하지 못했다. 유사산 휴가 신청은 정규직이고, 재직기간이 길고, 직급이 높고, 종사자 규모가 클 수록 많았다. 

유·사산 이후 어떤 형태의 휴가도 사용하지 못한 응답자 78.6%는 '휴가를 사용하지 못해 신체적 정신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유·사산 휴가 사용자들 중에서도 29.5%만 휴가 기간이 신체적 정신적 회복에 충분했다고 응답했고 나머지 70.5%는 불충분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경험한 유·사산이 당시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인지하는 경우는 369명. 이들 중 산재 신청을 한 경우는 3.0%에 그쳤다. 산재 신청하지 않은 이유로 '업무와 유사산의 인과성을 확인할 수 없어서'가 57.8%로 가장 많았고, 38.3%는 산업재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았다. 26.3%는 유산 사산 사실을 직장 동료가 알게되는 게 싫어서 신청하지 않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어 신청할 여유가 없었다는 이유도 24.6%였다. 

유·사산 이후 대부분 슬픔, 무력감, 공허함, 허무함, 죄책감, 우울감, 불면증, 분노, 자살생각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으나, 이들 중 10.7%만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치료를 받았다. 특히 유·사산 당시 임신주수가 길수록, 당시 업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강하게 인지할 수록, 산업재해를 신청했거나, 유·사산 횟수가 많을 수록 치료 경험이 많았다. 

연구진은 조사 결과를 종합해 일터 내 유산·사산 발생 예방을 위한 정책 과제로 산업안전보건법 내 여성노동자 안전과 건강 관련 규정 신설 및 근로기준법과의 연계 구체화를 제안했다. 아울러 "일터의 다양한 위험인자와 유사산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의사가 의학적 규명 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라며 일터에서 임신노동자의 유산·사산이 업무와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업무상질병 인정기준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사산에 대한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을 마련할 때, 기존의 일터 내 물리적 인자, 화학적 인자, 생물학적 인자 이외에도 장시간 서서 일하는 업무 등 인체공학적 인자와 업무 과정에서 직장 상사 및 동료와 고객으로부터의 감정노동 등을 포함하는 심리사회적 인자를 비롯, 본인의 업무에 대한 관리와 통제 부재·상실로 인한 업무 부담 및 과중한 책임 등 다양한 노동환경적 특성도 반드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이 외에도 잠재적 유사산 발생 예방을 위한 모성보호제도 적극적 홍보, 임신노동자 업무관리 모니터링, 관련 산안보건교육 강화 등을 제안하는 한편, 유산 사산 휴가 기간을 최대 20일까지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한편으론 인공유산도 자연유산 및 사산과정에서 필요한 의료적 처치와 신체적 정신적 건강과 후유증으로부터 회복이 필요한 만큼, 임신중단에 대한 대체법안도 가능한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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