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여행 최적지, 마쓰야마

박유정 2024. 5. 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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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 5일간 부지런히 달렸다. 이마바리, 오즈, 시모나다에 이어 도고까지. 마쓰야마 근교 구석구석을 렌터카로 돌아봤다.

●자유롭게 네 바퀴로 달리다

오사카를 비롯해 일본의 다양한 도시들을 여행했지만 한 번도 렌터카로 다닐 생각은 못했다. 패스권이나 기차를 이용하면 뚜벅이로도 돌아다니기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쓰야마 여행에서는 자동차가 필요했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시모나다역 철길에 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고 가는 열차가 있지만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고 렌터카 비용도 비싸지 않았다. 4박 5일 동안 마쓰야마의 근교를 네 바퀴로 다니기로 결정한 이유다.

마쓰야마 렌터카 이용 팁 몇 가지를 알아 두면 여행하기에 편리하다. 먼저, 마쓰야마는 공항과 시내가 가깝다. 차로 고작 25분 거리다. 그만큼 렌터카 이용 시간도 늘어나니 더 오래 마쓰야마를 즐길 수 있다. 맵 코드도 중요하다. 한국어가 지원되는 네비게이션을 신청했지만 막상 이용해 보니 주소를 입력할 때 한국어로 입력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때 맵 코드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던지. 스폿마다 부여된 맵 코드를 검색하면 쉽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찾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과 우리나라는 운전대 위치가 반대지만 브레이크와 액셀 위치는 동일하다. 해외 렌터카 이용이 처음이라면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마쓰야마는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의 본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의 북서부 에히메현에 속해 있다. 인천공항을 기준으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공항과 시내 간 거리가 가깝고 도보로도 관광이 가능해 짧은 기간 동안에도 알차게 돌아다닐 수 있는 소도시다. 연중 기후도 따듯해 더욱 좋다. '귤 왕국'이라 불릴 만큼 귤이 특산품인 곳이기도 하다. 마스코트 캐릭터는 미컁. 귤을 의미하는 일본어 '미캉'과 강아지의 울음소리인 '컁'이 합쳐졌다. 귤과 강아지의 깜찍한 조합이다.

●imabari 이마바리
우연히 발견한 선물
타마가와 호수

렌터카를 타고 이마바리로 향하던 길에 반짝 빛나는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렌터카 여행의 묘미는 멈추고 싶을 때 멈춰서 쉬었다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 덕분에 시간 여유가 많았고 '내리자'는 한마디에 잠시 차를 세워 두고 가만히 서서 호수를 바라봤다.

사람 한 명 없지만 그래서 더 좋은 타마가와 호수

호수의 이름은 타마가와 호수. 이마바리시에 위치한 타마가와 댐의 호수로, 이마바리시를 거쳐 세토 내해로 흘러드는 22.6km의 소자강에 합류한다. 타월 산업으로 인한 급속한 발전으로 물 부족이 문제가 되어 댐을 건설했고 그로 인해 호수가 생겼다고 한다.

푸른 하늘과 우거진 산 그리고 바람 방향을 따라 흐르는 호수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들뜬다. 차를 타고 근교에 가지 않았으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다. 호수 주위로 정제된 아스팔트 길을 따라 걸었다. 정말 조용한 시골 풍경이다. 마을 주민들은 종종 계단을 통해 호숫가로 내려가는 것 같았다. 넓은 호수 표면엔 작은 빛들이 반짝였다. 계속 보고 있으니 물 위로 삐져나온 나뭇가지는 오리가 되어 물 위를 헤엄치는 것 같았고 호수와 나만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때로는 준비되지 않은 채로 마주하는 것들이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수성은 처음이라
이마바리성

이마바리성은 이마바리시의 대표 관광지다. 카가와현의 다카마쓰성과 오이타현의 나카쓰성과 함께 일본에서는 3대 수성(水城)으로 꼽힌다. 1608년에 세워졌다가 폐성을 거쳐 1980년부터 복원 작업이 진행됐고, 지금의 이바마리성으로 재탄생했다. 건축물은 대부분 새로 복원된 것이지만 해자와 돌담은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마바리성 6층 전망대에서 내려본 이마바리 시내 풍경. 오른쪽으로는 이마바리 항구가 보인다

규모가 큰 성은 아니지만, 천수각만큼은 꼭 들러 봐야 한다. 천수각 6층 전망대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오르기 힘들지만 도착하고 나서 보이는 풍경 때문에 오를 만한 가치가 있다. 높은 건물들이 없어 이바마리성 내부와 이마바리시는 물론이고 시고쿠를 대표하는 산 이시즈치산과 세토 내해를 360도로 눈에 담을 수 있다. 세토 내해의 바닷물로 이루어진 이마바리성 해자의 모습 역시 놓칠 수 없는 절경이다.

놓치면 아쉬운 이마바리성의 해자와 돌담

이마바리성을 나갈 땐 입장할 때와는 반대로 서쪽으로 나 있는 우라코라이몬으로 나와서 돌아나가는 걸 추천한다. 해자에 비친 이바라리성의 반영 사진을 더욱 또렷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야자수도 늘어서 있고 성을 둘러싼 넓은 해자가 더해져 신비롭고 이국적인 경관을 보여 준다. 일몰 후 30분 후에는 돌담과 천수각에 조명이 들어오니 여유가 있다면 야경까지 돌아봐도 좋겠다.

이마바리시에서 꼭 먹어야 하는 요리인 돼지고기 계란밥.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

성 관람 후 출출한 배는 돼지고기 계란밥(야키부타타마고메시)으로 달래 보자. 이마바리시에서 꼭 먹어 봐야 할 메뉴 중 하나로, 밥 위에 구운 돼지고기와 반숙 계란말이를 얹고 그 위에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소스를 부어 먹는 덮밥이다. 맛은 우리나라 간장계란밥과 비슷하다.

●ozu 오즈
신선을 만날지도 모르겠어
가류산장

에히메의 옛 지명인 '이요'의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오즈. 강을 따라 길쭉하게 들어선 마을이라 넓지 않아서 한두 시간이면 둘러보기에 충분하다. 이곳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는 메이지 시대에 축조된 일본식 산장 정원인 가류산장이다. 산장 앞으로 흐르는 히지카와강 앞에는 호라이산이 있다. 호라이산은 용이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가류(와룡)'산이라고도 불린다. 가류산장은 이 가류산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후로안 다실 전경

도착하니 보이는 반가운 한국어 안내판. 본격적으로 가류산장에 들어가기 전에 보이는 히지카와강이 윤슬을 뽐내며 흘러간다. 내부를 지나 안쪽으로 걸어오면 대청마루처럼 앉아서 가류산장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산장 지붕을 덮을 만큼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과 꽃 그리고 화초와 탑이 질서정연하게 제 몫을 하고 있다.

오즈를 지나 돌아가는 길, 뒷좌석 창문으로 보이는 히지카와강

그 앞에 난 정원을 따라가면 다실 '후로안(不老庵, 불로암)'이 나온다. 후로안은 가류산장 내에서도 가장 풍경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 이름엔 '보이는 풍경을 관망하다 보면 늙는지도 모른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고. 들어오는 햇빛과 달빛의 반사를 잘 보여 주기 위해 후로안의 내부는 대나무 재질로 둥그렇게 되어 있다. 맑은 날씨에 깎아지른 절벽 위 정자 하나가 풀에 가려져 공간을 꽉 채운다. 흐르는 강물에 지나가는 나룻배와 물결의 잔잔한 소리가 고민으로 가득 찬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 준다. 꼭 산신령이라도 만난 것처럼 편안하다.

소유라멘 국물 한 입. 여행의 피로가 풀린다

가류산장을 돌아봤다면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현지인 라멘 맛집, 후쿠쨩 라면 본점을 강력 추천한다. 된장 맛의 미소라멘도 맛있지만 소유라멘의 담백한 국물 맛은 특히 일품이다.

●shimonada 시모나다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으로

시모나다역은 일본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불린다. 그래서 철도를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역사 밖으로 나오면 파란색 지붕 플랫폼 아래 벤치 2개가 일렬로 놓여 있다. 시모나다역에서는 별다른 피사체가 필요 없다. 벤치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만 해도 가슴을 요동을 치게 만드는 컷을 건질 수 있다. 노을이 지나고 어두워지면 역 근처로 줄지어 있던 가로등이 주변을 환하게 비춘다. 겨울일수록 해가 남쪽으로 기운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이다. 일몰을 기다리기 전 입이 심심하다면 시모나다 역사 뒤편에 자리 잡은 시모나다 카페로 가 보자. 에히메현 산 귤 주스를 3가지 종류로 맛볼 수 있다.

물속에 잠겨 있는 선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시모나다역에서 15분 정도 걷다 보면 마쓰야마 여행의 이유였던 곳이 나타난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주인공 센이 바다 위 잠긴 선로를 따라 걸어가는 장면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과연 바다에 잠긴 선로를 볼 수 있을까. 걱정도 잠시, 나란히 일자로 바다에 잠긴 2개의 선로가 눈앞에 펼쳐졌다. 노란색과 검정색으로 칠해진 선로는 부식돼 있었다. 맑은 날씨에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속. 눈을 감고 애니메이션의 장면을 상상했다. 금방이라도 '가오나시'가 옆에서 걷고 있을 것만 같았다.

시모나다역으로 가고 있다면 운전자석 옆으로 늘 바다가 있다
역 간판과 뒤로 보이는 바다 자체로도 방문할 이유가 되는 곳

시모나다역에서 한 정거장만 이동하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후타미 시사이드 공원이 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고, 방파제가 있는 해변이라 파도가 심하지 않아 물놀이를 하기에도 제격이다. '일본 석양 100선'에 선정된 저녁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기도 하다. 해변 공원 가운데에는 특이한 모양의 비석이 있다. 비석 가운데 동그라미 안에 해가 걸쳐질 때 가장 황홀한 일몰을 볼 수 있다고.

멋진 일몰이 펼쳐지는 후타미 시사이드의 일몰. 아이가 가리키는 동그라미 안에 해를 담아 보면 멋진 일몰이 펼쳐진다

●dogo 도고
3,000년의 시간을 거슬러
도고온천

도고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이다. 세월의 흔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존하고 이어 나가려는 지역 주민들의 애정이 돋보이는 곳이다. 마쓰야마 시내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다.

도고온천 본관의 전경. 공사 중이지만 별관을 이용할 수 있다

온천은 본관과 아스카노유 별관으로 나뉜다. 본관은 1894년에 지어진 후 1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공중목욕탕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공중목욕탕의 모티브가 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본관을 나서면 약간의 언덕길이 보이는데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족욕장이 보인다. 온천의 신인 '유신사' 사당 옆에 있는 족욕탕으로, 도고온천 본관과 마쓰야마 료칸 일대가 보이는 뷰 포인트 장소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야외 탕이라 발은 뜨끈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 기분 좋게 나른해진다.

도고온천의 아스카노유 별관

아쉽게도 도고온천 본관은 2024년 12월까지 공사 예정이다. 그러나 걱정은 금물. 우리에겐 아스카노유 별관이 남아 있다. 별관은 2017년에 일본 아스카시대를 콘셉트로 문을 열었다. 내부에는 에히메현의 전통공예 장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별관이라고 해도 대중탕처럼 몸을 씻을 수 있고 노천탕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스타벅스 도고온센점의 내부. 투박하지만 멋있다

도고온천 인근에 레트로한 분위기의 스타벅스 도고온센점도 지나치기 아깝다. 장난감 모형 집처럼 생긴 외관도 무척 독특하지만, 내부 역시 멋스럽다. 내부는 짙은 녹색 계열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고 벽지엔 나뭇잎이 가득하다. 커튼은 오래된 도고온천을 나타내는 듯 회색 톤의 뻑뻑한 재질이다. 카페 내부에서 시계탑과 상점 거리를 창문 프레임에 함께 담으면 마치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고온천 근처 즐길거리
봇짱 열차 & 가라쿠리도케이 시계탑

도고에서 도고온천 하나만 보고 오기엔 아쉽다. 주변에 즐길 거리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도고온센점 오른편에는 마쓰야마 시내를 달리는 아날로그 전차 '봇짱 열차'가 있다. 나쓰메 소세키가 마쓰야마를 무대로 쓴 소설 <봇짱(도련님)>에 등장한 열차라 봇짱 열차로 불린다. 디젤차로 복원시켜 승무원 복장부터 기차 내부까지 옛날 그대로 재현해 놓은 게 특징. 예전에는 실제로 운행도 했었지만, 아쉽게도 지난해 11월부로 운행을 종료했고 지금은 전시만 하고 있다.

차분해 보이는 시계탑. 시간은 흘렀어도 공연의 수준은 기대 이상이다

열차 옆 도고온천 상점가 입구에는 봇짱 가라쿠리도케이 시계탑이 있다. 1994년 도고온천 본관 10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된 시계다. 시계탑은 평일 아침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정각마다 약 5분에서 10분 정도 공연을 진행한다. 2단이었던 시계가 위아래 양옆으로 스르륵 펼쳐지면서 인형들이 나와 춤을 춘다. 언어는 알아듣지 못해도 흘러나오는 음악과 병정들의 움직임으로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소설 <봇짱>의 등장인물들이 나오기에 미리 소설의 내용을 알고 가면 좋다.

글·사진 박유정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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