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도 수출하는 ‘K-씨감자’ 생산기술

지유리 기자 2024. 5. 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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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감자 생산체계 다섯단계…소요기간 5년
기본종 대량생산 가능한 ‘분무경’ 수경재배
농진청, 이상기후 반영한 품종 개발에 노력

올해는 우리나라에 감자가 들어온 지 200년이 되는 해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고 영양이 풍부한 감자는 긴 세월 동안 구황작물로서 두루 사랑받았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지금도 주식·부식·간식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 재료로 인기가 높다. 그만큼 친숙한 작물이지만, 어떻게 생산되는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영양번식을 하는 감자는 씨(종실)가 아닌 씨감자로 재배한다. 

23일, 오랫동안 우리 식탁을 지켜온 씨감자의 생산체계를 엿보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와 강원특별자치도 감자종자진흥원을 방문했다.

식용감자는 주로 봄에 심어 여름에 수확하는 하지감자다. 재배기간은 100일 남짓이지만, 씨감자가 식용감자로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5년이 걸린다. 씨감자 생산은 ‘기본종-기본식물-원원종-원종-보급종’ 등 다섯단계를 거치는데, 단계마다 1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감자는 보급종을 심어 수확한 것이다.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선 기본종과 기본식물이 생산된다. 모든 과정은 철저하게 관리된 실내에서 이뤄진다. 씨감자는 덩이줄기를 심어 복제하듯 번식해 생산하는데, 한번 바이러스에 걸리면 다음 세대로 바이러스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병 씨감자를 생산·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고령지농업연구소에서 감자 기본종-기본식물을 생산하고 있다. 농진청

실험실처럼 통제된 곳에서 씨앗을 파종해 싹이 트면, 수경재배 시스템으로 옮긴다.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기본종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수경재배 기술을 실용화했다. 기존에도 수경재배 기술이 있긴 했지만, 물이 마르거나 썩는 등 피해가 잦았다. 고령지농업연구소는 시간에 맞춰 양액을 안개처럼 분사하는 ‘분무경’ 기술을 도입해 안전성을 높였다. 이를 활용하면 토경재배보다 생산성은 다섯배 높고 훨씬 적은 인력으로 생산관리가 가능하다. 생산되는 씨감자 크기도 10~30g으로 큰 편이 관리가 쉽다.

양액을 안개처럼 분사하는 방식의 수경재배 시스템. 공동취재단

이런 수경재배 기술은 국제연합(UN) 산하 감자연구 주관기관인 감자연구소(CIP)에서도 활용하는 등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농진청은 2007년 씨감자 생산 시스템이 없던 알제리에 수경재배 기술을 지원해 자체적인 생산을 가능하도록 했다. 그 외 아시아·아프리카와 감자 원산지인 파라과이·볼리비아에도 한국형 씨감자 기술이 전파됐다. 최근엔 도미니카공화국이 우리 기술을 이용해 ㏊당 18t이던 감자 생산성을 25t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연구소에서 생산된 기본종은 이후 강원도 감자종자진흥원이 관리하는 노지로 옮긴다. 이곳에선 망실재배로 원원종-원종을 생산한다. 감자 바이러스는 진딧물을 통해 옮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막기 위해 1제곱인치당 400개 구멍이 뚫린 백망사로 일종의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다. 길환수 감자종자진흥원 감자원종장장은 “원원종·원종 재배 시 망실을 활용하는 것은 우리나라뿐으로, 무병 씨감자를 생산하는 데 효과적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감자종자원은 올해 망실 1300여동에서 원원종 81t, 원종 664t을 생산할 계획이다.

강원도 감자종자진흥원은 진딧물을 통해 감자 바이러스를 방제하기 위해 망실재배를 통해 씨감자 원원종-원종을 생산한다. 공동취재단

4~5월 파종해 9월께 수확한 원원종은 선별을 거친 후 영상 2.5~3.5℃로 유지되는 저온창고에서 6개월가량 저장된다. 저장 후 마지막 종자 선별검사를 거친 후에야 기나긴 씨감자 생산단계가 끝나고 농가로 보급된다.

최근 감자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수년 새 생산량이 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감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종인 ‘수미’에 대해 일부 농가는 “적응성이 떨어져 더 이상 생산이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소비자 입맛이 바뀌면서 외국산을 찾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농진청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최근 선보인 ‘골든볼’은 수미를 대체하고자 개발된 품종이다. 조지홍 고령지농업연구소장은 “‘골든볼’은 잘랐을 때 갈변현상이 적고 맛이 뛰어나, 수미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미보다 고온에 잘 견디는 품종이라 생산성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골든에그’는 감자튀김 등 가공용으로 적합하고 ‘금선’ ‘은선’은 2기작이 가능하다. 다양한 품종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국내 육성 품종 보급률을 2019년 16.9%에서 2023년 30.4%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개발한 신품종 씨감자.

조 소장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씨감자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면서 “앞으로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우수 품종 육성과 우량 씨감자 확대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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