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 기자 폭행 논란에 취재 거부 여전...언론탄압 종합판?
9일 대구시 공무원, 오마이뉴스 기자 폭행 논란…광고 빌미 삼아서 '뉴스민 기고 중단' 주장도
대구MBC 취재거부도 여전…"홍 시장은 책임지지 않아, 대구시 공직자들 본인 위한 판단해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지난 9일 대구시 공무원의 오마이뉴스 기자 폭행 논란이 벌어졌다. 대구컨벤션뷰로 해산 총회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에게 사진 삭제를 요구하며 '삭제하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고 제지하는 과정에서 기자가 뒤로 밀려 넘어졌다는 내용이다. 기자는 전치 2주 부상을 당했고 들고 있던 카메라도 파손됐다고 밝혔다. 결국 기자는 사진을 삭제한 후 회의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당사자인 조정훈 오마이뉴스 대구주재 기자는 대구시의 사과가 없자 지난 14일 공무원 3명을 폭행·감금·기물파손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조 기자는 지난 22일 미디어오늘에 “(사진) 삭제를 안 하고 나가려니 직원들이 내 옷을 잡아당기고 앞에서 가로막았다. 핸드폰을 빼앗으려 하기도 했다”며 “국제통상과 과장이 계속 앞을 막아서 등으로 밀었더니 나를 넘어뜨렸다.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고 카메라가 파손됐다.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삭제 안 하면 못 나간다는 말만 반복했고, 결국 내가 일어나 삭제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9일 뒤늦게 사건 현장을 찾았던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의 이상원 편집장은 <예견된 대구시 언론인 폭행 논란>이라는 칼럼으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편집장은 칼럼에서 “폭행보다 더 모욕적인 일이 편집권에 관여하는 일이라는 걸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며 “이미 편집권에 관여하는 것도 꺼리지 않은 그들이 '기자 따위'를 폭행하는 게 그리 어려웠을까”라고 했다.
이상원 편집장은 22일 미디어오늘에 당시 대구시 공무원이 항의하는 조 기자에게 '(조 기자가) 성추행했고 휴대폰을 파손했다'고 근거 없이 빈정대거나 '어어, 제 몸에 손대지 마세요'라며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대구시 측 태도를 “기자의 허물을 만들려 일부러 그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상식적 행동을 했다”고 봤다.
대구시의 적대적 언론관은 2022년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래 지적돼왔다. 대구시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해 광고를 삭감·중단하거나 취재 거부를 선언하는 일이 반복됐다. 뉴스민도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편집장은 지난해 12월 대구시가 뉴스민이 청구한 홍 시장 관사 비용 등 정보공개를 거부한 결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로도 협조가 정상화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내 이름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주요 몇 개 부서는 보내주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다. 똑같은 방식으로 청구해 받았던 자료도 '정보 부존재' 결정을 했다가 반발하니 보내주겠다고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이번에 폭력 논란을 겪은 오마이뉴스 기자도 이전부터 지속적인 취재 거부를 당해왔다고 했다. 조정훈 기자는 “(대구시) 공보관, 홍보실 담당자에게 전화해도 안 받고 문자 답변도 없다”며 “지난해 9월엔 홍 시장의 기자간담회에 갔는데 공무원들이 나를 강제로 끌어냈다. 기자단 간사와 합의되지 않은 기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는 핑계를 댔는데 그 이후 홍 시장 기자간담회에 한 번도 못갔다”고 했다.
광고 빌미로 기고·출연 중단 요청을 받은 경험도 전했다. 조 기자는 “지난해 이상원 뉴스민 기자를 포함해 몇몇 기자들이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했다. 갑자기 대구시에서 광고를 끊어 이유를 물으니 공보관실 담당자가 '그 사람들이 홍 시장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니 안 쓰게 하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며 “내가 대구MBC 시사 프로그램 '시사톡톡'에 출연했다는 이유로 광고를 못 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취재방해 안돼' 법원 판결에도 대구MBC 취재거부 여전
대구시와 대구MBC는 홍 시장 취임 후 이미 여러차례 소송을 진행했다. 지난해 5월 대구시는 '시사톡톡'의 '뉴스 비하인드' 코너에서 TK신공항 특별법을 검증한 대구MBC의 취재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이종헌 대구시 신공항건설특보는 대구MBC 보도국장 등 시사톡톡 관계자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경찰에서 불송치 결정을 내리자 검찰에 이의신청을 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에도 이 특보의 사건과 병합해 수사를 받겠다며 같은 내용으로 시사톡톡 관계자들을 대구지검에 고발했다.
대구MBC는 대구시와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대로 대구지법에 출입 및 취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고, 지난 1월 법원은 홍 시장과 대구시에 대구MBC의 취재를 방해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취재거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게 대구MBC측 설명이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구참여연대 등 대구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22일 홍 시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김영진 전국언론노조 대구MBC지부장은 대구시의 취재거부는 “여전히 평행선”이라고 했다. 김 지부장은 “홍 시장이 겉으로 국장들에게 본인 판단 하에 협조하라고 말했지만 협조는 안 되고 있다”며 “취재기자들도 힘들어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구시와 소송을) 준비 중인데 그럼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는 거니 취재는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회사에서도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지난 3월 황외진 신임 대구MBC 사장 선임 이후 시사톡톡의 '뉴스 비하인드' 코너가 폐지돼 대구MBC의 보도가 축소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시의 취재 거부에 맞선 소송을 담당했던 보도국장도 황 사장 선임 후 교체됐다. 대구참여연대는 21일 성명에서 “문제는 황 사장이 취임 직후 대구시와 관계 정상화를 언급한 후 일어나는 변화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뉴스 비하인드'를 없애고 제작진 인사이동도 있었다. 소송을 담당했던 보도국장은 사실상 경질됐다”며 “대구시 취재에 어려움이 있으니 타개해보자는 건 이해하는데 대구시와 홍 시장에겐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내부를 단속하는 건 퇴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원 대구MBC 보도국장은 신임 사장의 개입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22일 “새로운 포맷으로 가는 과정에서 해당 코너의 담당자가 바뀌면서 코너가 없어지게 됐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 시사 보도가 축소됐다고 보는 분들도 있다. 의도가 있다기보단 담당자가 그렇게 하고싶다고 해서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사장은 보도국 관련해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며 “보도국은 내가 다 총괄한다”고 말했다.
보도국장 교체를 두고는 “신임 사장 인사권의 영역인데 시기적으로 왜 바꾸냐는 일부 의견들이 있었다”며 “하나의 의견으로 존중하지만 인사는 별개의 문제라는 게 사장의 입장”이라고 했다. 아울러 “대구MBC는 최근에도 시민단체가 홍 시장을 고발한 사건을 리포트로 제작했다. 오마이뉴스 기자 폭행 관련 기자회견도 톱으로 내보냈다”며 “대구시와 관계가 정상화된 것도 하나도 없다. 아직 대구시청 기자실에 출입하지 못하고 있고 홍 시장의 브리핑 관련 연락도 못받고 있다. 정상적으로 취재를 해야 비판도 하는데, 꼭 필요한 건 이미 나온 기사를 보고 처리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홍준표 시장은 책임지지 않아, 공직자들이 원칙대로 행동해야”
최근 대구시 유튜브 담당 공무원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대구시 공식 유튜브가 홍준표 시장 개인 홍보 채널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대구참여연대는 홍 시장 취임 후 약 1년 동안 대구시 공식 유튜브에 게재된 영상을 분석해 공직선거법에 저촉되는 지점들을 찾아 고발했고, 경찰은 대구시가 법이 정한 기준을 넘어서서 홍 시장을 홍보하는 영상을 만든 게 공직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상원 뉴스민 편집장은 “홍 시장은 어차피 4년, 길어도 8년 대구에 머무를 사람인데 문제는 남아있을 사람들”이라며 “남아서 대구에서 터를 잡고 살아갈 대구시 공직자들은 시장이 언론과 만든 갈등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 편집장은 “홍 시장은 책임지지 않는다. 대구MBC 취재방해 관련 판결이 나온 후에도 홍 시장은 바로 '자기는 지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다”며 “(홍 시장이)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걸 공직자들이 인지했으면 좋겠다. 공직자들이 이제는 본인들을 위해서라도 판단해야 하고 원칙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조정훈 기자도 “지역일간지나 인터넷 신문은 지역에 대기업이 없으니 지자체 광고에 목매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알면서도 저항을 못해 대구에 제대로 된 비판 기능이 부족하다고 봐야한다”며 “홍 시장은 계속 언론에 대한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홍 시장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대구시 입장을 듣기 위해 23~24일 통화, 문자, 메신저 등으로 대구시 공보관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질의하려던 내용은 △대구시 공무원의 폭행 사실에 대한 입장 △대구시민단체의 홍 시장 고발에 대한 입장 △홍 시장 기자간담회에 오마이뉴스 기자를 참석하지 못하게 한 이유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기고 및 출연 중단을 요청했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 △대구시 유튜브 담당 공무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입장 △홍 시장과 대구시의 적대적 언론관을 향한 비판에 대한 입장 등이다.
최근 해산 총회 현장에서의 기자 폭행 논란에 대한 대구시 입장은 지난 14일 평화뉴스에 일부 반영됐다. 익명의 대구시 국제통상과 관계자는 이 매체에 “당시 (해산 총회) 현장이 물리적 대치로 어수선해서 서로 예민해진 것은 있었지만, 폭행은 말도 안 된다”며 “사진을 지워달라, 싫다 하는 과정에서 그 분이 갑자기 뒤로 누우셨던 일은 있었다. 하지만 폭행이라니 황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히 우리가 어떻게 기자를 폭행을 하겠나.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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