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신장질환 시장도 넘보는 당뇨치료제...빅파마 잇단 도전장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5. 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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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와 바이엘, 노보노디스크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자체 개발한 2형 당뇨병 치료제의 적응증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만성신장질환(CKD)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글로벌 CKD 시장 규모가 약 15조원에 달하는 데다 고혈압, 당뇨 등 대사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합병증인 CKD 환자 수도 매년 늘고 있다는 점 등이 치료제 개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럽신장학회(ERA 2024)가 개막했다. 이 자리에는 각기 다른 기전을 가진 2형 당뇨병 치료제가 신장 보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기 위해 주요 빅파마들이 집결했다.

여러 치료제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건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억제제였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와 베링거인겔하임·일라이릴리 등이 SGLT-2 억제제로 CKD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피가 신장을 통과할 때 혈액 속 포도당을 일평균 약 70g씩 소변으로 빼내 혈당 수치를 낮추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날 전시장 앞쪽에 부스를 차린 아스트라제네카와 베링거인겔하임·일라이릴리 등은 신장에서 혈류로 여과된 포도당이 세뇨관에서 재흡수되지 않고 소변으로 빠져나가면 신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덜어진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즉 SGLT-2 억제제 기전이 활성화할 경우 신장이 망가지지 않고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본래 기능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퀸 매리 런던 대학교의 신장병학자인 키에란 맥카페르티는 이날 열린 아스트라제네카 심포지움에서 “당뇨병을 동반했든 안했든 CKD 환자들에게 SGLT-2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이들의 사구체여과율(GFR)이 모두 개선된다는 증거들이 나왔다”며 “이는 비단백뇨성 CKD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럽신장학회 2024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만성신장질환의 표준 치료제로서 SGLT-2 억제제(SGLT-2 inhibitors as a standard of care for CKD’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450여명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CKD는 신장 기능이 망가져 소변에 단백질이나 혈액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태를 말한다. CKD 환자의 경우 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7.2배 더 높다. 문제는 최근 CKD 유병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관련 치료비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사망률은 좀처럼 하락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의 일환으로 국내외 대부분의 가이드라인에서는 SGLT-2 억제제를 CKD의 1차 치료제로 권고하는 추세다. 실제 CKD 환자들의 상당수가 2형 당뇨병을 함께 앓고 있다는 점에서 두 질환 간 연관성은 매우 깊은 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SGLT-2 억제제인 포시가가 CKD 환자들의 사망률을 30%가량 낮춰준다는 임상결과가 나오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CKD는 조기 발견 후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신장 이식 등을 여러번 강행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포시가의 쓰임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릴리는 자체 개발 제품인 자디앙을 공동 판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디앙이 연매출 11조원을 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만큼 CKD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라이릴리 관계자는 “국제신장병가이드라인기구(KDIGO)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100개이상의 신장학, 심장학 등의 지침에서 자디앙 사용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SGLT-2 억제제 외에 또 다른 2형 당뇨병 치료제들도 CKD 공략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대표 후발주자로는 바이엘의 케렌디아가 꼽힌다. 케렌디아는 신장에서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MRA) 신장의 염증을 줄여주고 섬유화도 막아주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이번 ERA에서 바이엘 역시 부스를 차리고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에게 케렌디아를 알렸다. 앞서 케렌디아는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국내에선 이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의료계에선 특히 SGLT-2 억제제가 맞지 않는 당뇨병성 CKD 환자들에게 MRA 기전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2형 당뇨병 치료제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가진 노보노디스크도 올해 ERA에서 부스를 차려 눈길을 끌었다. 대표 제품인 오젬픽을 활용해 CKD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오젬픽은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제재의 일종으로, 췌장에서 인슐린 방출을 늘리고 식욕 감소를 유발하는 약물로 알려져있다. 앞서 지난 3월 노보노디스크는 오젬픽이 CKD 발생 위험을 24%가량 낮춰준다는 임상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오젬픽은 연내 적응증 확대를 위한 막바지 임상시험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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