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알고보면 한국인과 비슷한 성격의 OO인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5. 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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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갑시다!”
두바이 스카이 전경 (사진 @emirates instagram)
성격 급한 한국인이 많이 쓰는 말이 무엇일까. 아마 “빨리빨리”일 것이다. 재밌는 것은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한 중동 국가에서도 이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랍어로 ‘빨리빨리’는 “얄라 얄라(Yalla Yalla)”라고 한다.

두바이에 있을 때 극장 앞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얄라얄라“라고 들었던 때가 생각난다. 갑자기 청산별곡의 ‘얄리얄리얄랴쎵 얄라리 얄라”가 생각나면서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건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빨리 좀 가라고 재촉하는 거라서 혼자 민망해했던 기억이 난다.

줄을 길게 늘어섰는데 앞사람이 꾸물거릴때도 “얄라 얄라“, 비행기에서 내릴때도 “얄라 얄라”, 밥 먹으러 갈 때도 “얄라 얄라“라고 한다. 뿐만 이런가. 필자는 비행기 조종사인데, 비행기에 처음 올라타서 이륙할 준비를 할때도 “얄라 얄라”, 일이 끝나고 비행기에서 내려 집에 갈 준비를 할때도 옆에서 “얄라 얄라” 거린다.

아랍인 중에서도 필자가 거주하는 아랍에미리트 현지인을 조명해 보겠다.

아랍에미리트 사람들은 한국인과 대체로 유사한 성격과 기질을 가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현지인들을 에미라티(Emirati)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대부분 친화력이 좋고 인정이 많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개인적 이해관계가 개입되면 쉽게 양보하지 않는 편이다.

체면과 품위, 명예를 중시하는 점에서도 한국인과 비슷하다. 에미라티들은 대체로 순박하고 사교적이며, 성격이 느긋해 서두르지 않고 매사에 의연하게 대처한다. 이는 ‘조급하게 굴지 말라’는 꾸란의 계율에 따라 일을 서두르는 것을 믿음이 없는 사람의 경박한 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또한, 혈연·가족 관계 및 체면·명예를 중시하며 외형이 내면을 규정한다고 여겨 자신의 재산 및 부계 혈통을 과시하려고 노력한다. 혼인 시 개인의 성격·능력보다는 가계와 혈통이 중요한 고려 요소이다. 때문에 혼인은 가문과 가문의 만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가족을 중시하는 민족
에미라티 남성들 (@emirati.views instagram)
아랍에미리트는 가부장적 사회다. 주로 가족의 의사결정권자는 아버지가 갖고 있으며, 가족은 아버지의 지도 아래 하나로 뭉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사회에서는 친인척 간 우애와 협력을 중요시하며, 부모는 자식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고 자식은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가문 또는 가족을 향한 의리가 우정에 우선하며, 동일 가문 내에서도 친형제와의 우애가 친척 간 유대감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과 혈연을 중시하지만 최근 들어 많이 희석되어가고 있는 반면에 아랍에미리트가 조금 더 이러한 경향이 강한듯 하다.

이러한 가족중시 성향으로 인한 단점도 있다. 현지인들은 사회적 책임과 공중도덕 관념이 상대적으로 미약하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는 많이 좋아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조금 이들의 태도가 고압적 자세로 보일 수도 있다.

사실 외국인은 애당초 로컬 아랍에미리트인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다. 현지인 비율이 10%밖에 안되고 나머지 90%가 외국인들이기에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평상시 때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며, 관공서나 컨퍼런스를 가지 않는 이상 현지인을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인구구성 변화
한 여성이 쇼핑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두바이몰 인스타그램)
1960년대 10만 명에 불과하던 아랍에미리트의 인구는 외국인 노동력 유입에 따라 2023년 940만 명으로 급증했다. 현재 200여 개 국가의 다국적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토착 에미리트인은 약 100만 명 수준으로 파악된다.

인도, 이란, 파키스탄, 필리핀 등 아시아계 노동자가 50%를 차지하고, 이집트, 시리아, 아프리카 등 非에미리트계 아랍인이 23%, 유럽계 서양인이 8%를 차지한다. 연령별로는 1564세가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녀 성비는 2:1로 이는 대부분의 노동력이 남성인 데 기인한다.

아랍에미리트 사회는 국적이나 직업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계층화되어 있다. 베두윈 족으로 불리는 토착 에미리트인은 출생 시부터 왕족과 일반 시민으로 분류되며, 왕족 등 상류층 가문이 UAE의 권력과 경제권을 장악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태생이 아닌 아랍인은 일자리를 찾아 이집트, 요르단, 바레논 등 주변국에서 온 사람들로, 점차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늘고 있으나 서양인에 비해 급여가 적고 인정을 덜 받고 있다. 그밖에 동남 아시아계 이주노동자는 주로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으며, 영어 구사 능력이 있으면 택시 운전기사나 상점 점원으로 취업한다.

반면 영미권 출신의 서양인은 석유 관련 직종, 영어 교육, 의료업 등에 종사하며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이들은 두바이 중심가에 주로 거주하며, 커뮤니티 안에 살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의 공동체에 머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한국인도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고 항공, 물류, 자동차, 전자, 뷰티 사업 등에 종사하고 있다. 주로 마리나, 두바이힐스, 다운타운 등 두바이 중심지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고 있다.

에미라티제이션
한 행사에 참여한 두바이 통치자인 알막툼 부자. 가운데가 아들이고 오른쪽이 아버지다. @emirates instagram
최근 UAE 정부는 외국인 인력 규모를 경제발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이내로 유지하고 민간 부문에서의 내국인 고용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2월 인적자원자국민화부(Ministry of Human Resources and Emiratisation)를 신설하는 등 국가가 자국민 청년의 취업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중이다.

2021년 9월,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에미리트 재능경쟁력위원회(Emirati Talent Competitiveness Council)’를 두고 자국민 청년 취업 교육, 민간기업 취업 장려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발표했다.

지난 2023년부터는 50인 이상 규모의 민간기업이 고용 인력의 2%를 UAE 토착 자국민으로 채용해야 하는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매년 2%씩 늘려서 10%까지 의무고용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라면 꼭 알아야 할 정책이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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