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름 우는 새 두루미, 봉황처럼 큰 새 고니 [말록 홈즈]

2024. 5. 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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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록 홈즈의 플렉스 에티몰로지 20]

‘플렉스 에티몰로지’란 ‘자랑용(flex) 어원풀이(etymology)’를 의미합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의 본래 뜻을 찾아, 독자를 ‘지식인싸’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작은 단서들로 큰 사건을 풀어 나가는 셜록 홈즈처럼, 말록 홈즈는 어원 하나하나의 뜻에서 생활 속 궁금증을 해결해 드립니다. 우리는 단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곤 합니다. 고학력과 스마트 기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문해력 감소’라는 ‘글 읽는 까막눈 현상’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어는 사물과 현상의 특성을 가장 핵심적으로 축약한 기초개념입니다. 우리는 단어의 뜻을 찾아가면서, 지식의 본질과 핵심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를 떠난 이들의 지식 인싸력도 레벨업됩니다.

새들의 이름은 주로 울음소리, 생김새, 행동에서 옵니다.

- 울음소리: 깟깟 우는 까치, 소쩍소쩍 우는 소쩍새, 부엉부엉 우는 부엉이, 까옥까옥 울면서 색깔도 까만 까마귀.

- 생김새: 하얀 왜가리 백로, 머리털이 적어 슬픈 독수리(禿: 대머리 독), 낙타를 닮은 타조, 까마귀처럼 까만 오골계(烏骨鷄: 까마귀 오, 뼈 골, 닭 계), 불을 삼킨 듯 목이 빨간 화식조(火食鳥: 불 화, 먹을 식, 새 조).

- 행동: 딱딱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 밤에 오는 올빼미, 말똥더미 주위의 쥐를 잡아먹는 말똥가리, 싸우지 않는 열 명 자매처럼 순한 십자매(十姊妹. 열 십, 언니 자, 여동생 매. cross hawk가 아니라 ten sisters), ‘달리는 새’란 추측이 있는 닭, 날으는 닭(飛닭) 비둘기.

이 많디 많디 많고 많(은) 새들 중에, 오늘은 가장 우아해 보이는 두루미와 백조의 어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진=픽사베이>
두루미를 영어사전으로 찾아보면 ‘Japanese crane’이라고 나옵니다. ‘일본의 학’이란 뜻이죠. 한국인으로서 살짝 기분이 상하긴 합니다. 우리나라의 ‘사람처럼 생긴 삼’ 인삼(人蔘)이, 일본식 발음인 ‘진셍(ginseng)’으로 불리는 경우처럼요. 두루미란 이름은 ‘두룸(울음소리)+이(행위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울음소리가 “두룸~ 두루름~”으로 들립니다. 학의 영어명 ‘크레인(crane)’은 고대인도유럽조어(PIE: Proto Indian European)인 ‘gere-no-‘에서 왔는데, ‘gere-‘는 ‘쉰 목소리로 울다’를 의미합니다. ‘기중기 크레인’은 겉모습이 크고 길쭉한 ‘학 크레인’에서 왔습니다. 한자 ‘학(鶴)’은 ‘새 조(鳥)’를 ‘고상할 각(隺)’이 꾸며줍니다. ‘고상할 각(隺)’자에는 ‘높이 날아오르다’란 뜻도 있습니다. 생김새가 훤칠하고 늘씬한 학은, 우아해 보이죠. 우리말 두루미와 영어 크레인은 울음소리에서, 한자어 학은 생김새에서 나왔습니다.
<사진=픽사베이>
두루미처럼 우아한 새로 백조(白鳥: 흴 백, 새 조)를 꼽을 수 있습니다. 겉모습이 하얀 새죠. 지구 곳곳에 사는 백조는, 검은 백조(black swan. 흑고니)를 빼곤 모두 털빛이 희다고 합니다. 하얀 새는 많지만 한 종 대부분이 흰 새는 백조가 대표적인 것 같습니다. 백조의 우리말 이름은 ‘고니’입니다. 도교 사상가 장주(장자)의 저서 장자(莊子)에 등장하는 거대한 물고기와 봉황 ‘곤붕(鯤鵬: 큰 물고기 곤, 봉황 황)’에서 왔다고 합니다. 중국어로는 ‘티엔어(天鹅: 하늘 천, 거위 아. 하늘을 나는 거위)’라고 부릅니다. ‘거위 아(鹅)’자는 ‘나 아(我)’와 ‘새 조(鳥)’가 결합된 한자인데, ‘나 아(我)’자에는 ‘고집’이란 뜻도 있습니다. 성격이 고집스러워 붙은 이름으로 추측해 봅니다. 고니의 영단어 ‘스완(swan)’은 ‘노래하는 새(singing bird)’를 뜻합니다. 고대인도유럽조어(PIE)인 ‘스웬(swen)’은 ‘소리를 내다(to make sound)’에서 유래했습니다.

자, 이렇게 모습은 우아하지만 울음소리는 살짝 아쉬운 두루미(두룸+이)와 고니(곤+이)의 이름 뜻을 알아봤습니다. 오늘부터 새나 짐승들을 보면, 이 친구 이름은 울음소리, 생김새, 행동 중 어디에서 온 건지 궁금증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그게 바로 제가 꿈꾸는 세상입니다. ‘긍지의 치킨(pride chicken.··*)’에 생맥주가 당기는 밤입니닭!

*감수: 안희돈 교수(건국대 영어영문학과). 건국대 다언어다문화연구소 소장. 전 한국언어학회 회장

[필자 소개]

말록 홈즈. 어원 연구가/작가/커뮤니케이터/크리에이터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22년째 활동 중. 기자들이 손꼽는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커뮤니케이터. 회사와 제품 소개에 멀티랭귀지 어원풀이를 적극적으로 활용. 어원풀이와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융합해, 기업 유튜브 영상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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