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피디스크 쓰던 日의 라인 강탈 시도…전문가들 "정부 적극 나서야"

최은수 기자 2024. 5. 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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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후진국 일본, 자국 플랫폼·데이터 갖기 위해 라인 압박"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는 국제통상법 위법"
"정부 차원의 대일외교·강력 항의 결의문 채택 등 대응 필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위정현(가운데)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 겸 IT 시민연대 준비위원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 시민연대(준비위) 주최로 열린 라인 사태 긴급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5.24.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주사 지분 매각을 요구하는 이른바 '라인 사태'의 배경은 IT 경쟁력 저하를 겪고 있는 일본이 자국 플랫폼 및 데이터를 보유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에 매각 요구 철회를 요구하고, 한일투자협정 14조의 협의요구권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미 일본 정부의 라인 플랫폼 국유화 의지가 확고한 만큼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주사 지분 매각 협상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나왔다.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라인야후 사태 관련해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공정과 정의를 위한 IT 시민연대(이하 IT시민연대), 콘텐츠미래융합포럼, 콘텐츠경영연구소 등 주최로 개최됐다.

전용기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에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으나 불발돼 유감”이라며 “일본이 제2의 침략 계획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 심히 유감이고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위정현 IT시민연대 준비위원장(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은 “최근 일본에서 중요안보정보법이 통과돼 정부가 해당 기업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라인을 강탈하는 과정에서 법적 근거를 백업하기 위한 과정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위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 일본 IT산업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점을 지목했다.그는 "일본은 지난 2월까지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했던 유일한 국가이며 주요 IT 기업과 비즈니스 모델은 전부 해외 수입과 해외 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 위원장은 이번 라인 사태가 과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경영 합작 단계부터 예견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50:50 지분율을 갖고 합작하는 사례는 거의 없고 손정의(손 마사요시)회장의 테크닉”이라며 “과거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일본법인이 소프트뱅크와 합작 당시 50:50 지분율로 협상한 것이 실패했다는 교훈을 네이버가 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 위원장은 이번 라인 사태를 통해 손정의 회장의 일본 내 역할이 커졌다는 데 주목했다. 그는 “손 회장은 재일교포 출신이라는 점에서 일본에서 비국민이라는 비난을 지속 받았다”라며 “이번 사태로 일본 정부가 소프트뱅크를 지원하는 형태로 태세를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라인야후가 한국 법인 라인플러스가 네이버와 직접적인 자본관계가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에 대해 위 위원장은 ”네이버가 라인플러스를 어떻게 협상할지는 네이버 손자회사인 라인야후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소프트뱅크 의사를 대변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협상에서 IPX(옛 라인프렌즈), 라인넥스트 등 라인야후 자회사도 소프트뱅크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위 위원장은 ”라인 플랫폼에 라인망가 등 네이버의 많은 서비스가 올라가 있어 지분 매각 시 계약관계도 전환해야 한다“라며 ”소프트뱅크가 가져간다고 하면 단순 비즈니스 문제로 해결이 안 된다“라고 우려했다.

위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라인 및 한국 IT기업의 일본 내 사업 과정에서 불이익과 부당한 처우가 있는지 조사하고,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손 회장 등 소프트뱅크 관계자를 소환할 것을 촉구했다.

이지평 한국외국어 대학교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는 ”총무성 행정지도에는 일본 디지털 무역적자가 늘고 있어 플랫폼을 육성하고 싶단 목적이 담겼다“라며 "한일 협력의 잠재력을 유지해 플랫폼 비즈니스를 글로벌 하게 확장하는 것이 한국, 일본에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정부 차원의 조용한 대일외교 및 한일 협력 비즈니스 강화가 필요하다“라며 ”정치 쟁점화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디지털 무역, 협정을 맺는 식의 해결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이번 라인사태는 한미 FTA 이후 국제통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총무성 행정지도 중 자본 관계 재검토 표현은 국제통상법 ’비례성 원칙‘ 위반한 불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한일투자협정 14조의 협의요구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중재요구, 2개월 안에 국제중재부 구성 등을 예정된 한일정상회담에서 적극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지분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일본은 변변한 자국 플랫폼이 없다. 초거대 AI에 중요한 데이터는 플랫폼이 가장 많이 갖고 있다. AI 반도체를 위해서도 플랫폼이 필요하다“라며 일본 정부가 자국 플랫폼을 갖기 위한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소프트뱅크와 일본 정부의 대대적인 AI 투자 발표는 자국 AI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도이고,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는 국제사회 비난을 뻔히 예상하고도 내린 결정"이라며 "일본은 이미 결정을 했기 때문에 외교적인 방법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네이버가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AI를 갖고 대응을 할 수 있는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에 지분 15%를 넘기고 2대주주로 내려오는 협상 결과가 유력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소프트뱅크는 15% 지분을 더 가져가려면 블록딜을 해야 하는데 현재 가격보다 훨씬 싸게 가져가려고 할 것”이라며 “정당한 가격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네이버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앞에서 강하게 대응하고 뒤에서 살길을 찾고 대비하는 게 현실적 접근법”이라고 주장했다.

네이버가 라인이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소프트뱅크에 뺏기는 것보다 지분 매각을 통한 현금 창출이 더 이득인 것이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네이버가 몇 조원을 더 버는건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며 “일본이 반드시 플랫폼이 필요한 상황에서 네이버가 거부하는 경우 생기는 불이익은 모든 사업을 접어야 될 수도 있다. 네이버가 초거대 AI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위한 돈을 조달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위 교수는 “네이버 결정이 압박에 의해 불리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라며 “라인에 10억 사용자가 있고 1억이 넘는 액티브한 사용자가 있어 빅데이터가 축적된다. 이에 근거한 AI 혁신을 지키는 게 통상 목적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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