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회복 쉽지 않은 카카오…쇄신 고삐 당겼지만 3개월 간 20% 빠진 주가

2024. 5. 2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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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사옥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한국경제


카카오가 정한 올해의 키워드는 신뢰 회복이다. 확장은 멈추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쪼개기 상장,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어발식 사업 확장, 내부 통제가 불가능한 경영 방식 등 카카오에 위기를 불러온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이용자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비핵심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현재 카카오 계열사는 총 128개로 지난해 5월(147개)에 비해 19개 감소했다. SM을 인수하며 산하 계열사 25개가 편입된 것을 감안하면 실질 감소폭은 더 크다. 그동안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을 받은 만큼 비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기타 계열사를 위주로 정리에 들어갔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개인회사 케이큐브임팩트를 청산했고 친족 소유 법인인 오닉스케이, 뉴런잉글리쉬 등도 청산 및 지분매각 등의 사유로 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특히 ‘골목상권 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 ‘카카오헤어샵’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카카오의 100%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지난 5월 17일 카카오헤어샵을 하고 있는 와이어트의 지분(38.92%)을 모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하고 있던 40만3056주, 총 2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모두 판 것이다.

돈 안 되는 해외법인도 정리했다. 카카오프렌즈 지식재산권(IP) 저작권 사업 자회사인 카카오IX의 중국 법인이 청산됐고 일본을 중심으로 웹툰·웹소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카카오픽코마도 프랑스에 위치한 유럽 법인의 철수를 결정했다.

카카오가 계열사를 줄이겠다고 공언한 건 2022년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까지는 기업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사업과 장난감 도매업 등 두 곳만 정리했다. 말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하지만 올해 금융감독원과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면서 적극적으로 계열사 정리에 나서는 분위기다. 

빅테크 기업이 혁신 대신 외형 키우기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본업과 연관성이 적은 사업은 처분하고 인공지능(AI)·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동력에는 힘을 싣는 중이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 금액으로 3000억원을 집행하며 역대 1분기 중에 가장 많은 R&D 금액을 썼다. AI, 클라우드 등 경쟁사보다 늦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사업에 대한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쇄신이라더니…금감원이 해임한 CEO 재선임

카카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등판한 리더는 정신아 대표다. 올해 3월 취임한 정 대표는 위기를 잠재우고 내수를 벗어난 글로벌 사업 확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늦어지고 있는 AI 사업 전환 등 기술 혁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정 대표는 우선 사업 혁신보다는 신뢰 회복에 중심을 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지만 여전히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시세조종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등 카카오 계열사를 향한 수사도 한창이다. 

자본시장에서 잃은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을 물적분할하며 쪼개기 상장 논란이 일었다. 핵심 사업을 분사해 영토를 확장했지만 카카오 주주의 이익은 보호되지 않았다는 게 비판의 골자였다. 경영진의 주식 매각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대표적인 장면은 2021년 카카오페이 경영진 8인이 상장 한 달 만에 스톡옵션 주식을 단체로 매각한 사건이다. 

당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신원근 차기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를 포함해 경영진 8명이 약 800억원에 달하는 보유지분 44만 주를 매각했다. 상장 후 최단 시간 내에 다수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주식을 매각한 전례 없는 일에 ‘먹튀’ 논란이 확산했다. 회사가 코스피200에 편입된 첫날이었다. 이후 주가는 급락했다.

책임 없는 경영은 최근까지 논란이 됐다. 2년 새 주가가 반토막 났는데도 경영진은 높은 보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겸 카카오모빌리티 기타비상무이사에게 카카오가 상여금 10억원을 포함해 총 13억3300만원을 지급해 논란이 됐다. 

그러자 정 대표는 “앞으로 임원 보수를 주가상승률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였다.

정 대표는 지난 5월 9일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대표이사인 저를 포함한 임원의 보상 체계는 주주 이익과 연계될 수 있도록 주가수익률과 연동해 설정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우선순위에 두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쇄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 대표가 내정자 시절 조직개편과 인사 과정에서 과거 카카오뱅크 ‘먹튀’ 논란의 당사자였던 정규돈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카카오 CTO로 내정했기 때문이다. 스톡옵션을 매각해 76억원의 수익을 거둔 임원을 다시 데려오는 건 카카오 쇄신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컸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3월 카카오 본사 앞에서 “쇄신을 외치지만 몇몇 대표 교체 외에 구체적인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인사 검증 시스템 도입과 임원 관련 규정 공개를 요구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분식회계 혐의로 해임을 권고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까지 연임시켜 인적 쇄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카카오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는 신규 경영진 선임과 관련해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개선안에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카카오의 회전문 인사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노조에서는 이에 반발하기도 했다. 

남궁훈, 여민수, 조수용, 홍은택, 이석우, 임지훈, 류영준 등 카카오 공동체의 대표를 맡았던 상당수는 김범수 센터장이 삼성SDS에 다닐 때나 PC방을 운영할 때부터 알던 사이였다. 노조에서는 이 같은 임원 인사를 두고도 몇 년 전부터 ‘회전문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위기를 타개할 구원투수나 혁신을 창출할 기업가가 절실한 상황에서 김 센터장이 ‘자기 사람’을 앉혔다는 비판이었다. 

이 때문에 카카오 노조는 지난 3월 피켓 시위를 열고 “일부 대표 교체 외에는 구체적인 쇄신 움직임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연초 카카오가 CA협의체를 재구성하고 그룹의 준법·윤리경영을 감시하는 외부 독립기구인 준신위를 만들었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가는 3개월간 20% 하락


기술 혁신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정 대표가 카카오톡 기능 강화를 약속했지만 올해 들어 카카오톡이 6차례나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5월에만 3번이나 멈췄다. 

카카오는 내부 시스템 작업·오류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13일 장애와 관련해선 “기존 장애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2022년 10월엔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가 127시간 30분 동안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가 있던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자 카카오톡뿐 아니라 카카오T, 카카오엔터 등 주요 서비스도 멈췄다. 카카오페이를 이용한 결제나 쿠폰 사용이 되지 않았고 카카오 채널을 통해 광고하는 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상당한 피해를 봤다. 새삼스럽게 카카오의 존재감과 위력을 느끼게 됐다.

카카오 측은 서비스 안정을 위해 인력과 투자를 대폭 확대했다고 주장한다. 카카오의 정보보호투자액은 2023년 기준 209억원 이상으로 전년 대비 약 48.8% 증가했으며 정보보호전담 인력 또한 61명에서 103명으로 전년 대비 68.9% 늘었다.

그동안 서버를 외부에 100% 의존하며 위기관리를 할 수 없었지만 올 하반기에는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가동할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오류는 피할 수 없었다. 

카카오가 내건 혁신과 쇄신에 물음표가 붙으면서 주가는 올해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지만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20% 넘게 하락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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