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아직 승리는 없지만...우리는 팀이 되고 있습니다

조원규 2024. 5. 2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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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진 선수를 일으켜주는 주장 소준혁

 

명지대 김태진 감독의 시름이 깊다.

인터뷰 전, 칼럼의 첫 문장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명지대는 올해 대학리그에서 아직 승리가 없습니다. 6전 6패. 상명대, 조선대와 함께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년 첫 6경기 기록은 4승 2패입니다. 경희대와 상명대를 상대로 2연승을 거뒀습니다. 작년과 많이 다른 출발입니다. 명지대 전력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올해보다는 작년 성적이 이변에 가깝습니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신나고 열정적인 농구를 예고했습니다. “아마추어는 성적만 중요하지 않다”라며 “하나의 팀으로, 모두가 신나게 뛰는 농구”를 표방했습니다. “특정 선수 의존도를 낮추고 모든 선수가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연패 중에도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을까요. 20일 천안쌍용고와 연습경기 전, 명지대 체육관에서 김 감독을 만났습니다. “팀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며 기조의 변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Q) 대학리그가 짧은 휴식기를 맞고 있습니다. 어떻게 지냈나요?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남은 시즌을 준비하면서, 저도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이상백배를 참관했고 미국 대학농구도 많이 봤습니다.

Q) 작년에는 코치로 이상백배에 갔습니다. 올해는 마음 편하게 봤을 것 같습니다(웃음).
작년에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대표팀 코치는 처음이라 부담이 있었어요. 올해는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는데(웃음) 한일전은 항상 가슴을 졸이는 무엇이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농구가 차이가 크다는 생각도 다시 했고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일본은 빠른 농구를 추구합니다. 한국은 조직적인 농구를 많이 하죠. 일본은 외곽 플레이가 많은 것 같고, 상대적으로 국내는 센터를 이용한 플레이가 더 많습니다. 국가대표 성적은 일본이 좋습니다. 일본을 따라갈 것은 아니지만, 우리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Q) 세계적인 추세에 대한 설명을 더 듣고 싶습니다.
빠른 농구입니다. 개인의 능력 위주로 풀어가는 것이고요. 일본이 그랬고, NCAA도 그랬습니다. 빠른 농구를 하다 안 되면 또 빠르게 패턴을 시도합니다. 선수들의 빠른 판단과 능력,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우리 팀에 어떻게 접목할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명지대만의 색깔 있는 농구, 김태진표 농구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Q) 김태진표 농구는 어떤 농구일지 궁금합니다.

수비는 (매치업 상대를) 책임지면서 강하게 압박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슛을 누구에게 줘야 할지. 드라이브인을 어디로 줘야 할지 약속한 것을 잘 지켜야 하고요. 수비의 완성은 리바운드라 철저한 박스아웃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격은 턴오버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공격 코트로 빨리 넘어가고, 5대5가 되기 전에 빨리 슛을 던지는 것을 주문하고요. 우리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아웃넘버에서 던지는 슛이 많아야 합니다. 빠른 공격이 안 되면 패턴으로 빨리 전환해야 합니다.

 

▲ 명지대 김태진 감독

 

얘들이 경기 끝나면 울어요
그런데 이렇게 팀이 됩니다


명지대는 고려대, 건국대, 한양대와 같은 조에 편성됐습니다. 승리가 없지만, 전력 차이가 큰 고려대전을 제외하면 일방적인 패배도 없었습니다. 지난 4월 3일, 한양대와 경기에서 3쿼터까지 2점을 이겼지만 4쿼터에 역전패했습니다. 5월 2일 건국대전 역시 2쿼터까지 42-28로 많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점수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습니다,

Q)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요.
좋아요. 마음이 아플 정도로, 미안할 정도로 좋습니다. 경기 끝나면 억울해하는 얘들도 있고, 우는 얘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음날에는 분위기를 또 밝게 가져가고…. 무엇 때문에 졌는지 아니까 더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입니다.

Q) 연초에 밝힌 신나고 열정적인 농구는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요?
가야 할 것 같아요. 그 대신 우리가 가고자 아는 선 안에서만, 규칙을 철저히 지키는 범위 내에서만 그렇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농구를 하지 않으면 제재가 들어가야죠. (제재라면 어떤 것일까요?) 경기 중에 작전 수행이 안 되면 출전 시간을 조정합니다. 훈련 시간에 늦거나 집중하지 않으면 역시 제한을 둬야죠.

Q) 승리 없이 신나고 열정적인 농구는 힘들 것 같습니다.
선수들에게 코트 안에 들어오면 ‘최선과 노력’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승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을 때 나오는 결과입니다. 저 역시 노력을 합니다. 훈련 프로그램이 문제가 없는지, 색다른 방식은 없을지 공부합니다. 선수들을 지적하는 것이 제 역할은 아니니까요.

Q) 드래프트를 앞둔 4학년들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 같습니다.
그게 제일 마음이 아프죠, 연패보다 더 마음이 아플 수 있고…. 대학은 입시요강이 있어서 맞춤형 준비가 가능합니다. 도와줄 수 있어요. 그런데 프로는 그렇지 않죠. 재능만으로 갈 수 없습니다. 장점이 있는 선수, 잘하는 선수가 갑니다. 그래서 4학년만 고려할 수는 없습니다. 1학년 마치고 갈 수도 있고, 2학년 마치고 갈 수도 있습니다.

Q) 다음 경기가 성균관대입니다. 전력의 차이가 있는데 따로 준비하는 게 있나요?
성대에 맞춰 준비하는 것도 있고, 다만 거기에만 포커스를 두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농구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앞으로 MBC배도 있고, 내년 내후년까지 보면서 더 열정적이고, 더 많이 이기는 농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5월 2일 건국대와 점프볼. 명지대는 이 경기를 아쉽게 졌습니다.

작은 퍼센트를 높여야…

“운동하는 분위기나 선후배 우애가 좋고. 재미있는 농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명지대를 선택한 이태우는 강원사대부고 출신 새내기입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지는 농구를 했다”라며 당면한 목표는 “무엇보다 이기는 농구를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장 소준혁(4학년)은 “분위기가 떨어지면 다음 경기에 더 안 좋아서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했습니다. “연패 중이지만 경기력은 올라오고 있다. 못해서 진 경기보다 집중하지 못해서 진 경기가 많았”다며 “수비와 궂은일부터”를 강조했습니다.

김 감독의 승리 공식은 “작은 퍼센트를 높이기 위해 작은 것 하나를 더 하는 것”입니다. ‘작은 퍼센트’는 슈팅 성공률 1%, 턴오버 하나, 리바운드 하나입니다. 그것들이 쌓이면 승리의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입니다.

연습경기에서도 그것을 강조했습니다. 기본에 소홀한 선수는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겨울에 보기 힘들었던 모습입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은 피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벤치 분위기도 조용했습니다.

연습경기에는 5쿼터가 있습니다. 경기에 많이 뛰지 못하는 저학년 선수들의 실전 경험을 위한 시간입니다. 4쿼터까지 잠잠했던 명지대 벤치가 5쿼터에 달라졌습니다. 후배들의 좋은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큰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신입생 권알렉산더의 멋진 어시스트 패스가 나왔을 때 환호는 절정에 달했습니다. 구력이 짧아 전술 이해도가 낮은 선수입니다. 그래서 더 큰 환호가 나왔습니다. 그 모습에 김 감독이 그리는 명지대의 미래가 있습니다.

과제는 승리입니다. 승리 없이 신나고 열정적인 분위기를 지속하기는 어렵습니다. 명지대는 '이기는 좋은 팀'이 될 수 있을까요. 김 감독이 제시한 해법은 '작은 퍼센트'입니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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