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당황케 한 메모리반도체 'HBM'…AI 구현에 필수

이병구 기자 2024. 5. 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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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폭메모리(HBM)는 인공지능(AI) 기술 구현을 위한 기반으로 주목받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기술 구현을 위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 경쟁에서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HBM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로이터는 삼성전자의 5세대 HBM인 'HBM3E'가 HBM의 최대 수요자인 미국 엔비디아의 성능 테스트를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제품 요구사항을 만족하지 못해 승인이 지연됐다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2위로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현재 삼성이 진입하려고 애쓰는 엔비디아의 HBM 메인 공급사 위치를 꿰찬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22일 자사 HBM3E 수율이 업계에서 예상했던 60~70%보다 높은 80%를 달성했다고 발표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소프트웨어 기술인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 성능이 뒷받침돼야 한다. 실체가 없어 보이는 네트워크 기술인 클라우드(Cloud)도 거대한 데이터 센터가 있어야 하듯 아무리 빠르고 정확한 고성능 AI를 설계해도 이를 감당할 반도체 기술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AI 기술 구현에 가장 중요한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보다 연산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시스템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GPU)'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GPU는 원래 영상을 구현하려고 만들어진 반도체였지만 기존 컴퓨터에서 두뇌 역할을 하던 중앙처리장치(CPU)보다 AI 기술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았다. 미국 기업 엔비디아가 현재 GPU 개발의 1인자다.

GPU는 주어진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한다. 메모리반도체는 GPU 옆에서 GPU가 연산해야 하는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고 연산 결과를 다시 전달받아 저장한다. GPU는 계산 담당, 메모리반도체는 자료 전달 담당인 셈이다. GPU의 연산 속도를 메모리반도체가 못 따라가면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HBM이다.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메모리반도체인 D램(DRAM)을 위로 여러 개 쌓아 올려 만들었다. 각 D램 층은 실리콘 관통 전극(TSV)이라는 기술로 연결돼 대역폭이 높다. 대역폭은 데이터가 흐르는 도로 폭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도로를 넓혀 통행량을 늘린 것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GPU에서 쓰이는 대용량 데이터 처리와 직결된다.

또 반도체 기술에서는 면적을 적게 차지하는 것이 미덕이다. 수직으로 쌓는 HBM의 구조는 기판 공간을 절약해 밀도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유리하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직으로 쌓는 설계는 기술적으로 구현이 어렵다. 제조 과정이 복잡하면 수율 확보도 어렵고 비용도 높아진다. 

HBM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능을 높이기 위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기존 8단이었던 층수를 12단까지 높인 HBM을 올해 중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HBM은 GPU 바로 옆에 위치한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음 세대로 개발 중인 'HBM4'는 아예 GPU 위에 HBM이 붙어있도록 설계해 데이터 전송 효율을 더 높인다는 개념이다.

21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교체했다. 반도체 부문만 비정기 인사를 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HBM 개발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상황이 나오자 위기의식을 느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핵심 기술 유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지난 3월에는 SK하이닉스에서 D램과 HBM 설계를 담당하다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으로 이직한 연구원에 대해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이례적으로 인용됐다. 그만큼 HBM 기술이 국가 경쟁 요소로서 중요성이 인정된다는 분석이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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