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량급 39년 만에 우승 김민종… 한국 유도 '金잔치'에 파리 올림픽 기대 커져

김진주 2024. 5. 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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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39년 만에 남자 최중량급 금메달
허미미, 29년 만에 여자 유도 금메달 이은 쾌거
한국유도 파리 올림픽 기대감 한껏 높아져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 김민종이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구람 투시슈빌리(조지아)를 한판승으로 꺾고 기뻐하고 있다. 국제유도연맹 제공

한국 유도가 오랜 만에 연이은 승전보를 전하면서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2024 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21일 허미미(경북체육회)가 한국 여자 선수로는 29년만에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이번엔 남자 유도 김민종(양평군청)이 39년만에 세계선수권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종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조지아의 구람 투시슈빌리를 한판승으로 꺾고 당당히 세계 정상에 올랐다.

유도 국가대표 김민종이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 경기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한유도회 제공

39년 만에 얻은 남자 최중량급 '금메달'

김민종의 이번 대회 금메달은 개인에게는 물론이고, 한국 유도 역사적으로도 의미있는 기록이다. 김민종은 그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만 2번 목에 걸어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남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8년 73㎏급 안창림과 100㎏급 조구함(이상 은퇴) 이후 6년 만이다. 그 중에서도 남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다. 최중량급은 기술보다는 체격조건과 힘이 승패를 가르는 경향이 있어 전통적으로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김민종은 이번 대회 내내 넘치는 에너지를 적절히 조절하고, 상대의 반칙을 유도해내며 우승까지 일궈냈다. 김민종은 준결승에서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난적' 루카스 크르팔레크(체코)를 모로걸기 절반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였던 투시슈빌리와의 대결에서도 거센 공격으로 승부를 주도하다 정규시간 종료 20여 초를 남기고 한판승을 따냈다.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 김민종이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구람 투시슈빌리(조지아)를 한판승으로 꺾고 기뻐하고 있다. 국제유도연맹 제공

한국 유도 미래 밝힌 마장동 정육점 둘째 아들

김민종은 축산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출신으로,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의 3남 1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또래 친구들보다 체격이 우람하고, 에너지가 넘쳐 초등학교 4학년 때 엄마 손에 이끌려 동네 유도장을 찾았는데, 또래는 물론이고, 초등 고학년 형들까지 손쉽게 제압해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후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자 김민종의 부모는 그의 가능성을 엿보고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덕분에 김민종은 서울 보성고 3학년 때인 2018년 선배들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에는 IJ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단숨에 한국 유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유도대표팀 김민종(오른쪽)이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 결승에서 조지아의 구람 투시슈빌리를 누르기 한판으로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국제유도연맹 홈페이지 캡처

"진짜 역사는 파리에서"... 파리 메달 각오 다져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코로나19로 모든 훈련장이 문을 닫아 한동안 부모님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나르는 일을 도우며 훈련을 대신해야 했다. 이후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오랜만에 국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김민종은 16강에서 탈락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금메달을 다짐했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준결승 진출에 그쳤다.

김민종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황희태 대표팀 감독님이 오늘만큼은 흥분하지 말고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라고 조언하셨다"며 "덕분에 경기에 집중했고,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경쟁선수들의 견제가 심해지겠지만, 이를 이겨내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할 것"이라며 "진짜 역사는 두 달 뒤 파리에서 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유도 국가대표 허미미가 2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를 연장 혈투 끝에 반칙승으로 꺾은 뒤 기뻐하고 있다. 국제유도연맹 제공

파리에선 도쿄보다 나은 결과 기대

앞서 허미미도 같은 대회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연장(골든스코어) 혈투 끝에 반칙승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이다.

허미미와 김민종은 두 달 뒤 파리에서 금빛 메치기에 도전한다. 한국 유도는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 2개와 은메달 1개에 그쳤지만, 현재 선수들의 경기력과 컨디션 등으로 봤을 때 파리에서는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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