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띄우기와 총선 백서 흔들기, 선수로 뛰는 종편?

장슬기 기자 2024. 5. 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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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백서 흔들기 넘어 친한계 입장 일방 전달…채널A, 한동훈 공격 인사들 잇단 비판
비민주적이라는 지적에도 계파 갈등 연이어 부각하는 보도…쇄신 없는 여당 감시해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지난 15일자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2022년 5월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에서 '백서'를 만든 사실이 22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뒤늦게 공개됐다. 이전까지 민주당이 대선 패배 관련 백서를 만든 사실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2월7일자 MBN 보도를 보면 백서는 2022년 8월에 만들었고 우상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발행인으로 돼 있다.

백서에선 패배 원인으로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45%)'을 꼽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정권교체 여론이 존재하는데 지지율이 높다는 이유로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당시 후보와 비교할 때 이재명 후보의 인물과 능력이 우위에 있었지만 정권교체 여론으로 한계에 직면했다고도 기술했다.

MBN은 백서에서 이재명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나 반성을 넣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는 중요한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선거 배경으로 작용해 이재명 후보 입장에서 불리하게 적용된 게 사실이라도 후보 개인을 분석하지 않는 것은 반쪽짜리 평가일 수밖에 없다. 근소한 차이(0.73%p)라도 패배는 패배이고 이는 후보와 무관할 수 없다. 반성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데 결국 최고권력자를 비판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만 확인시킨 셈이다.

이처럼 선거 백서는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진짜 패배 원인을 찾아 절치부심하겠다는 취지로 사용되기 어렵다. 백서가 공개된 시점도 정치적이다. 당시 총선 공천을 두고 친명과 친문계가 갈등하던 상황이었다. 보도 하루 전인 2월6일 임혁백 당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석열 정권 탄생에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책임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부터 백서 작업을 시작했다. 총선 패배에 대해 선거구도와 인물에 대한 부분을 모두 분석해야 한다. 동아일보는 지난 3일 사설에서 “국민의힘에서는 윤 대통령의 독단과 불통,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의 전략 부재 등을 총선 패배 이유로 꼽고 있다”며 “둘 가운데 무엇을 더 강조하고, 어떻게 기술하느냐는 친윤-비윤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예고 대로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의 조정훈 총선백서 특별위원회 위원장 공세가 거셌다. 이에 채널A 등 종편이 '백서 흔들기'를 거들었다. 지난 2일 채널A는 장윤미 민주당 법률위 부위원장이 패널로 나와 “(백서에) 당사자들 인터뷰를 넣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야 생생하고 본인들이 느꼈던 바가 정확하게 담기기 때문일 텐데. 저는 백서 상당히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발언도 있었지만 해당 영상 제목은 <'참패 반성문' 쓰는 與…한동훈도 면접?>이었다. 한 전 위원장을 면접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논조다.

이후 친한계 인사들 반발을 꾸준히 전하기 시작했다. 채널A는 지난 4일 <“한동훈 원톱 효과적?” 설문조사에 반발>에 한 친한계 인사의 발언이라며 조 위원장 비판 내용을 실었고, 지난 6일 <與 총선백서 겨냥 “한동훈 비판 설문이냐” 공개 반발>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전했다.

일련의 보도를 보면 한 전 위원장을 중심에 뒀다는 걸 알 수 있다. 채널A 10일자 방송 <홍준표 만난 조정훈…“시장님 계셔 참 든든”>, <한동훈, 사방이 적? / 민주당, 개원 전부터 천막> 등을 보면 한 전 위원장의 내부의 적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조 위원장, 외부의 적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와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로 규정하는 내용이 나온다. 조 위원장이 이날 황우여 비대위원장, 대구시당과 부산시당 관계자들도 만났지만 홍 시장만 부각하며 백서TF와 '백서 흔들기'를 이어갔다.

한 전 위원장을 방어하는 논조의 보도는 '한동훈 당대표 출마론'과 함께 등장한 것이다. TV조선 지난 7일 <與 전당대회 '7말8초'로 미뤄질 듯…'한동훈 등판론'도 고개>에선 한 전 위원장 등판론을 전하면서 “TF 결과는 늦어도 다음달 말 공개될 예정인데, 한 전 위원장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일부 리포트에는 사실 확인이 부족한 일방적 내용도 보도됐다. 채널A는 지난 14일 <'총선백서 TF' 조정훈, '한동훈 책임론' 제기>에서 “조 위원장 이야기는 특정인의 책임으로 몰아가서는 안 되지만 한동훈 전 위원장의 총선 캠페인은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본다, 이런 전언이 비공개 자리로부터 이제 기자들에게 흘러나왔다”고 했다.

같은날 <“韓, 정치 몰라” vs “왜 졌는지 다 알아”…'한동훈 책임론' 격돌>에서는 “한 출마자는 '한 전 위원장이 정치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선거 과정의 전략 부재를 지적했고, 특위 위원장인 조 의원도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캠페인은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조 위원장은 이른바 '한동훈 책임론'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지만 조 위원장의 반론은 리포트에 없다.

▲ 지난 18일자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이후에도 한 전 위원장 등판론과 조 위원장 사퇴론은 지속되고 있다. 조 위원장이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한 전 위원장 측이나 지지층에서는 아예 백서 특위 위원장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與 당권주자들 견제 속 지지율 오른 한동훈…"총선백서 6월 중순 공개"> (TV조선, 10일)
<인터뷰 전문…김용태 “한동훈 출마, 전당대회 흥행면에서 좋아…거론되는 후보 다 나왔으면”> (채널A, 13일)
<與 총선백서특위서 불붙은 '한동훈 책임론'…조정훈 “궁금증 풀어야”> (TV조선, 14일)
<여당 내 “한동훈 전당대회 출마해야” 공개 목소리> (채널A, 15일)
<한동훈 전당대회 출마 시 당선 가능성은?> (채널A, 15일)
<총선백서 논란 확산…'친한' 장동혁 “안타깝다”> (채널A, 17일)
<“조정훈 사퇴” 분출…“한동훈 출마” 확산> (채널A, 18일)

게다가 지난 22일 채널A는 <홍준표 탈당 선 긋자 “나가라”> 리포트에서 한 전 위원장에 비판적인 홍 시장을 향해 “나가라(탈당하라)”는 내용을 제목으로 뽑는 등 백서 작업을 중단을 넘어 한 전 위원장에 비판적인 인사 전반으로 보도를 확장하는 모양새다.

▲ 지난 22일자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최근 꾸려진 황우여 비대위에 대해서도 한 전 위원장을 대변하는 논조가 확인된다. 채널A 앵커는 지난 12일 뉴스A <'친윤 일색' 황우여 비대위 출범>의 앵커멘트에서 “친윤계와 거리를 뒀던 한동훈 비대위와 달리 비대위 절반 이상이 친윤계로 채워지면서 '여권 주류인 친윤 색채만 더 짙어졌단' 평가가 나온다”며 “과거 친윤과 거리를 뒀던 한동훈 비대위와는 다른 목소리가 나올 전망”이라고 했다.

친한 vs 친윤 갈등이 그렇게 중요한가

7월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 전 위원장이 총선 참패를 책임지겠다며 물러나면서 예정된 절차다. 그 전당대회에 한 전 위원장이 나서는 건 무슨 의미일까. 총선 패배의 절대적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지만 한 전 위원장은 대통령실을 변화시키거나 수직적 당정 관계를 끊어내는데 실패했다. 한 전 위원장이 다시 돌아와 당대표를 하면 여당과 용산의 관계는 무엇이 달라질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책임 공방이 중요할까.

현재 친윤(비한)과 비윤(친한) 등 계파 구분도 모호하다. 계파 갈등 프레임을 만들고 조장하는 보도가 불필요하다는 비판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이념이나 정책노선의 차이가 아닌 최고권력자와 거리를 가지고 계파를 만드는 행태 자체가 비민주적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친윤과 친한 갈등에서 한발 거리를 둔 언론에선 타당한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지난 21일 사설에서 “총선 참패를 성찰한다면서 그것조차 권력다툼으로 바꿔치기 하는 집권여당은 진심으로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발가벗을 정도의 결기로 성역 없고 투명한 성찰을 백서에 담아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22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지난 22일 사설에서 “백서 작업은 선거 참패 원인을 기록·분석해 향후 승리의 밑거름으로 삼으려는 의도일 것”이라며 “그런데 원인부터 제대로 규명하지 않는 당이 미래 처방을 낼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당이 뼈를 깎는 자성이나 내부 혁신이 보이지 않는 마당에 '한동훈 출마 여부'에 흥미를 두는 풍경은 안이하기까지 하다”며 “오만과 불통의 국정운영에 심판을 받고서도 집권당이 절박한 인식을 보이지 않는데 민심이 돌아올리 없다”고 했다. 언론이 이러한 권력투쟁의 감시자가 아니라 선수처럼 갈등 전면에 참여하는 게 적절한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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