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모르느냐’ 하지 마시고…” 신분증 확인 첫날 병원에 붙은 안내문
의료기관 방문 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토록 한 정책이 지난 20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어느 병원에 붙은 안내문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병원 신분증 검사 첫날 근황’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은 ‘환자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병원 안내문이었다.
이 안내문에는 " ‘나를 모르느냐’ 하지마시고 ‘내가 누구다’ ‘나를 왜 모르느냐’ 하지 마시고. 5월 20일부터 의료기관에서 신분증 검사가 필수입니다”라고 적혔다. 이어 “모바일 건강보험증, 주민등록증, 신분증을 제시하셔야 합니다. 회사 아이디 카드는 안됩니다”라며 “정부가 시킨 법이라 저희도 따라야 합니다. 환자분들의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이 안내문은 울산 남구 신정동 한 의원에 붙어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선 신분증으로 환자들과 실랑이했을 의료기관 관계자들의 고충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동안 병원 정신없겠다” “‘자주 왔잖아’ ‘나 몰라?’ ‘다른 데는 안하던데?’ 3종 콤보” “어르신들은 신분증 지참이나 본인인증이 익숙하지 않으신데 걱정된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실제 안내문 속 상황을 목격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오늘 피부과에서 실제로 봤다. ‘여기 일년 넘게 다녔는데 나 모르냐. 이 정도 융통성 없어서 어떻게 장사하냐’고 호통치더라”라고 적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부터 ‘건강보험 본인확인 의무화 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병원을 방문할 때 신분증 등으로 본인 확인을 받아야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 받을 수 있다. 신분증을 두고 왔다면 전액 본인 부담으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본인 확인을 받으려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건강보험증, 장애인등록증, 국가보훈등록증 외국인등록증, 국내거소신고증 등 사진과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신분증을 제시하면 된다. 공동인증서, 금융인증서, 네이버·카카오 등의 간편인증 등으로도 본인 확인을 받을 수 있다. 통신사나 은행 등의 본인 확인 서비스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다. 모바일 건강보험증, 모바일 운전면허증 등 전자 신분증도 허용된다.
다만 신분증을 촬영한 사진이나 신분증 사본, 각종 자격증 등은 사용이 불가하다. 파란색의 신여권도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기재돼 있지 않아 불가능하지만, 여권 정보 증명서가 있다면 신분증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마땅한 신분증이 없는 미성년자는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 진료를 받으면 된다. 같은 병의원에서 6개월 이내 본인 여부를 확인한 기록이 있는 경우는 본인 확인이 제외된다. 응급 환자, 중증 장애인, 임산부 등도 본인 확인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이 정책은 건강보험 자격이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을 도용해 혜택을 받는 등 악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시행됐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연 평균 3만5000건의 건강보험 자격 도용 사례가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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