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만명 실어나른 비행기, 그런데 행선지를 모른다…국경의 소멸, 사회주의 그림자 [매경데스크]

남기현 기자(hyun@mk.co.kr) 2024. 5. 2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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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선 32만명을 태운 비행기를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이들은 누구인가.

워싱턴 이그재미너와 뉴욕포스트 데일리메일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그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불법 입국자들이다.

미국으로 넘어오려는 이주 희망자들을 미국 전역으로 실어나른 것이다.

보수 진영에선 “불법 입국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 지지세력으로 만들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수십만 명을 미국 전역에 실어나르다가 딱 걸렸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다.

불법 입국자 문제로 여론이 들끓자 입국자 수 통계를 줄이기 위해 몰래 32만명을 비행기로 빼돌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일단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비밀이 아니라 공개 프로그램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비행기에 탄 입국자들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앱으로 망명 신청을 했기 때문에 입국이 허용된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나 CBP 앱을 통하면 자격 여하를 떠나 미국에서 살 수 있으며 심지어 비행기까지 태워준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미 현지에선 이 건으로 소송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2만명의 행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바이든 정부를 대변하는 이민국 변호사들은 “장소 공개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공개를 꺼리고 있다.

CBP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마지막 임기였던 2020년 불법 입국자 수는 40만명이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첫해(2021년) 그 숫자는 165만명으로 4배 폭증했다.

전체 불법 입국자수가 지난해 말 기준 800만명에 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난 2022년 6월, 미국으로 가려는 중남미 이민자 수천 명이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에서 다 함께 이동을 시작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집권 당시 멕시코 국경지대에 3000㎞ 장벽을 설치하려고 했다. 이에 대해 주요 언론은 “이민자의 나라 미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진실을 한번 따져보자.

트럼프는 이민자를 막으려 한 것이 아니다. 불법으로 월경하는 사람들을 막고자 했다.

미국엔 엄연히 이민법이 있다. 미국으로 이민하는 방법은 가족연계 추천과 취업·투자 등이 있다. 가족연계 추천의 경우 F1, F2A 등의 비자가 발급된다. 취업·투자 이민일 땐 EB-1, EB-2 등 비자를 준다. 공통점은 모두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이민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불법 이주와 합법적 이민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불법 입국자 대거 유입으로 미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각종 총격·폭행은 물론 마약 범죄가 늘고 있다. 심지어 불법 입국자들이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여론도 악화일로다. 최근 갤럽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61%가 불법 이민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91%, 민주당 지지자 41%가 심각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 문제는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불법 체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만 40만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범죄 피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3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불법 입국 문제는 필연적으로 ‘국경 소멸’ 이슈와 연결될 것이다. 그것은 결국 ‘국가의 소멸’을 의미한다. 국경 소멸(국가 소멸)은 성(性)다양성·기후위기론과 함께 조만간 시대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 패러다임 뒤에 ‘사회주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과거 사회주의자들은 혁명에 의한 공산주의 세상을 꿈꿨다. 그러나 폭력을 동반한 혁명운동에 거부감이 일자 그들은 ‘느린 혁명’으로 전략을 바꿨다. 대중문화와 교육, 언론 등에 침투해 점진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전환시키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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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추구하는 바는 다름 아닌 ‘국가의 소멸’이다. 미셸 푸코에 따르면 국가는 인구와 영토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그 연결 고리가 끊기는 순간 소멸할 수밖에 없다. 국가가 없어져야 그들이 꿈꾸던 공산주의 이상이 실현된다.

일본의 가라타니 고진은 더 큰 그림의 전략을 제시한다. 단지 한 나라에서 프롤레타리아혁명이 성공한다 해도 그건 큰 의미가 없다. 다른 국가들이 정부 권력이 사라진 이 나라를 가만 놔둘 리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 국가의 소멸을 이끌 인류 차원의 집합적인 힘, 즉 세계공화국이 필요하다고 설파한다.

그는 현재 국제연합(유엔)에서 세계공화국의 가능성을 봤다. 개별 국가 주권을 유엔에 넘기는 순간, 국경이 지워지고 국가 소멸의 위대한 여정이 시작된다고 주장한다.

미묘하게도 현재 유엔 사무총장은 골수 사회주의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포르투갈 사회당 대표,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대표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의 바람과 달리, 우리 국민 절대 다수는 외부 세력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가를 이루는 핵심 기반이 영토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국경과 불법 입국자 문제를 소홀히 다뤄선 안되는 이유다.

남기현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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