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난, 우원식의 난[이용식의 시론]

2024. 5. 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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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尹·韓 놓고 보수 지지층도 분화
서로 약점까지 잘 알아 역이용
대선연합 세력 동시다발 균열
비명횡사 공천 벌써 위력 상실
李 추락 기대하는 인사 수두룩
새로운 정치리더십 요구 확산

현재 정치 지형은 겉보기보다 매우 불안정하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미세한 지각 진동, 지하수 수위 변화, 땅밑 가스 방출, 동물 떼 움직임 같은 전조가 나타난다는데, 정치권 곳곳에서 그런 현상이 감지된다.

여권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관계는 매우 심각하다. 인간적 섭섭함 차원을 넘어 지지층도 확연히 갈라졌다. 한동훈 지지자들은 윤석열을 ‘보수 궤멸자’라며 탈당까지 요구하고, 다른 쪽에선 한동훈에 대해 ‘좌경화’를 우려한다. 한동훈이 여당 대표에 선출되면 윤석열이 탈당할 것이라는 얘기도 근거 없는 풍문만은 아니다. 지난 1월 김경율 비대위원이 김건희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댔고, 한동훈은 김경율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지지했다. 윤석열 부부는 격노했으며,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로 번졌다. 총선 뒤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카드와 함성득·임혁백 막후 대화가 공개되면서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대구의 유력 언론인은 “윤석열 지지자 중 절반 정도가 이탈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그곳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그런 조짐이 상당하다. 검사 한동훈에 의해 옥고를 치른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는 “개인적으론 밉지만, 좌파 집권을 막으려면 한동훈 외에 대안이 없다”고 했다. 시사 방송에서 한동훈 동향이 언급되면 시청률과 접속자 수가 늘고, 윤석열 경우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한동훈은 윤석열과 적당히 타협하기보다 독자적으로 당권을 노릴 것이다. 윤석열과 함께 일했던 경험에 비추어 양보하기보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게 낫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대선 때 승리를 견인했던 이준석은 이미 이탈했고, 안철수도 등을 돌리는 등 동시다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야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 추미애 당선인이 낙마하고 우원식 의원이 선출된 것은, 우 의원 본인도 놀랐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당선인 이심전심 결과여서 더욱 그렇다. ‘비명횡사’ 비난까지 감수하며 친위대 공천을 했는데 헛일이 됐다. 개딸도 호남 민심도 믿기 힘들게 됐다. 개딸은 이재명을 위해 싸우긴커녕 조국혁신당으로 몰려간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호남은 민주당보다 조국당을 선택했다.

이재명 추락을 기대하는 세력이 당 안팎에 수두룩하다. 조국, 김경수, 이낙연, 김부겸, 박용진과 친명·586·호남 낙천자 등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다음 달 이화영 재판 1심 선고, 8월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추대 여부, 선거법·위증교사 재판을 거치며 출렁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이재명은 강성 지지층에 기대겠지만, 이는 지지기반을 위축시키는 자해적 악순환을 부른다.

‘권력자’윤석열·이재명 입장에선 이런 현상은 정치적 반란이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윤석열·이재명의 적대적 공존을 걱정한다. 앞으로 3년 동안 야당의 입법 독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것이다. 국정은 표류하고 국가는 뒤처진다. 일하는 정부, 생산적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고조된다. 그럼에도 여야 내부의 원심력이 당장 정계개편으로 연결되긴 어렵다. 자연현상인 지진과 달리 정치는 추진 주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인물을 만든다. 정치사에서 그런 사례는 에이브러햄 링컨에서 에마뉘엘 마크롱까지 수없이 많다. 20세기 미국 토대를 닦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이 없다면 위대한 장군을 얻을 수 없고, 중대한 사건이 없다면 위대한 정치가를 얻지 못한다”고 했다.

뒤 강물이 앞 강물을 밀어내듯 기성세대는 신진 세대를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진실을 오래 가릴 수 없다. 한동훈은 김경율·함운경 등을 영입하며 중도 확장을 시도했다. 6070 보수는 ‘싸가지 없다’고 비판하지만, 50대인 한동훈은 장유유서보다 원칙과 실용을 중시하고, 30대인 이준석은 ‘싸가지’ 개념 자체가 없다. 좋든 싫든 지금 젊은 세대가 그렇다. 야권 경우엔 선동 정치꾼보다 합리적 세력이 주도해야 2027년 집권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시대 흐름과 여론 지형을 보면 상당 기간 국회는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세력이, 정부는 안보와 성장을 앞세운 보수세력이 장악할 가능성이 크다.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를 제대로 키워내느냐에 다음 선거 승패도, 국가 미래도 달렸다.

이용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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